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어디에 있든 엄마는 언제나 너를 사랑하고, 응원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린아이였던 것 같은데, 오늘 너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고, 지혜롭고, 멋진 모습으로 새로운 한 해의 문턱에 서 있구나.
세 살이었던 너는 아무것도 모른 채, 엄마와 오빠를 따라 6,000마일(11,000km)을 건너 낯선 땅으로 향하는 긴 여행을 시작했지. 그때의 하늘은 9.11 테러의 무서움으로 뒤덮여 있었고, 우리의 미래는 거센 회오리가 몰아치 듯 불확실했지. 너는 선택의 여지없이 한국을 떠나야 했지만, 누구보다도 강인하고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했어. 그때부터 너는 늘 그런 아이였어—항상 있는 듯 없는 듯했지만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을 가진 아이.
우리는 미국 남부의 작은 도시, 리틀록에 정착했어. 말도 통하지 않았고, 아는 사람도 없었고, 앞날을 전혀 예측할 수도 없었지. 미국 생활도, 영어도 서툴어 항상 분주하기만 한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한없이 기다리는 오랜 시간 속에, 너와 오빠는 어린 나이에 스스로 많은 결정을 내려야 했을 거야.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너와 오빠는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며 잘 성장해 주었지.
며칠 전, 짧은 방문을 마치고 떠나면서 너는 말했지.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너의 말이 엄마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았단다.
4년간의 대학 생활과 3년간의 의대 생활을 지나, 너에게는 아직도 5년 이상의 긴 수련과 학업이 남아 있지. 이 길이 얼마나 끝없이 느껴질지, 얼마나 어둡고 불확실할지, 엄마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어.
"의학은 정말 방대하고 깊이가 끝이 없는 것 같아. 그런데 하버드에서 공부한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모든 걸 다 알겠네’라고 농담처럼 말해. 가끔은 이 하버드라는 모자를 벗어버리고, 그저 자유롭게 배움의 세계로 뛰어들고 싶어."라는 얘기를 들을 때 ‘하버드’라는 이름이 너를 억누르는 무게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 싶어.
엄마가 인생에서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가장 힘든 여정이 어쩌면 가장 특별한 곳으로 이어진다는 거야. 왜 어린 너희를 데리고 그 젊은 나이에 한국을 떠났는지, 나 스스로도 아직 완전히 알 수가 없어. 하지만 확실한 건, 그 이후에 내가 스스로 결정해야 했던 많은 선택들이 엄마를 성장하게 했고, 스스로를 믿으며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계속 나아가게 만들었다는 거야. 지난 25년간의 우리 미국 생활 속에서 너도 같은 강인함을 배웠으리라 생각해.
너는 늘 스스로가 누구인지 생각하고,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꿈꾸며 남이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 걷는 대신, 너만의 길을 개척해 왔지. 네가 이끈 많은 선택들이 지금의 너를 만들었고, 앞으로의 선택들도 너를 더욱 신나는 곳으로 이끌 거라 확신해.
지난 26년 동안 누구보다 성실하게, 용기 있게, 그리고 꿋꿋하게 살아온 너에게 고맙구나. 항상 긍정의 마인드로 어려움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너를 지켜보는 것이 엄마에게는 더없는 기쁨이고, 자랑이란다.
사랑하는 내 딸, 27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
이번 한 해도 스스로를 믿으며 계속 전진하길 바래. 네가 어디에 있든 엄마는 언제나 너를 사랑하고, 응원하며, 변함없이 자랑스러워할 거야.
사랑을 담아,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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