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세렝게티 국립공원(3) - 응고롱고로

아프리카 트럭킹 26일차

by 여행하는 루나씨



Day 26



2025년 9월 24일, Ngorongoro/Arusha, Tanzania




1. 세렝게티 국립공원 3일차 - 응고롱고로



가장 깊은 산 속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특별했다. 숲 속에 기린이 놀러왔다는 소식에 다들 한참동안 기린과 알 수 없는 교감을 나누었다. 우리가 기린을 구경하는 건지 기린이 우리를 구경하는 건지ㅎ 꼭두새벽에 일어나는 일정은 항상 너무 힘들지만 늘 멋진 장면을 준비해주는 자연의 선물 덕분에 힘차게 하루를 시작해 본다.


응고롱고로 크레이터 사파리 드라이브가 시작되었다. 응고롱고로는 당연히 세렝게티 국립공원 안에 있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검색해 보니 세렝게티와 붙어있는 별개의 보존구역이라고 한다. 뭐.. 자연에 구역을 나누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실제로 세렝게티 국립공원은 케냐 구역과 탄자니아 구역으로 나뉘는데 동물들은 당연히 국경 상관 없이 이 쪽 저 쪽을 옮겨다니며 살아가고 있다.


사파리의 첫 시작은 사자 부부의 섹스신이었다(!) 사자의 부부 관계는 매우 빨리 끝나며 15-20분 정도의 휴식을 가지면서 여러 번 번식 행위를 한다고 한다. 흐음.. 그다지 알고 싶지 않은 사자의 사생활이었다. 우리는 첫 관계를 간발의 차이로 놓쳤기 때문에 다음 관계를 기다리며 대기했다. 아니, 수십명의 인간이 사자의 성행위를 보겠다고 숨죽이는 장면이 매우 웃겼다. 그 와중에 O는 첫 관계를 고화질의 동영상으로 남길 수 있었는데 공유해 주겠다는 제안은 그냥 거절했다 ㅋ



날씨도 좋고 끝없이 이어지는 초록의 풍경이 숨막히게 아름다운 날이었다.



엄청나게 많은 누떼를 볼 수 있었다. 얼룩말떼와 버팔로떼까지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처음에는 우와, 우와, 우와, 하며 감탄하다가 이런 장면이 계속되자 다들 감흥이 없어지기도 했다ㅋ 아프리카 트럭킹 26일차, 세렝게티도 3일차, 이제 우리는 뭔가 특별한 걸 기다리고 있었다. 숲 속에 코뿔소가 있다고 해서(!) - 한달동안 코뿔소를 제대로 만나지 못 했다 - 길가에 죽치고 앉아서 찾아봤지만 결국 못 봤다. 너무 멀리 있고 나무가 많이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코뿔소 한 번 보겠다는 모두의 염원으로 인해 좁은 길이 꽉꽉 막혀 있었다. 인간은 참 재미있다. 다들 번쩍이는 눈빛으로 코뿔소 사진 하나 찍겠다고 트럭 밖으로 고개를 빼고 있다. 자연이라는 건 예측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건데. 사파리 드라이브라는 게 결국 귀한 동물 보겠다고 여기저기 동동거리며 쫓아다니는 거네. 요즘은 사진과 동영상 인증까지 필수라서 어디든 자리 경쟁이 치열했다. 무슨 부귀영화를 얻겠다고.. 물론 루나씨도 함께 고개를 빼고 있었죠ㅎ 코뿔소는 귀하니까요ㅋ



누의 이동 시즌은 끝났다고 들었는데 여전히 길을 건너는 누와 얼룩말 무리들이 많았다. 동물 관찰을 위해 사파리 트럭이 멈추면 그 사이로 유유히 지나가는 동물들도 있었지만 길 건너기를 거부하는 동물들도 있었다. 늘 보는 사이인 듯 트럭을 두려워하지는 않지만 묘하게 거슬려하는 표정과 몸짓. 자꾸만 미안해지는 마음이었다.



2. 초록과 파랑으로 물드는 풍경



귀여운 품바 멧돼지를 아주 가까이에서 만났다. 계속 멀리 있고 빠르게 통통통 움직이는 녀석들이라 좋은 사진이 없었는데 마지막날에 성공! 살다보면 원하는 건 슥 다가오는 법. 뭐든 발 동동거리며 아쉬워 할 필요가 없는 거였다. 우간다의 국조라는 새도 알게 되었다. 사진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참 크고 아름다운 새였다. 버드 와칭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 했었는데 색다른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패키지의 힘이 대단하다. 피곤한 루나씨의 멱살을 질질 끌고 가서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그러면 또 힘이 나기도 하는 거지. 아름다운 곳이었다. 상상할 수 있는 또는 상상해 본 적도 없는 모든 초록의 하모니가 끝없이 이어지는 길이었다. 집채만한 행복이 여기에 있다.



휴식을 위해 도착한 장소가 천국 같은 곳이었다. 옆에 나란히 앉은 L에게 말했다. “나는 여기에 살고 싶어.” 푸른 호수와 초록의 식물과 이국적인 나무들과 산 위에 걸린 구름까지. 무엇보다 인간의 흔적이 없는 곳이었다. 화장실은 부쉬부쉬로 해결할 거냐며 농담으로 대화는 마무리되었지만 아프리카 트럭킹 27일 중 가장 영혼이 화사했던 시간으로 기억한다.



3. 마지막 밤



끝없이 이어지는 동물들의 감동적인 모습을 뒤로 하고 다시 아루샤의 캠프사이트로 돌아왔다. 저녁은 맛있었고 모두들 행복했다. 역시 세렝게티와 응고롱고로는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완벽한 장소였다. 각 멤버들의 모국어로 진행되어 영어 원어민을 가장 당황스럽게 하는 베스킨라빈스 31 게임이 이어졌고 다들 평소보다 조금씩 더 술을 마셨다. 아프리카의 마지막 밤을 아쉬워하며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다. 이제 내일이면 길고 긴 여행을 마무리하고 각자의 길을 떠나게 될 것이다. 아프리카 여행을 더 이어가는 멤버도 있고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멤버도 있고 루나씨처럼 케냐 나이로비에서 좀더 시간을 보내는 멤버도 있었다. 전세계의 어느 곳에서 알 수 없는 인연으로 만나 2주간의 여행을 함께 했다. 모두의 행운을 빈다.



@ Meserani Snake Park (again)


Johannesburg to East Africa Overland Safari & Participation Camping (27d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