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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 등대 Aug 13. 2024

프롤로그: 시작된 폭우

재앙의 서막

비는 멈추지 않았다. 마을은 이미 절반이 물에 잠겼고, 사람들은 이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정산 마을의 골목 곳곳에서 사람들의 비명이 들렸다. 어떤 이는 지붕 위로 올라가려 했고, 어떤 이는 물살에 휩쓸려 사라졌다.


정미은은 한 손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동생을 찾았다. 빗줄기가 너무 강해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가슴 속에는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 가득했다.


"미나야!"


그녀는 목이 터져라 외쳤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비의 소음뿐이었다.


미은은 물속에서 필사적으로 동생을 찾으며 불안한 마음을 애써 억눌렀다. 정산 마을이 지금 이렇게 잠기고 있는 이유가 단순한 비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마을은 분지였다. 낮고 좁은 지형에 둘러싸여, 평소에는 바람도 잔잔하고 따뜻한 햇살이 잘 비추는 평화로운 곳이었다. 하지만 비가 내리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이 지형의 단점이, 지금 이 순간엔 너무나도 절실하게 다가왔다. 물이 빠질 곳이 없었다. 비가 계속해서 내린다면, 마을 전체가 거대한 호수로 변해버릴 것이 뻔했다.


마을 어귀에서 만난 노인이 한숨을 내쉬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 마을은 천재지변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지. 물은 들어오면 나가지 않으니까. 그래서 이 비가 더 두려운 거야."


그때는 그저 노인의 기우라 여겼다. 하지만 지금, 그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며 그녀를 짓누르고 있었다.


몇 년 전, 뉴스에서 봤던 장면들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갔다.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기후 재앙들. 점점 더 심해지는 폭염, 기록적인 산불, 그리고 끊임없는 홍수들. 그때만 해도 그것이 자신의 삶과는 무관한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다. 화면 속의 사람들은 물에 잠긴 집을 떠나야 했고, 도시 전체가 물에 잠겨가는 모습을 무기력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미은은 그들의 고통을 보며 안타까워했지만, 설마 그것이 자신에게도 닥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그 재앙이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지구온난화라는 단어가 떠오르면서도, 그것이 불러온 이 폭우가 현실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감정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빗속에서 미나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미은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도로는 이미 강물처럼 변해 있었고, 마을 전체가 거대한 물의 덫에 갇혀버린 듯했다. 정산이 가진 아름다운 산들이, 이제는 그들에게 탈출구를 차단하는 장벽이 되어버렸다. 미은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마음을 다잡았다. 어디로 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 이 자리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골반쯤 차오른 물은 누군가 옆에서 양동이로 퍼붓듯이 정신없이 얼굴을 때렸다. 파지직! 하는 소리가 멀리서 들리면서 전선이 끊어진 듯 불꽃이 튀었다. 한순간 주위가 번쩍였다.


갑자기, 물 위로 무언가 둥둥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어두운 물 위에 누군가의 옷자락이 떠올랐다. 물살에 휩쓸린 그 것는 마치 미나처럼 작은 체구였다. 미은은 잠시 몸이 굳어졌다. 그녀의 심장은 세차게 뛰었고, 손끝이 저릿해졌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 아니, 미나는 살아있을 것이다. 반드시.


그녀는 쏟아지는 물결을 저항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저 멀리 보이던 수초같은 것이 점점 가까워졌다. 미은은 눈을 가느스름하게 떴다. 그 것은 물과 함께 빠른 속도로 미은을 향해 미끄러졌다. 저건, 검은, 머리카락이었다. 미은은 하마터면 그 것과 부딪혀 함께 넘어질 뻔했다. 몸서리 치던 미은은 간신히 균형을 잡고 다시 외쳤다.


"미나야!"


