brunch
매거진 수학 칼럼

아이의 희망은 부모가 만들어준다

고1 둘째 딸이 이번 시험에서 모든 과목 1등급을 목표로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평소와 다르게 시험 중간 채점을 하지 않고, 멘탈을 끝까지 유지하도록 했다. 시험을 볼 때는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끝까지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험이 끝나고 채점을 해보니 실수도 많았고, 자신 있는 과목은 문제 난도가 낮아 모두가 잘 봤고, 자신 없는 과목은 어렵게 나와 점수가 떨어졌다.

아이의 표정은 금방 어두워졌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다시 공부할 마음을 만드는 것이다. 인간은 희망이 있어야 움직이고, 움직여야 희망이 현실이 된다.


재수생들을 가르쳐보면 멘탈이 약한 아이들은 쉽게 흔들리고, 그 흔들림이 누적되면 수능 성적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큰딸은 멘탈이 강한 편이라 묵묵하게 공부하면 성적이 올라가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둘째 딸은 인정 욕구도 크고 자존감이 약하다. 스스로 회복하기 전까지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 속 영화감독처럼 여배우 옆에서 자존감을 채워줄 사람이 필요하다.


노력을 많이 한 아이가 가장 무서워하는 생각은 이것이다.
“나는 해도 안 되는 사람인가?”
이 문장이 아이의 행동을 멈추고, 결국 희망도 사라지게 만든다.


나는 예전에 동화책을 내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공모전도 내고 출판사에도 투고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어느 날 한 출판사 편집장이 말했다.

“작가 꿈꾸는 사람은 많은데 대부분 포기합니다. 여기 있는 직원들도 그렇고요.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닙니다. 그나마 글 잘 쓰는 사람이 유명인들 그림자 작가해주는 거고요.”

그 말을 듣고 거의 1년을 절필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다시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출판 여부와 상관없이 글을 쓰는 게 좋았기 때문이다. 브런치에 올리고, 한 명이라도 읽어주면 그걸로 충분했다. 그리고 계속 쓰다 보니 예전보다 글이 깊어지고 안정됐다는 것을 느꼈다. 김영하 작가의 작품을 연대별로 읽으며 알게 된 것도 있다. 초기작은 거칠고 자기 이야기 중심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야기 구조가 탄탄해지고 문장이 깊어졌다. 계속 쓰면 성장한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순간이었다.


이 이야기를 왜 꺼내냐면, 희망은 그냥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희망은 ‘현재 상황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현실적인 전략’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전략을 보며 “이렇게 하면 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아이에게 생기는 순간 행동이 다시 시작된다.


그래서 수학 시험 오답 정리를 마무리하고 치킨집에 데려갔다. 그리고 아이에게 희망을 만들어줬다.


내신을 못 봐도 정시나 논술로 충분히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다. 너는 문과·이과 모두 강하니 인문 논술 + 수리 논술 모두 쓸 수 있다. 인문계 논술에 수학까지 잘하면 한양대, 중앙대, 건국대같이 인문+수리 논술 전형을 대학들은 무조건 합격한다. 연고대는 인문으로 쓸지 수리로 쓸지 고3 때 결정하면 된다. 문과로 가도 적성이 안 맞으면 이과로 이중전공 하는 것도 요즘은 흔하다. 외고·국제고 아이들도 이 방식으로 많이 간다.


모의고사가 잘 나오는 건 엄청난 강점이다. 지금 모의고사 성적처럼 수능만 잘 보면 SKY 최상위 과도 가능하다. 특히 서울대 정시는 지금 내신만 유지해도 충분하다. 서울대 수시는 올 1등급을 받아야 가능할 수 있어도 정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수능을 잘 보는 재수생이나 특목/자사고 아이들이 내신이 나빠 서울대를 못 쓰고 연고대로 집중할 것 같으니 너 같은 일반고 학생들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겨울방학 계획도 다시 정리해 줬다.


수학은 12월 미적1, 1월 대수·확통으로 이미 공부했던 것을 복습 위주로 하고, 그 시간에 국어·영어·과학 2과목을 더 신경 쓰라고. 가급적이면 국어와 영어는 특강까지 다 들으라고. 수학은 네가 원래 잘하니 지금 페이스만 유지하면 된다고.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영화를 한 편 보고 쉬라고 했다.
새벽까지 신나게 보더라.
오늘 아침에는 다시 문자를 보냈다.


OO아, 시험이 어떻든 너는 충분히 잘해 나가고 있어.

내가 볼 때 내년부터는 분명히 성적이 오를 거야.

실력은 충분히 있는데 시험으로 나오지 않은 것이니.

모의고사 성적이 지금처럼 나오면 스카이 최상위권 과도 수능으로 갈 실력이 있는 거야.

어제 계획한 대로 하면 충분하니까 걱정하지 마.

방학 때 수학은 그렇게 하고, 과학 2과목, 국어와 영어도 꾸준히 하면 돼.

그리고 정시로 서울대도 갈 수 있어. 수능을 잘 보면 지금 내신으로도 충분해.

내신이 아예 자사고나 특목고같이 3~4등급대 애들이 힘든 거야.

달려야 OO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025년 입시 변화와 현재 고2의 선택 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