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키스는 괜히 해서!> 리뷰는 아닙니다만 3
"다림씨 진짜 예쁜 거 알아요?"
"질산과 황산의 만남, 그날 우리는 다이너마이트였다"
아무리 근사한 남주인공 지혁이지만 그가 하는 대사들이 유치해서 손발이 오징어처럼 오그라드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나는 왜 그런 말들을 '유치하다'라고 느꼈는지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이유도 없이 그냥 유치하다고만 생각해 버리면 드라마 작가님도 억울하실 테니 이유나 생각해보자 싶었지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유치하다'의 뜻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1. 나이가 어리다
2. 수준이 낮거나 미숙하다.
어린이는 떠오르는 생각을 거르지 않고 그대로 뱉어내지요. 자신이 느끼는 대로, 순수한 마음 그대로를 표현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이가 어린' 어린이에게 유치하다는 말을 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 우리가 유치하다고 하는 말들은 그러지 않아야 할 어른을 향하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고 '어른'이라는 이름을 달면서 배우게 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자신을 감추는 기술이지요. 남이 나를 넘치거나 때론 모자란 사람으로 보지는 않는지 생각합니다. 사회적 경험이 늘어날수록, 남들의 시선에 맞추어 스스로를 재고, 깎고, 다듬게 됩니다. 그러고는 여러 가지 가면을 쓰지요. 어쩌면 그게 우리가 생각하는 어른 '같은' 모습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른'이라는 말 앞에서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내 진심을 내비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게 됩니다.
내가 그러지 않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기 때문에 어린이처럼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누군가를 보면, 유치함으로 치부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저런 말을 하지? 아, 유치해.'
오히려 순수한 마음을 말하는 누군가를 향해 저는,
'왜 저래?'
라는 나만의 시선으로 재단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유치하다는 말로 남의 수준을 내 마음대로 판단하고 어른 같은 모습에 대한 혼자만의 오해와 착각에 빠져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되짚어봅니다.
어쩌면 자신의 여린 부분을 드러내고, 느끼는 바를 솔직하게 말하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용기 있는 사람일지 모릅니다. 속된 말로 쪽팔림을 이겨낸 용감한 사람만이 내비칠 수 있는 진심을 그는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남의 시선에 자신을 숨기지 않고, 온전한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사람.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드러낼 수 있는 사람, 그래서 단단한 사람. 어쩌면 그가 진짜 어른이 아닐까 싶어요.
다림에게 푹 빠진 지혁이 사랑을 가득 담은 눈으로
"예뻐요, 그래서 좋아요."
라며 마음에서 샘솟아 나오는 말을 전하고, 진심을 다해 사랑을 표현합니다. 그가 하는 말은 더 이상 유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이지요.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내보일 수 있는 진짜 단단한 어른의 말입니다.
누군가의 순수한 마음을 있는 그대로 봐주는 일, 내 진심을 재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는 일, 어쩌면 그게 유치하지 않은 진짜 어른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이젠 <키스는 괜히 해서!> 주인공의 대사에 더 이상 오징어처럼 손발이 오그라들지 않습니다. 단지, 더 이상 필요도 없는 연애세포가 살아나 지혁의 한 마디 한 마디에 함께 설렐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