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무와의 인연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무는 마치 내가 사람이라는 형태로 이 땅 위에 존재하기 이전부터 나와 친구였던 것처럼 친하게 느껴진다.
무무와 함께 있으면 너무나 편안해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제도, 속박, 관습, 고정관념으로부터 무장해제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가끔은 무무가 다른 별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데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나: 무무야, 하나님은 날 사랑하시는 걸까?
무무: 응? 갑자기 왜 그런 질문을 하지?
나: 하나님이 날 사랑하신다면 왜 내 기도를 안 들어주시는 거지?
무무:...
나: 무무, 넌 하나님이 널 사랑하시고 기도도 응답해 주신다고 믿어?
무무: 응.
나: 그런데 왜 내 기도는 빨리 안 들어주시지?
무무: 요즈음에 기도하고 있는 게 있나 보구나. 넌 뭘 위해 기도하고 있는데?
나: 음... 그건... 말하기가 좀 쑥스러운데... 아무튼, 그런 게 있어.
무무: 그럼 내가 너에게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 하나 해 줄까?
나: 이야기? 그래, 어서 해봐. 무슨 이야기인데?
무무: 다섯 살 난 한 소년의 이야기. 이 아이는 엄마,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고 있었어. 어느 무더운 여름날 소년은 부모님과 물놀이를 갔지. 그런데 물속에서 너무 오래 놀아서 그런지 소년이 집에 도착할 즈음엔 무척 피곤함을 느꼈어. 문제는 그날 밤 소년이 기침을 하기 시작한 거야. 게다가 열까지 나는 바람에 그 소년의 엄마, 아빠는 밤새 소년을 간호했지. 바로 다음 날 엄마는 소년을 데리고 동네병원으로 달려갔어. 소년을 진찰한 의사는 감기에 걸린 것이라며 약처방을 해주었지. 몸을 따뜻하게 해 주고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시게 하라는 말도 함께 당부하면서.
나: 에고, 한 여름인데 감기에 걸렸네.
무무: 집에 오는 길, 소년은 목이 몹시 말랐어. 시원한 것이 먹고 싶은 소년은 엄마에게 아이스크림을 사 달라고 했지. 당연히 사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글쎄, 엄마가 안 된다고 하는 거야. 집에 거의 다 왔으니 집에 가서 따뜻한 보리차를 끓여주겠다고. 소년은 짜증이 났어. 어제 수영장에서는 아이스크림을 사 주셨는데 왜 지금은 안 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 물론 엄마가 지금은 아이스크림이 좋지 않다는 걸 차근차근 설명했지만 소년 귀에는 아무 말도 들어오지 않았어. 단지 목마르고 달콤한 것이 무척이나 먹고 싶었을 뿐이야. 급기야 떼를 부리기 시작했지. 그래도 엄마가 아이스크림을 안 사주니까, 다섯 살 난 소년은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단다.
나: 아이고, 감기 걸렸으면서 찬 걸 먹으려고 고집을 부리네. 의사 선생님도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시라고 했는데. 정말 어린애라 할 수 없구나.
무무: (내 얼굴을 보며 살짝 미소를 띰)
나: 왜? 아... 혹시 나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 있어?
무무: 응, 때론 우린 이 소년같이 당장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을 내놓으라고 떼를 부리지.
나: 아, 그러면 우리는 이야기 속 소년같이 군단 말이지?
무무: 하나님은 부모님으로 빗대어 볼 수 있겠지. 우리에게 때에 맞는 가장 좋은 것을 주시기 원하시는 분
나: 지금은 때가 아닌 거네?! 감기 든 소년에게 지금 아이스크림은 좋은 것일 수 없는 거니까.
무무: 그렇지. 우리가 원하는 것이 하나님 보시기에 최선은 아닐 수 있으니까 원하는 것을 다 주시진 않는 거지.
나: 어, 그럼 날 사랑하지 않아서 내 기도를 안 들어주시는 게 아니란 말이지?
무무: 널 사랑하시기 때문에 오히려 네 기도를 지금은 안 들어주실 수도 있지.
나: 아~ 정말? 그렇다면 좀 안심이네.
무무: 그런데... 너 뭘 기도하고 있는데?
나: 아휴~ 넌 몰라도 돼!
무무가 자꾸 캐묻는 것 같아서 좀 짜증은 났지만, 그래도 무무 덕분에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 소년 이야기는 내 머릿속에 명확한 이미지로 그려진다. 아프면서 몸에도 안 좋은 아이스크림을 먹겠다고 생떼 부리는 소년이 마치 하나님에게 내 소원을 빨리 들어달라고 인상 쓰는 내 모습과 겹쳐 보였다. 무무 말이 맞다. 하나님이 요술 램프 속 지니도 아닌데... 난 내가 원하는 게 있을 때마다 두 손을 램프 문지르듯이 끊임없이 모으고 있었단 생각에 멋쩍어서 무무를 슬쩍 곁눈질했다. 무무가 내 붉어진 뺨을 눈치챘는지 못 챘는지, 도통 무무를 읽을 수 없다. 무무는 그저 저 멀리 불그레한 석양만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