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로 한동안 요리를 하지 못했다. 무리했는지 체력까지 바닥이 나서 무얼 만들 힘이 없었다. 부엌에 가서 반찬만 꺼내 먹거나 엄마가 해준 찌개로 끼니를 해결했다. ‘이러면 안 된다’, ‘힘을 내자’고 다짐하고 잠들었지만 다음날이 되면 마음과 다른 몸 때문에 꼼짝을 못 했다. 체력이 바닥 나니 집중력도 떨어졌다.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지만 아무 생각나지 않았다.
억지로라도 요리를 해야겠다 싶어서 어제 볶음밥을 만들었는데 처참히 실패했다. 재료가 간단하고 맛도 좋아서 자주 만들어먹던 계란 볶음밥이었는데 간을 못 맞춰서 짜기만 했다. 특별히 맛살도 넣고 향이 좋으라고 파도 듬뿍 넣었는데 무엇이 문제였을까. 정성이 부족해서일까. 안 하던 실수를 했다. 마트에 갔더니 버섯이 보였다. 버섯은 그냥 볶기만 해도 맛있다. 재료만 추가하면 금방 그럴싸한 볶음요리가 된다. 작은 꼬마 새송이버섯이라 싸게 팔길래 냉큼 집어왔다.
버섯을 대충 닦고, 한 입 크기로 잘랐다. 저렴하게 파는 것이라 그런지 크기가 뒤죽박죽이라 비슷하게 맞춰 잘랐다. 얼마 전에 숙모에게 받은 꽈리고추가 남아있어서 사선으로 반씩 잘랐다. 양파도 채 썰고 색감을 위해 홍고추를 아주 잘게 썰었다. 재료 준비를 다했으니 순식간에 완성될 일만 남았다. 팬에 오일을 조금 붓고 마늘과 양파를 먼저 볶다가 버섯을 넣고 노릇하게 볶았다. 버섯이 노릇해지면 꽈리고추와 홍고추를 넣고 휘리릭 두어 번 더 볶아주면 완성이다. 간은 진간장 조금 넣고 모자란 간은 소금으로 했다. 어제처럼 짜게 만들면 안 되니까 조금씩 넣어가면서 맛을 봤다. 볶음은 강한 불에서 빠르게 볶아야 맛이 좋아서 얼른 볶고 불을 껐다.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살짝, 깨소금도 톡톡 뿌렸다.
그릇에 옮겨 담기 전에 집어 먹어보니 고소하고 담백했다. 성공이었다. 새송이 버섯만의 쫄깃한 식감도 좋았다. 꽈리고추를 같이 볶아서인지 풍미도 살고 알록달록 색도 예뻤다. 한 김 식히려고 반찬통에 담아 식탁에 잠시 올려뒀다. 물끄러미 보고 있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오래간만에 만든 요리라서 그런지 뿌듯한 마음이 들어서 기뻤던 것 같다. 버섯볶음을 시작으로 다시 요리도 하고 밀린 빨래도 하고 힘을 내야겠다. 하나씩 하다 보면 해왔던 일을 몸이 기억해 내서 또 잘 살아내리라 믿는다. 얼른 일상을 회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