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트럭킹 18일차
Day 18
2025년 9월 16일, Iringa - Dar es Salaam, Tanzania
1. 다 필요 없고 그냥 쉬고 싶다ㅠ
이때쯤 다이어리에는 내용이 없다(!) 보통 여행을 할 때는 새로운 경험에 놀라며 세세하게 기록을 하는 편인데, 지독하게도 힘든 날이었던 것 같다. (다만 그 이후 잔지바르와 세렝게티가 여행의 꽃이라서 나중에는 다 잊어버리기도 해.. ) 다시 생각해 봐도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린 하루다(!)
숙취가 아주 심했다. 오늘도 새벽 5시 즈음 출발했기 때문에 잠을 거의 못 잤다. 아주 난장판이 된 몸과 마음을 안고 꾸역꾸역 하루가 흘러가고 있었다. 아침에는 퍽퍽한 프렌치토스트를 먹었고 -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투어 가이드는 뭐든지 맛없게 만드는 재주에 더해서 그걸 또 생색내는 묘한 재능이 있었다 - 아이스 박스 위에서 한없이 잠을 잤다. 다행히 숙취와 수면 부족으로 인해 긴 시간 잘 수 있어서 그나마 하루가 빨리 지나간 것 같다.
꾸역꾸역 바오밥 나무도 한 번 봐주고ㅎ 오후에는 다행히 컨디션이 나아졌다. 가끔 란도에서 앞자리에 앉은 멤버의 플레이리스트를 함께 들을 수 있었는데 L이 재생한 첫 곡이 정말 충격적이었다ㅋㅋㅋ 그가 좋아하는 무명 래퍼의 곡이라는데 들리는 가사라곤 M*****F*****뿐인데??? 아니, 성실하고 착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다시 볼 뻔@.@ 나중에 얘기해 보니 코미디를 기반으로 다양한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의 곡이어서 그나마 이해하기는 했지만 공공장소에서 틀기에는 좀 부적절했소;; 다행히 다음 곡들은 둠칫둠칫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곡이었고 우리는 아프리카에 온 기념으로 라이언킹 OST도 함께 들었다.
점심은 현지 식당에서 뷔페로 먹었는데 너무 별로라서 또 우울해짐;; 먹는 게 중요한데 점점 더 나빠질 수 없는 수준으로 가고 있었다. 2주 넘어가니까 사람이 자꾸 부정적이 되는 것 같은 기분.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잔지바르 가서 모두 해소된다ㅎ) 쪼그려 앉는 화장실도 싫고 모든 걸 미워하던 날이었던 것 같다ㅋㅋ 다행히(?) 썸남이 있어서 겨우 버티고 있었던 멘탈... 썸남도 금방 정리되기는 했지만(!) 흥ㅋ
2.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든다는 건
다행히(?) 꼭두새벽부터 서둘러서 저녁 7시 전에 캠프 사이트에 도착했다. 아프리카 대륙은 거대하고, 27일 안에 7개 국가를 섭렵하려면 열심히 움직여야 한다. 다음에는 반드시 한 개의 나라만, 제발>< 캠프 사이트가 아름답지만 즐길 틈도 없다. 저녁 시간까지 잠깐 남아있는 시간 동안 급하게 샤워를 했다. 내일은 간단한 짐만 챙겨서 잔지바르에 들어가는 날이기 때문에 12달러를 내고 숙소를 업그레이드했다. 텐트에서 방갈로. 많이 나아진 건지 알 수 없는 숙소 상태였지만 그래도 모래더미 안에서 자지 않는 게 어디야ㅎ 필요한 물건은 백팩에 넣고 캐리어는 두고 갈 예정이라서 짐 싸는 것도 큰일이었다. 이 모든 걸 해가 다 넘어가서 깜깜해지기 전에 해야 해! 후하, 아프리카 여행은 한없이 란도에서 시간을 죽이거나 도착하면 후닥닥 바쁘거나 둘 중 하나의 상태만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나마 긍정적이었던 건 오랜만에 먹을 만한 저녁 식사를 했다는 점이었다. 캠프 사이트의 컨디션은 천차만별인데, 오늘은 근사한 레스토랑이 붙어 있는 곳이라서 맛있는 뷔페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최고의 맛은 아니더라도 이 정도면 충분해요 정말ㅠ 사람이 아주 겸손해지네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잠드는 밤을 사랑한다. 잠귀가 예민해서 작은 소리에도 잠을 설치지만 파도 소리만큼은 자장가 같이 몸과 마음을 이완시켜 주는 듯. 방갈로는 방음이 거의 안 되는 곳이라서ㅋ 해변에서 잠드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지. 바쁘다 바빠, 패키지 투어.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지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탄자니아 여행은 정말 천국이다. 이제 힘든 날들은 넘겨버리고 아프리카 트럭킹 최고의 날들이 기다리는 밤이었다.
@ Mikadi Beach Camp
Johannesburg to East Africa Overland Safari & Participation Camping (27d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