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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주 Aug 10. 2024

힘든 하루

2024.08.01. 목

<힘든 하루>     


7시 10분, 빨라도 너무 빨리 왔다.

아무도 없는 교무실의 에어컨을 18도 설정하고 빵빵하게 틀어놓는다.

슬리퍼와 수건, 칫솔을 내놓는다.

수업해야 할 유인물이 책상 위에 가득하다.  

   

교무부 수업계 선생님이 오셔서 4교시를 3교시로 바꾸어준다.

어제 하늘나라로 떠나버린 동생의 시신이 있는 광주의 스카이장례식장에서 밤차로 올라왔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다시 광주로 내려가기로 했다.

내일 있을 수업은 다음 주로 옮겨달라고 부탁했다. 

학교에 온 아이들을 그냥 앉혀놓을 수가 없어, 복잡하지만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그 짐을 지려한다.   

  

“정영태 선생님, 차를 좀 빼달라는데요.”

수업을 마치고 빨리 빠져나가려고 세워둔 곳이 하필이면 교장선생님 자리였나 보다.

1호차 자리를 잘못 보면 목숨이 위태로운 수송부 정 상병이다. 

날씨가 너무 더우니 수업 시간을 5분씩 줄였다며, 천천히 가자는 교감 선생님.

내 입장에 대해 너무 안타까워하신다.    

 

고등학교 학생들과 수업하는 것은 무려 15년 만이다.

까분 아이들은 없으나 머리를 묻고 저세상 사람이 된 아이들이 몇 있다.

수포자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늘어간다는 이야기. 

도형의 평행이동에 대해 개념 설명을 하고 문제 풀이를 한다.

왜 점의 이동과 도형의 이동에서 부호가 바뀌는지 이해를 시키느라 진땀을 흘린다.

자식들 이런 설명 듣기 힘든 줄 너희들은 모른다. 

왜 잘생긴 녀석들, 이쁜 아이들은 집중해서 수업을 들을까?

수업을 잘 들어 예쁘게 보이는 것일까?     

일 잘 마무리하고 월요일에는 더 힘내서 아이들을 만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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