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무와의 인연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무는 마치 내가 사람이라는 형태로 이 땅 위에 존재하기 이전부터 나와 친구였던 것처럼 친하게 느껴진다.
무무와 함께 있으면 너무나 편안해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제도, 속박, 관습, 고정관념으로부터 무장해제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가끔은 무무가 다른 별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데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나: 무무야, 나 오늘 학교에서 어의없는 일이 있었어.
무무: 어의없는 일?
나: 어찌나 어의없던지 그냥 어의없는 웃음만 나오더라고.
무무: 아, 어이없는 웃음~!
나: 응? 아, 그래 어이없는 웃음. 어이없었다고. 글쎄 내 짝꿍이 원래 골이 따분한 성격이잖아.
무무: 하하! 골이 어떻게 따분해? 고리타분한 성격이겠지.
나: 응? 아, 그래 고리타분한 성격. 그런데 걔가 오늘은 자기 고민을 이야기하는데 내 마음이 절여오더라고.
무무: 마음이 배추도 아닌데 어떻게 절여? 마음이 저리다고 해야지.
나: 응? 아, 그래 마음이 저려왔다고. 게다가 그 친구가 며칠 전부터 곱셈추위까지 걸린 거야.
무무: 하하! 어떻게 추위가 곱셈을 해. 꽃샘추위.
나: 응? 아, 그래 꽃샘추위. 그래서 내가 "감기 빨리 낳으세요." 이렇게 친절하게 카드를 써서 전해줬지. 자, 봐봐. 감기 걸린 다른 사람에게도 주려고 만드는 김에 카드를 몇 개 더 만들었어. 직접 손으로 쓴 거야, 어때~ 잘 만들었지?
무무: 아기를 낳는 거지, 감기를 어떻게 낳아? 감기는 낳는 게 아니고 낫는 거야.
나: 응? 아, 낳는 게 아니구나. 그럼 카드 만들어 놓은 거 다 어떡하지? 에이, 다시 만들어야겠네. 무무야, 나에게 권투를 빌어줘.
무무: 권투가 아니고 건투.
나: 응? 아, 건투. 에이, 짜증 나. 무무, 너 이제부터 나한테 일해라 절해라 하지 마!
무무: 하하. 난 너보고 일하라고 절하라고 한 적 없는데... '이래라저래라'겠지.
나: 응? 야! 너 끝까지 이러기야?
오늘 무무가 내 말끝마다 사사건건 걸고넘어진다. 난 오늘 완전히 이미지 구겼다. 보통은 친절하기만 무무가 오늘 좀 그냥 넘어가주면 될 일을... 전부 고쳐줬다. 안 되겠다. 이제부터 맞춤법 공부 좀 더 해야겠다. 더 이상 창피당하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