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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지 않을 용기

아니 어쩌면 후회할지라도 해보겠다는 용기

by 비터스윗

'용기' 하면 떠오르는 '용기 없는 사자'. (또는 겁쟁이 사자, 원어로는 'Cowardly Lion')

소설과 영화로 유명한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동물의 왕 사자는 자신이 겁이 많고 용기가 없다고 생각하고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가 자신에게 용기를 달라고 간청합니다. 사자에게 용기가 없다는 건 참 역설적인데요.

극 중에서 사자는 위험에 처한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용기 있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사자는 나중에 마법사가 준 '용기가 생기는 물약'(사실은 효능과 상관없는 액체)을 먹고 용감해졌다고 믿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었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습니다.

용기 참 중요하죠. 사전적 정의로는 '씩씩하고 굳센 기운. 또는 사물을 겁내지 아니하는 기개'라고 합니다.

사실 살아가면서 용기 있게 행동해야 할 때가 많죠.

최근에는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로 인해 여기저기 'ㅇㅇ할 용기'라고 많이 쓰더군요.

미움받을 용기도 중요한데 제가 최근 끄적거린 단어는 '후회하지 않을 용기'입니다.


후회를 안 할 수가 있을까요


후회의 사전적 의미는 '이전의 잘못을 깨치고 뉘우침'인데요, 꼭 잘못이 아니더라도 과거의 어떤 행동, 선택에 대해 뒤늦게 애석한 감정, 유감스러운 감정을 갖는 것도 포함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후회를 안 하고 살 수 있을까요. 과연 후회를 안 하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요.

인간이니까 후회를 하겠죠. 과거를 돌아보고 반성하고 안타까워하는 것은 인간이니까 할 수 있을 거예요.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일까요. 아님 과거가 계속해서 지금까지 영향을 마치고 있기 때문일까요.

일생은 선택의 연속. 매 선택마다 우리는 고민하고 노력하고 조언도 구하고 운도 믿어 보고 요즘 같으면 인공 지능에 도움도 얻어가며 결론을 내렸을 거예요. 그렇게 빈틈없는 과정을 거쳐서 선택했음에도 후회를 하죠.

'다른 길로 갈걸...' 하면서 말이죠.


나이가 들수록 후회가 쌓여 갑니다.

'후회를 별로 안 하고 살아왔는데'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그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아마도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들이 자신이 만족할 만한 것이었든지 아니면 그다지 후회를 많이 하지 않는 편이었든지 둘 중 하나가 아닐까요.

저는 둘 다인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저의 선택대로 잘 살아온 부분도 있지만 그 선택으로 불행해진 부분도 있어요. 선택을 잘했다는 건가 못했다는 건가? 잠시만요... 종합적으로 한 번 볼게요.

결론적으로 10 개중 8개가 만족이면 잘 한 선택, 10개 중 5개가 만족이면 잘못 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흠... 고객만족 별점도 아니고 이건 아닌 것 같고, 그렇다면 선택들을 하나하나 분리해서 판단하는 게 나은 건가.

잠깐만, 그런데 그 많은 선택들을 나열하고 분석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지?

후회하고 후회하고 또 후회하려고?


후회할지 모르지만 시도하겠다는 용기


이쯤에서 제목을 바꿔야 하는지 고민스러워집니다.

후회하지 않을 용기가 아니라, 후회할지라도 해 보겠다는 용기.

용기가 그렇잖아요. 후회랑 같이 갈 수 없잖아요.

진정한 용기는 당연히 후회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포함해야 합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라도 감수하겠다는 마음.

하지만 저는 도로시와 친구들을 등에 태우고 용감하게 계곡을 뛰어넘은 사자보다 용기가 없고 점점 더 용기를 잃어가고 있는 걸요.

그래서 이렇게 해보려고요. 후회하지 않을 용기는 없지만 후회하지 않으려 노력하겠다고, 후회할 수도 있는데 그래도 해볼게요라고 지극히 현실적이고 소심한 고백을 준비하려고요.

사실 그래야 좀 인간적이긴 하거든요. 후회도 좀 하고 후회할 일도 많이 저지르며(?) 살아왔다고 하면 왠지 더 정이 가고 사람 냄새나는 건 어쩔 수 없거든요.


후회를 하더라도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 나를 믿고 나의 선택을 믿으며 해보는 것.

자신의 능력을 믿지 못했던 사자처럼 우리는 아직도 자신을 믿지 못하고 두려워하는 건 아닌지요.

후회하더라도 그것 역시 나의 삶이고 내가 받아들여야 할 결과라고 생각한다면 무엇이든 해볼 수 있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그러니 누군가 결심했을 때 "너 후회 안 할 자신 있어?"라고 다그치며 물어보는 대신 "너 후회하더라도 하고 싶어?"라고 인간적으로 물어봐 주세요. 그게 더 나을 것 같아요. 저도 그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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