하지만 비는 계속해서 쏟아졌고, 그녀의 외침은 금세 소음에 묻혀버렸다. 물이 허리까지 차오르기 시작하면서, 미은의 발걸음도 더디어졌다.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가 그녀의 심장을 세차게 조여왔다. 허리 밑에서는 알 수 없는 물건들이 그녀의 다리를 건드리며 지나갔다. 파이프 같은 철이 살갗을 베는 건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미끄덩한 물체가 그녀를 스치고 갈 때면 바퀴벌레를 본 것처럼 등허리에 소름이 돋았다.


그때, 눈앞에서 휘몰아치는 빗줄기 사이로, 희미한 그림자가 보였다. 작은 체구가 간신히 간판을 잡고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이었다. 물에 젖어 푹 쳐진 긴 머리 사이로, 그토록 찾던 얼굴이 보였다. 그 순간, 미은의 좁아진 동공에 시간이 멈추었다.


"정미나!"


다친 짐승이 울부짖듯, 미은은 고함치며 그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나 물살이 그녀를 반대로 밀어냈다. 그녀는 할수만 있다면 물살의 머리채를 잡고 사정없이 후려패고 싶었다. 이대로 동생과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 들자, 심장이 멈출 것만 같았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지금 포기하면, 동생을 영원히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미은은 팔을 뻗어 필사적으로 물을 가르며 나아갔다. 가까워질수록 미나의 얼굴이 보였다. 빗물이 계속해서 그녀의 눈을 가렸지만, 확실히 미나였다. 미은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버텨!"


그러나 미나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마치 의식이 없는 것 같았다. 조금만 툭 치면, 간판에 올려둔 인형처럼 슥 하고 물 속으로 빠질 것만 같았다. 미은은 걸리적 거리는 포스터 따위를 손으로 마구 밀어젖히며 미나에게 다가갔다. 플라스틱으로 코팅된 종이에 손이 베이는 것도 모르고 무던히 손을 휘둘렀다.


미은이 미나에게 닿기 직전, 발밑에서 큰 물살이 밀려와 그들을 덮쳤다. 비명을 지를 세도 없었다. 두 자매는 속절없이 물속으로 휩쓸려 들어갔다. 통돌이 세탁기 안에 들어간 것처럼 빙글빙글 물 속에서 돌면서도 미은은 물속에서 팔을 휘저으며 미나를 붙잡으려 했다. 부르르륵! 우르륵! 소리만 귓가에 울렸다. 미은은 가까스로 미나의 손을 잡았으나, 곧 미나의 손이 미은의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져 나갔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동생의 손을 다시 잡았다. 손끝에 닿은 미나의 차가운 손을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미은은 마지막 힘을 다해 미나를 끌어안고 수면 위로 올라왔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멈추지 않았다. 반드시 이 물살에서 벗어나야 한다. 반드시 미나를 구해야 한다. 그녀의 결심은 물속에서도 강하게 빛났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물살을 가르며 가까운 집의 벽을 붙잡았다. 손은 미세한 바늘 수백 개가 찌르는 것처럼 따가웠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미은은 벽 옆에 붙어 있는 작은 창고용 지붕에 미나를 밀어올리려고 노력했다. 물에 젖은 미나는 너무나 무거웠고, 새차게 허벅치를 쓸어내리는 물살이 자칫 잘못하면 그대로 미은을 삼켜버릴 것만 같았다.


미은은 숨을 가득 마신채, 거뭇거뭇한 흙탕물 속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리고는 미나의 등을 마치 거북이가 목을 빼듯 밀어올리기 시작했다. 두 손으로 밀 때에는 꿈쩍도 안하고 자꾸 미끄러지던 몸뚱이가, 몸 전체로 들어올리니 조금씩 지붕 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결국, 물에 젖은 20kg 쌀자루같은 미나가 지붕 위에 널브러지자, 미은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어찌나 이를 세게 물었는지, 아랫턱이 얼얼했다.


