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주 Aug 10. 2024

도서관

2024.06.12. 수

<도서관>


양말


목이 짧은 것 내줘요.

너무 더워서

걸어갈 때 벗겨지지 않아요?

불편할 것 같아서    

 

다른 양말

다르지 않은 맘     



체력단련실 옆, 도서관.

‘시를 좋아하세요, 어느 날 걸망을 메고’ 책 두 권.

“범계중학교에서 오셨다면서요. 저는 부흥고에서 10년 근무했답니다.”

작약꽃 같은 사서 선생님이 버드나무 가지처럼 낭창낭창하게 물어온다.

여기가 제일 조용한 곳이니 가끔 와서 책도 보시라고.

아무래도 자주 들릴 것 같다.      


꼭 내일 보자고 했던 1반.

‘같은 것 양변에 같은 것을 더하거나 빼거나 곱하거나 나누어도 같다’를,

시소를 예로 들어가며 땡볕 더위의 온도를 높인다.

가련한 눈빛만으로는 다 아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

예제 한 문제를 천천히 자세하게 설명하고, 두 번째 문제를 풀게 한다.

한 아이마다 풀이를 검사한다.

절반이 표시 없는 공터, 방황하는 연필.

다시 한번 설명을 되풀이.

이번에는 두 과정을 연결해야 하는 훨씬 어려운 문제?

유난히 크고 깊은 눈, 짙은 눈썹, 하얀 피부의 아이가 집중하고 있다.

다가가 책에 쓰고 있는 풀이를 들여다본다. 

등호의 양쪽에 같은 수를 빼고, 미지수 앞 계수와 같은 수로 양쪽에 똑같이 나눈다, 떨리는 손끝으로 천년 가듯이.

고개를 끄떡이며 엄지를 세워 천천히 박수.

카자흐스탄의 천사 사피라의 얼굴에 모나리자의 웃음이 잠시 머문다.

머리의 온 털이 다 일어선다.

북극의 빙산이 깨지는 소리, 이 위대한 과업을 내가?

범계중의 예준이 생각이 잠시 스쳐 간다.

나누기는 다 했을까?     


“연필이 사라졌어요.”

“이리 와, 다시 한번 말해보세요. 사라졌다가 아니고 가져오지 않았어요.

이것 가져가서 수업 듣고, 내일부터는 반드시 챙겨 오세요.”

선생님이나 학생 모두, ‘사장님 나빠요.’ 했던 개그맨 블랑코 말씨다.

나도 따라 하고 있다, 그놈의 적응력이란.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박수를 치며 웃는 모습이 참 좋아 보였습니다.”

“잘 따라와 줘 칭찬을 좀 해줬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칭찬에 많이 굶주려 있습니다. 가정적으로 사회적으로요.

모나지 않고 수용적인 아이들이랍니다.”

교감 선생님이 날 손바닥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뒤적이셨나 보다.     

교무실의 여선생님들이 모여 행정실을 성토하고 있다.

희망 온도 28도에서 에어컨이 꿈쩍도 하지 않으니, 교실이 완전 찜통이다.

좀 고쳐 달라고 전화하면 왜 그렇게 퉁명스럽게 받느냐고?

교실 열쇠가 분실되었다고 했더니, 선생님들과 학생들 책임이니 예산지원을 할 수 없다나.

“일단 화를 풀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읍시다.”

“못하겠다는데 무슨 해결책이 있어요? 교감 선생님이 교통 정리 좀 해주세요.”

오늘 교감 선생님 바쁘다 바빠, 내가 그 맘 다 알지.

왜 행정실과 교무실은 맨날 으르렁거릴까?   

  

“수학 선생님은 집에서 부부싸움 할 때 공식적으로 하나요?”

뭐라고 대답할까? 머리가 순간 복잡해진다.

“국어 선생님은 육하원칙으로 따지잖아요.”

청소하는 조선족 아주머니가 던지는 말씀.

저 더 추운 북방에서는 이런 웃음의 소리를 하나 보다.

싱겁게 웃었다, 날도 더운데.

내가 참 편한 모양이다. 그래서 너무 좋다.

작가의 이전글 알아가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