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annesburg, South Africa

아프리카 트럭킹 1일차

by 여행하는 루나씨



Day 1



2025년 8월 30일, Johannesburg, South Africa



0. 예외 없이 허술하게 시작하는 아프리카 여행


며칠 일찍 와서 Kruger National Park 사파리 투어를 갔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생각이 없었다. 나름 먼저 도착해서 요하네스버그 관광도 하고 긴 여행을 위해 몸과 마음을 준비하겠다고 계획한 건데 2박 3일도 충분하지 않았다(!) 28일 목요일 늦게 호텔에 도착해서 간단히 쇼핑을 했고 29일에는 객실을 옮겨야 해서 애매하게 주변을 방황하고 다녔다. 투어를 시작하는 호텔과 같은 호텔을 예약해서 편하게 쉬려고 했던 건데 추가 예약은 1인실이고 투어는 기본 2인실이라서 반드시 옮겨야 한다고 했다. 물론 나중에 알고 보니 돈을 더 내면 같은 객실에 머무는 것도 가능했지만 그때는 몰랐으므로 하룻밤 새에 또 짐을 싸야 했다;; 게다가 Hotel Sky Sandton 근처에는 더 저렴하고 공항 셔틀까지 포함된 호텔들이 많기 때문에 ​다음에 또 간다면(!) 좀 더 세세하게 알아보는 걸로..


(무료 공항 셔틀이 있는 호텔. 루나씨는 호텔 스카이 샌튼에 픽업서비스 비용으로 65유로를 지불했다;;; 아하하ㅠ)


더불어 투어를 시작하자마자 다들 크루거에 다녀왔냐고 묻는데, 요하네스버그 도착하기 전까지 전혀 공부가 없었던 루나씨는 매우 당황;; 뒤늦게 검색해 봤더니 크루거 투어는 보통 2박 3일로 진행된다고 한다. 하루 정도 국립공원 투어나 갈까? 라며 아프리카를 너무 쉽게 생각했던 과거의 나 반성해라. 다행히 투어가 끝나는 케냐 나이로비에서는 6박 7일 정도 여유 시간을 남겨 두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1. 요하네스버그 신시가지


미리 도착해서 요하네스버그에 머무르는 2박 3일 동안 특별히 할 일이 없었다. 치안이 좋지 않은 곳이라서 걸어서 동네 한 바퀴를 좋아하는 여행자에게 매우 부적합한 곳이기도 했다. 투어를 시작하는 호텔은 안전을 위해 도시 한쪽에 특별히 만들어진 신시가지 구역으로 주변에는 호텔, 쇼핑몰만 있고 보통 이동은 모두 택시를 이용한다. 서비스가 좋은 빨래방을 찾기 위해 30분 이상 걸었는데 호텔에서 멀어질수록 거리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다행히 대낮이었고 아주 외진 곳은 아니었지만 빨래방 직원분들이 기겁하며 놀란다. “호텔에서 걸어왔다구요?” 알고 보니 일정 금액을 추가하면 호텔에서 픽업 서비스도 요청할 수 있었다.



딱 한 번 주변 지역의 으스스한 분위기를 체험한 이후에는 무조건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세탁 서비스는 어디든 매우 비싸고 택시는 비교적 저렴했다. 한 블럭 정도 떨어진 쇼핑몰에 걸어가서 커피를 마시고 적당한 거리에 있는 동네 공원에 갔다가 택시를 타고 호텔에 돌아왔다. 나름 그럴듯한 호텔이라 수영장에 가 봤다가 충격적인 장면을 보게 되었는데, 옷 입고 양말까지 신고 수영장에 다이빙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경악. 아프리카는 이런 곳이군요.. 수영장에는 다시 못 들어갔다. 아프리카에 대한 첫인상이 매우 좋지 않았다.




2. 오후 6시 오리엔테이션


첫날부터 장소가 로비였다가 2층 레스토랑이었다가 운영의 미숙함이 보인다. 27일 트럭킹의 예고편이었나;; 우리나라 여행사처럼 깔끔하게 정리된 투어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투어 가이드도 투어의 완성도에 크게 힘쓰지 않는다. 아프리카는 그런 곳이니까. 오리엔테이션이라면 당연히 컨퍼런스룸이나 레스토랑 전체를 빌릴 줄 알았는데 21명의 그룹 멤버들이 앉아있는 테이블 바로 옆에서 웃고 즐기는 대가족의 디너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영어로 진행되는 수많은 공지사항 안내에 집중하기 매우 어려운 환경이었다. 뭔가 출력물로 정리된 걸 나눠주는 것도 좋을 듯한데, 안 그래도 익숙하지 않은 남아공 억양으로 끝없이 새로운 정보가 뇌를 스치고 지나갔다. 저녁 식사는 뷔페식으로, 음료를 주문하고 계산하는 과정도 정신없이 흘러갔다. 정리되지 않은 운영 덕분에 다들 첫날부터 은은한 짜증을 느끼며 투어를 시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루나씨가 예약한 여행은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시작해 케냐 나이로비에서 끝나는 7개국 27일 트럭킹 투어다. 알고 보니 남아공과 케냐는 출발일과 도착일에만 하룻밤씩 머무르기 때문에 사실상 보츠와나, 짐바브웨, 잠비아, 말라위, 탄자니아까지 5개국을 여행하는 투어였다. (이것도 투어 신청할 때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게으른 여행자의 모습은 한결같다ㅋ)