미은은 널브러진 미나를 서둘러 눕히고, 미나의 입을 벌린 채 인공호흡을 시도했다. 유튜브에서 본 방법만 겨우 기억해내면서도, 실제로 이렇게 절박한 상황에서 해볼 일은 없을 줄 알았다. 미나의 물컹하고 차가운 피부가 입술에 닿자, 미은의 손이 떨렸다. 미은은 덜컥 겁이 났지만 간신히 이성의 끈을 붙잡으며 눈물을 삼킨 채,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미나의 입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딱딱한 고무풍선에 바람을 넣듯, 얼마 넣지도 못한 숨이 다시금 되돌아왔다. 심장이 쿵쾅쿵쾅 터질 것만 같았다.


미은은 다시 심호흡을 하고, 미나의 배에 힘을 주어 후, 숨을 불어넣었다. 그리곤 손을 포개 미나의 가슴 위에 대고, 체중을 실어 쿵쿵 대기 시작했다. 분홍색 그라데이션 네일이 이미 파랗게 질린 손가락 끝에서 힘없이 덜렁댔다.


“안돼, 죽으면 안돼.”


미은의 눈에서 눈물이 솟았다. 그러나 그녀는 울 수 없었다. 지금은 울 때가 아니었다. 미은은 끝없이 손과 입을 움직이며 애타게 미나를 불러댔다. 그 잠시 사이에도 세찬 비는 조금도 그칠 줄 몰랐고, 도로 위에 물은 계속해서 불어나서, 이제 더 이상 주변에서 사람을 볼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물에 잠겨 있었다. 미은은 두려움이 엄습해왔지만, 손에 힘을 풀지 않았다. 다시 한번 미나의 입을 벌리고,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필사적으로 숨을 불어넣었다.


쿵쿵, 다시 한번 가슴을 압박하자, 미나가 갑자기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콜록, 물을 토해냈다. 그녀의 몸이 반사적으로 움찔했다. 가래 낀 기침을 거듭하던 미나가 눈을 떠 미은을 보고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울음을 터뜨렸다.


"언니..."


미나의 울음은 공포와 안도, 혼란이 뒤섞인 것이었다. 미은은 목이 메어 말 없이 미나를 품 안으로 껴안았다. 미나는 참새같이 작은 몸으로 떨고 있었지만, 생명은 돌아왔다. 미은은 울컥 올라오는 울음을 꾹 눌렀다.


“언니, 우리… 어떻게 해?”


미나의 목소리에는 절망이 서려 있었다. 그녀의 말이 비바람 속에 휘몰아치듯 사라질 뻔했지만, 미은은 그 말이 뼛속까지 박혀오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지? 미은은 자신에게 미나의 질문을 되묻고는, 눈을 질끈 감고 미나에게 말했다.


“살아야지.”


이젠 돌아갈 수 없는 집도, 일기장 속에 차곡차곡 모아놓은 비상금도, 먹통이 된 핸드폰도 잊고 미은은 이제 생존에만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이 상황에서 동생과 자신을 지켜내겠다고 결심했다. 미은은 다시 한 번 미나의 등을 꽉 끌어안으며, 자신을 다잡기 위해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물 속에서 꺼내온 동생의 체온이 여전히 차가웠지만, 미은의 가슴 속에서 점점 뜨거운 열기가 솟아올랐다. 이 열기는 두려움과 절망을 이겨내려는 의지였다.


비는 여전히 그칠 줄 몰랐고, 하늘은 어두워지기만 했다. 하지만 미은의 결심은 더욱 단단해졌다. 혼자가 아니다. 지켜야 할 사람이 있다. 이 끔찍한 폭우 속에서도, 그녀는 동생과 함께 반드시 살아남을 생각 뿐이었다.


미은은 미나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미나야, 우리가 여기서 벗어나야 해. 꼭 살아남을 거야. 언니만 믿어."


미나의 떨리는 눈동자가 미은을 바라봤다. 미은의 말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그것은 단순한 다짐이 아니라, 이미 결심한 사실이었다. 미은은 미나를 일으켜 세우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도로는 이미 강물처럼 변했고, 빠져나갈 길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어디로 가든,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지금은 두려움을 느낄 시간조차 없었다.


