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트럭킹 27일 다이어리 끝!

아프리카 트럭킹 27일차, 마지막 날

by 여행하는 루나씨




Day 27



2025년 9월 25일, Arusha, Tamzania - Nairobi, Kenya



1. 탄자니아에서 케냐로, 국경 넘기


아프리카 트럭킹 27일 투어는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출발해서 케냐 나이로비에서 끝나는 여정이라 7개국을 커버한다고 생각했지만 남아공과 케냐는 시작하는 날 저녁, 끝나는 날 오전에만 머무르기 때문에 사실상 5개국 투어였다. 보츠나와, 짐바브웨, 잠비아, 말라위, 탄자니아. 다행히 케냐에서는 6박 7일 동안 여유 시간을 두고 머무른 덕분에 마사이마라 국립공원 사파리 투어에도 다녀올 수 있었다. 사실 마다가스카르 여행을 가려고 비워둔 시간이었는데 6박 7일은 택도 없이 모자랐다. (나만 몰랐나;;)



국경을 넘는 건 항상 너무나 어렵고 지루한 일이다. 27일 동안 너무 많은 국경을 넘었다. 여행사 안내서는 여권에 도장을 추가하세요! 라는 활기찬 말로 여행자를 유혹하지만 여권에 도장 찍는 게 무슨 소용인가. 제대로 된 여행을 하는 게 중요하지. 아프리카는 알아볼 것도 너무 많고 안전 문제도 있어서 패키지를 선택했지만 이런 식의 여행을 다시 할 것 같지는 않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경험했지만 너무 빨리 지나가는 순간들이 아쉬운 적이 많았다.


이제는 루나씨의 지정석이 된 아이스박스 위에 누워서 바라본 하늘에 슈크림빵 같은 구름이 몽글몽글 떠 있다. 한 달 내내 특별한 예외 없이 날씨가 좋았다. 조금 추운 밤도 있었지만 대부분 따뜻하고 화창했다. 많은 동물들을 만나며 자연의 신비함에 감사하는 시간이었다. 역시 마지막 날이라서 자꾸만 추억에 빠져들고 있었다.



누군가 란도에 돌을 던졌다!!! 창문이 박살났지만 다행히 파편은 튀지 않았다. 깨진 창문 쪽에 앉은 멤버들은 급하게 자리를 옮겼다. 케냐는 국경을 넘자마자 호객 행위도 공격적이던데... 무시무시한 나이로비의 첫인상이었다. 중간에 은행에 들러서 현금을 출금하러 갈 때도 가이드가 모든 멤버를 인솔하며 이동했다.


호텔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루나씨는 따로 예약한 아파트먼트로 이동했다. 침실, 테라스, 주방, 티비, 세탁기, 수영장, 운동실까지 모든 걸 갖춘 숙소에서 아주 오랜만에 문명의 혜택을 누릴 예정이었다. 스파도 가고 싶었는데 당일 하루 종일 정전이라 못 갔다;; (역쉬 아프리카)



2. 작별인사


이별은 항상 어렵다. 숙소에 들어와서 뒹굴거리다 보니 점점 더 피곤해지는데 저녁 식사 자리가 생겼다. 원래 함께 세렝게티 2박 3일 투어를 함께 한 여성 6명만 오붓하게 마지막 밤을 보내려고 했는데 그룹 멤버들이 모두 섞여버려서 투어가 끝났는데 끝나지 않은 것 같이 애매한 분위기만 남았다. 설상가상으로 투어를 이어가는 멤버들이 묵는 호텔은 저녁 시간이 시작되자마자 정전 사태... 게다가 스무 명 가량의 식사 주문을 소화하기에는 호텔 레스토랑의 시스템이 어설펐는지 스테이크는 차갑게 나오고 에피타이저는 나중에 나오고 아주 난리법석이었다ㅠ 이러려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택시 타고 나온 게 아닌데;; 그래도 오랫동안 함께 여행한 몇 명의 가까운 친구들과 진한 인사를 나눌 수 있어서 따뜻한 밤이었다고 하자;;




3. 우당탕탕 아프리카 트럭킹 27일을 돌아보며


첫째, 영어가 엄청나게 늘었다. 텐트메이트 에밀리 덕분에 호주 억양 묻은 게 재밌다ㅋㅋ 둘째, 인간관계에 대한 여러 가지 통찰들이 흥미로웠다. 인간은 거기서 거기, 학교 교실에서 만나던 어린이들 사이의 역동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점이 놀라웠다. 나는 좀 더 유연한 사람이 되었다. 사람은 유연할 수 있을 때 가장 강하니까. 여유가 있다는 것, 슬쩍 넘길 수 있는 재치, 약자에 대한 연민 같은 것들은 모두 여유를 바탕으로 하는 강함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셋째, 아주 오랜만에 가슴 뛰게 하는 사람이 있었던 덕분에 연애세포가 부활했다(!) 여행 기간 동안 불타던 썸은 서로 본국에 돌아간 후 좋은 마음으로 잘 정리되었지만 다시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던 경험이었다. 넷째, 자연과 동물을 경험하는 여행에는 줌렌즈, 비싼 카메라, 쌍안경, 보온용품 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래서 다음 남미여행 준비물은 좀 더 꼼꼼하게 챙길 수 있었다. 다섯째, 심각한 화장실이 진짜 많았지만 부쉬부쉬는 안 하고 살아남았다. 대단한 기록이자 레전드ㅋㅋ 여섯째, 내가 입맛이 없을 수도 있고 그것 때문에 살이 쪽쪽 빠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음번이 있다면 김과 라면을 챙겨갈 것이다><


... 어떻게 마무리하지? 27일간 아프리카를 여행했고 두 달에 걸쳐 27일간의 다이어리를 정리했다. 막연하게 떠올려보면 힘든 일 투성인데 하나하나 꼼꼼하게 적다 보면 감사한 순간들이 훨씬 많다. 그래서 매일 일기를 쓴다. 종종 부정적인 일들을 더 크게 기억하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 긍정적인 일들을 몸과 마음에 더 많이 새겨두기 위해서.


우당탕탕 아프리카 트럭킹 27일 다이어리를 마무리하며 지금은 멕시코를 여행하는 중이다. 그리고 빠른 시일 내에 친구들과 함께 보츠나와, 탄자니아, 마다가스카르를 여행하고 싶다. 여전히 삶은 흐르고 여행은 계속되고 기록도 이어질 것이다. 더 성숙해지고 행복해지는 미래를 위해, 꾸준히 여행하는 루나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