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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어른이 된다는 것

by 만숑의 직장생활

월요일 아침, 사무실 분위기가 유난히 밝았다.
누가 봐도 누군가는 여행을 다녀온 얼굴이었다. 살짝 그을린 피부, 여유로운 표정, 그리고 모두의 책상 위에 하나씩 놓여 있는 부산 별빛 샌드 쿠키.

“김 대리, 부산 갔다 왔다며? 어땠어?”
쿠키를 까먹으며 슬쩍 물었다.

“부산이요? 부산은 언제 가도 좋더라구요!”
단답 같지만, 그 한마디에 이미 기대가 묻어 있었다.

“부산 좋지. 뭐 맛있는 것 좀 많이 먹었어?”
“아~ 이번에 대박인 곳 찾았어요. 웨스틴 조선 뷔페 갔는데요, 와 진짜... 제가 먹어본 모든 뷔페 중에 단연코 원탑이에요.”

말끝이 살짝 올라갔다. 눈이 반짝였고, 손짓이 커졌다.

“오~ 그래? 그렇게 좋았어? 뷔페가 다 거기서 거기 아냐?”
“아니요, 거기는 진짜 달라요. 제가 서울에서도 뷔페 유명한 데는 다 가봤는데요, 가짓수가 그렇게 많진 않지만 고기도 맛있고, 해산물도 완전 싱싱하고, 디저트까지 다 맛있어요.”
“그 정도라고?”
“네, 진짜 다요. 다 맛있어요. 강추드립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와, 도대체 어느 정도길래 김 대리가 이렇게 극찬을 해. 나도 담에 꼭 가봐야겠다.”

말하면서 슬쩍 웃었다. 사실 나도 몇 번 가봤다. 심지어 최근에 간 지 한 달도 안 됐을 거다. 그때 가서도 김 대리가 말한 고기와 해산물, 디저트들 다 먹어봤는데, 솔직히 그 정도로 극찬할 정도인가 싶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굳이 “어, 거기 나도 가봤는데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하고 아는 척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그래? 그렇게 좋았어?” 하고 되물었다. 마치 처음 듣는 사람처럼.

딱히 의식한 건 아니었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왜 그랬을까.
그의 신난 표정이 보기 좋아서였을까,
그 순간의 공기를 깨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아니면 김 대리가 나누고 싶었던 게 단순히 음식 이야기가 아니라, ‘좋았던 시간을 누군가와 나누는 기쁨’이었다는 걸 느꼈기 때문일까.

그러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문득 생각했다.

아, 나도 이제 어른이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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