이미 도로는 강물에 잠겨 있었다. 발밑에서 찰박이는 물소리가 점점 더 무겁게 들려왔다. 지금 자신과 미나가 간신히 머물러 있는 이 낮은 지붕도 결국 물에 잠길 것이 분명했다. 미은은 숨을 고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흙탕물이 파도를 치며 그녀의 발을 잡아당기는 듯 하자, 불안이 그녀의 가슴을 조이기 시작했다. 무엇을 해야 할까?


그때, 그녀의 시야에 낡은 판자가 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것이 보였다. 검푸른 색의 판자는, 낡아빠진 외관이었지만, 물에 떠 있는 그것이 유일한 희망처럼 느껴졌다. 이걸 잡고 갈 수 있을까? 그녀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교차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물이 점점 차오르고 있었다.


미은은 입술을 꾹 깨물고 결심을 다졌다. 판자를 건져내야만 했다. 판자가 튼튼한지, 그들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시도해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미나와 함께 이곳에서 무기력하게 물에 잠겨버릴 수는 없었다.


미은은 품에 안고 있던 미나를 놓고, 한 손으로 지붕 가장자리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온 힘을 다해 판자를 잡으려 노력했다. 물살이 거세어 판자는 자꾸만 멀어지려 했지만, 미은은 이를 악물고 팔을 뻗었다. 제발, 조금만 더… 마침내 그녀는 판자를 잡았다. 손끝이 저릴 정도로 차가워졌지만, 그 판자는 지금 그녀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녀는 판자를 잡아당기고, 미나에게 손짓을 했다.


정산에서 가장 높은 산인 호봉산으로 가야 한다. 미은은 머릿속에서 지도를 그리듯 생각을 정리했다. 호봉산만이 그들이 물을 피해 안전하게 갈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거칠게 차오르던 물은 이미 지붕을 넘보고 있었다. 앞으로 갈수록 더 깊어질 것이 분명했다.


이걸, 튜브처럼 생각하는 거야. 미은은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비록 판자가 오래되고 낡았을지라도, 이 순간 그녀와 미나를 지탱해줄 유일한 도구였다. 미은은 미나의 손을 단단히 잡고, 판자 위에 몸을 기대며 조심스럽게 균형을 잡았다.


"여기에 올라타."


미은은 동생에게 말하며, 판자가 뒤집히지 않도록 한쪽 끝을 힘껏 눌렀다. 미나는 두려움에 떨며 조심스럽게 판자 위로 몸을 옮겼다. 판자는 미나의 무게를 받으며 약간 흔들렸지만, 물에 떠 있었다. 미은 역시 판자로 올라가려 했지만, 미은이 발을 딛기만 해도 덜렁 넘어가버릴 것만 같았다.


미은은 아랫 입술을 꾹 깨물고는, 물에 몸을 넣고 판자 끝자락을 잡았다. 오히려 물 속에서 몸이 따듯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눈과 입에 사정 없이 튀는 물방울을 참아내며, 물살을 헤쳐나갈 준비를 했다. 그들의 앞에는 끝없이 펼쳐진 물길이 있었다. 어디가 안전한 길인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할 수 없었다. 이 판자 하나에 모든 희망을 걸고, 호봉산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꽉 잡아. 절대 손을 놓지 마."


미은은 동생에게 다시 한번 단단히 일렀다. 미나의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미은은 판자를 앞으로 밀며 천천히 물살을 헤쳐 나가기 시작했다. 물은 여전히 거세게 흐르고, 비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미은은 동생을 태운 판자를 잡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의 목표만이 존재했다. 호봉산으로 가야 한다. 거기서 살아남아야 한다.


물살이 거세어질 때마다, 판자는 위태롭게 흔들렸고, 덩달아 미은의 마음도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동시에 미은의 손끝에는 힘이 들어갔고, 눈에는 결의가 담겨 있었다. 호봉산에 도달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끝없는 폭우 속에서,미은은 스스로를 다독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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