오늘 밤에 만난 사람들과 쭉 함께 여행하는 줄 알았는데 대부분의 그룹 멤버는 요하네스버그로 다시 돌아오는 투어를 신청했다. 루나씨는 일주일 정도 후에 다른 그룹에 합류해서 북쪽으로 계속 이동한다. 긴 투어를 신청하면 중간중간 그룹이 합류했다가 헤어지기도 하면서 여행을 이어가게 된다. 처음부터 함께 한 사람들과 이별하고 새로운 그룹과 다시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번 그룹에 있는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덜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투어 첫 주에 부족한 외향성을 모두 소진하고 두 번째 그룹을 만났을 때는 다들 조금씩 대면대면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게 좀 안타까웠다.



3. 다양한 나라에서 온 그룹 멤버들


아시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아서 약간 고장 나 있었는데 홍콩에서 온 이디스가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우리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가장 편안한 미소를 짓는다. 인종은 아무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20명의 백인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긴장되기 마련이다. 나중에 얘기해 보니 그녀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그래도 첫날이라서 51%의 외향성을 한껏 발휘해 주변에 앉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미국에서 온 엘리샤와는 옆자리에 앉았다가 일주일 가량 여행하는 동안 버스 메이트가 되었다. 그녀는 수다쟁이라서 내가 애써 대화를 이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아주 맘에 들었다. 스코틀랜드에서 온 빌리는 거의 여든에 가까운 나이에 혼자 여행을 하는 사람이었다. 스코틀랜드 억양에 어르신 특유의 웅얼거림이 겹쳐서 여행하는 동안 거의 대화가 불가능했다ㅠ 모두 다른 스타일의 영어를 한 달 동안 들을 수 있는 아프리카 트럭킹 투어 어떠세요? 처음에는 오전 반나절만 지나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는데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영어가 늘어있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룹에서 영어를 가장 어려워했던 이디스조차 마지막 주에는 영어로 농담을 날리며 대부분의 멤버들과 소통이 가능해졌다ㅎ


오스트리아 출신 브리짓과 독일 출신 월터 커플이 있었고 월터는 영어를 전혀 못 하지만 브리짓의 통역으로 여행을 이어나갔다. 답답할 것 같은데 의외로 두 사람은 편안해 보이는 게 인상적이었다. 영국인 이사벨과 이탈리안 펠리페 커플이 있었고 웨일스 출신 댄과 인사를 나누었다. 레스토랑이 너무 시끄러워서 그룹 내 정식 자기소개는 내일로 미뤘다.


오랜만에 영어를 너무 많이 들어서 막판에 영혼 탈출.. 빨리 자고 싶었다.. 아하하;;


스쿠버다이빙 리브어보드 갈 때도 느꼈는데, 투어가 싸면 젊은이들이 많고 비싸질수록 연령대가 높아져서 분위기가 좀 다르다. 적당히 비싼 투어를 골랐더니 연령대가 높다. 연금생활자가 반 정도 되는 듯하다. 다만 아프리카 사파리 투어 차량의 승차감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나중에 목디스크 위기가 오기도 한다) 더 나이 들어서 할 수 있는 여행일까, 고민하게 되는 밤이었다. 아프리카 트럭킹 투어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는데 매일밤 텐트를 치는 방식, 대부분 숙소에서 머무는 방식, 또는 더 비싼 호텔 등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18-30세로 나이 제한이 있는 투어도 있다. 우리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서 매일 텐트를 치며 여행을 할 예정이다.



4.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


내일 오전 5시에 출발해서 남아공-보츠나와 국경을 넘는다. 국경을 넘는 날은 항상 시간이 오래 걸리고 따라서 새벽 일찍 출발해야 한다. 넓은 아프리카 대륙을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 가로지르는 여행이 쉬울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거의 매일 새벽에 일어나는 일정은 27일 여행 중 가장 넘기 힘든 벽이었다ㅠ



@ Hotel Sky Sandton


Johannesburg to East Africa Overland Safari & Participation Camping (27d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