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트럭킹 14일차
Day 14
2025년 9월 12일, kande Beach, Malawi
0. 캠핑은 어렵지, 하지만 익숙해진다
매일밤 새소리가 대단하다. 귀마개를 대충 했더니 밤새 집안에서 열 마리가 넘는 새를 키우는 꿈을 꾸었다ㅎ 좋아하는 배우의 촬영 장면을 코 앞에서 감상하기도 하고>< 어젯밤 14명은 숙소를 업그레이드해서 객실로 들어갔고 나머지 7명만 텐트를 쳤다. J는 부자와 가난한 자의 차이라며 낄낄 농담을 했다. 개인적으로 업그레이드는 하지 않았는데, 괜히 객실에 갔다가 캠핑을 했다가 몸과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I don't want spoil myself. 업그레이드 비용은 하룻밤에 10달러에서 50달러까지 다양하다. 이건 돈의 문제라기보다 선택의 문제. 업그레이드한 사람들은 모기가 너무 많은 객실 상태에 충격을 받았고ㅎ 나는 도착하자마자 텐트를 치고 정해진 자리에 짐을 늘어놓고 다들 주위를 둘러볼 때 혼자 샤워하러 다녀오는 쾌적한 느낌을 아주 좋아한다. 어젯밤 텐트가 살짝 젖은 상태에서 정리를 했더니 오늘은 좀 냄새가 난다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고민하거나 애쓰지 않고 지금의 상황을 한껏 받아들인다. 나쁘지 않다.
1. 사람과 사람 사이
O와 J 사이에 이슈가 있었다. O가 코 고는 걸로 농담을 하고 J는 그게 여러 갈등의 연장선이라고 느껴서. J는 화가 나서 저 멀리로 텐트 자리를 옮겼다(!) 란도에서 속상한 J의 이야기를 듣고 한참 뒤에 O의 이야기도 들었다. 흐음. 별 일은 아니지만 그들 사이에는 오랫동안 쌓인 무언가가 존재한다. 예전에 아이들 가르칠 때 늘 하던 질문 “너 걔랑 사이 안 좋지?” 사이가 안 좋으면 작은 일도 크게 번진다. 기존 그룹 11명 사이에는 여러 사정이 있는 듯하다. O와 J는 서로를 싫어하고 자신의 입장을 늘어놓으며 좀 더 많은 사람을 자기 편에 두고 싶어 한다. 나? 크게 관심 없다. 그저 한 사람 한 사람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 대화를 나눌 뿐이다. 이럴 땐 항상 두 사람 다 나에게 하소연하며 뭔가 인정(?) 받고 싶어 하기 때문에 살짝 곤란하긴 한데.. 어 뭐야.. 이거 20명 데리고 1년 보내는 담임교사 생활이랑 비슷하잖아ㅋㅋ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 어리면 어린 대로 나이 들면 나이 든 대로 어쩜 그렇게들 복작복작인지.. 나에게 집중하고 적당한 사회성으로 반응한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2. 말라위 호수
말라위 호수의 파도(?) 소리를 들으며 글을 쓴다. 느긋하게 일어나서 천천히 아침을 먹고 어기적 어기적 걸어서 호숫가에 다녀왔다. 이 곳의 이름은 Kande B.E.A.C.H. 호수지만 완벽하게 바다를 닮아 비치라는 이름이 붙었다. 건너편은 너무 멀어서 보이지 않고, 심지어 호수 중간에 작은 섬도 있다. 바다를 닮아서 좋다ㅎ 조금 걷고, 사진을 찍고, 발을 담근다. 오늘 아침부터 질문할 때마다 + 눈이 마주칠 때마다 댄스를 요구하는 투어 CEO 카이가 나타나서 한바탕 막춤을 추고 (이건 꾸준히 우리만의 루틴이 되었다ㅋ) 고요하고 평화로운 시간이다. 무려 돈 주고 산 와이파이도 너무 느려서 카톡 메시지 1개 보내는데 1분쯤 걸리고, 며칠 전부터 껍질을 까지 못해서 가지고만 있던 오렌지를 설렁설렁 까먹었다. 모두가 빌리지 투어에 참여하고 있어 조용한 캠프 사이트, 탁월한 선택이었네.
3. 스노클링 투어
말라위 호수 안에 있는 바위섬으로 스노클링 다녀왔다. 작지만 반짝이는 물고기들이 옹기종기 살고 있는 곳이었다. 비록 출발하려고 하자마자 보트 모터가 고장났기 때문에 노 저어서 느릿느릿 섬에 도착했고, 사람수에 비해 스노클 장비가 모자랐고(!) 장비 상태는.. 말해 뭐 해;; 그러다 끊어지는 마스크 속출;; 오리발은 스노클링 용도인지 스쿠버다이빙 용도인지 사이즈 맞는 세트를 찾지 못해서 발에 상처가 생겼고, 그러다 너무 추워져서 반 정도만 가다가 걸어서 돌아오는데, 맨발로 바위를 건너려니 그것도 고생이구요@.@ 이래저래 엉망진창인 투어였지만(무려 20달러 바가지) 물이 정말 깨끗했고, 오랜만에 물놀이해서 한껏 행복했다! 그룹 멤버 중 7명은 수영으로 캠프 사이트에 돌아갈 정도로 가까운 섬이었다. 나도 수영 잘하고 싶다... 제발.
4. 정전의 밤
스노클링 다녀온 후 너무 들떠서 맥주도 2병이나 마셨다. 지난 번에 술 마셨을 때는 말라리아 약이랑 겹쳐서 피부 발진 같은 부작용이 있었는데 이제는 크게 상관없는 듯해서 다행이다. 여행에 알코올의 즐거움을 더해 볼까나ㅎ 어느새 전기가 나갔다. 불도 없고, 문제는 뜨거운 물이 안 나온다. 어쩌다 보니 샤워도 못 하고 밤을 보내게 생겼다. (찬물샤워는 싫다아) 캐나다와 노르웨이, 어느 나라가 스키 타기 좋은가 두 나라 출신 사람들의 흥겨운 토론을 지켜보다가, 어느새 자신이 게이라는 걸 흔쾌히 밝히는 사람이 있었고, 숯불 위에 구워지는 고기와 소시지를 군침 흘리며 기다리다가, 밤 8시쯤 저녁을 먹었다. 치킨, 소시지, 갈릭브레드, 감자샐러드, 코우슬로까지 완벽한 식사였다. 행복! 매우 행복! 밤 9시까지 뜨거운 물을 위한 전기가 들어오기를 기다렸지만 마땅치 않았고ㅠ 잠들기 이른 시간이라고 생각했지만 짐정리하고 눕자마자 기절했다ㅋㅋㅋ
@ Kande Beach Resort Camping
Johannesburg to East Africa Overland Safari & Participation Camping (27d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