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에서 자전거 타는 법

멕시코시티 3일차(1/2)

by 여행하는 루나씨



Day 3



2025년 10월 26일, 멕시코시티



1. 갑자기 자전거 투어


이래저래 시차 적응이 힘든 날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립인류학박물관에 가기 위해 오전 9시쯤 일어났다. 입장료가 무료인 일요일이라서 사람이 많을 것 같으니 오픈런을 하자고 다짐한 참이었다. 러닝도 하고 싶었지만 아직 컨디션이 돌아오지 않았다;;


어제 키친에서 잠시 이야기 나눈 독일 친구 바바라를 만났다. 똑같이 독일에서 온 사비네와 함께 있었는데 갑자기 자전거 투어 이야기를 꺼낸다(!) 호스텔 스텝인 롤란도가 투어 가이드를 자청했는데 비용은 무료, 적당한 팁을 주면 될 것 같다고 했다. Why not! More people more fun! 재밌을 것 같았다, 자전거투어><



2. 매주 일요일은 차 없는 날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근처에서 각자 자전거를 빌린 후 bellas artes 앞에서 만났다. 자전거는 ECOBICI 앱을 통해 빌릴 수 있는데, 하루 비용을 결제하면 각 정류장 사이에서 최대 45분까지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우리는 모두 처음 써 보는 시스템이라서 2시간 넘게 같은 자전거를 가지고 다녔는데, 고객센터에서 요금이 많이 청구되니 가까운 보관소에 주차하고 다시 대여하라는 전화를 해 주었다.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잘 관리되고 있다는 믿음이 생겨서 며칠 후에 혼자 다시 한번 자전거를 탔다. (45분이 넘은 요금은 추가로 청구되었다;;)



투어는 호스텔 스텝이 가볍게 제안한 거라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고, 날씨도 좋은데 자전거나 탈까, 생각했던 건데 그는 생각보다 본격적인 가이드였다! (=맙소사 설명이 너무너무너무 많았다;;) 덕분에 bellas artes, 우체국 건물 등 센트로 지역에 있는 여러 건물들의 역사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지만,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를 자전거로 지나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비극의 서막)



독일은 자전거 도로가 흔한 나라라서 그런지 바바라와 사비네는 롤란도와 자전거를 타는 와중에 설명을 듣는 일이 아주 자연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루나씨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 자전거를 타 본 적이 없습니다? 서울에 살 때는 여의도나 안양천 같은 곳에서만 자전거를 탔고 제주도로 이주한 후에는 자전거 탈 일이 거의 없었다. 베를린에서는 사람도 없고 차도 없는 외곽 지역이라서 자전거 타는 데 문제가 없었구요. 그런데 일요일 대낮의 멕시코 시티는 차가 없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자전거, 롤러블레이드, 달리는 사람, 미니 바이크까지 너무 혼란스러웠다ㅠ 그래서 일행과 조금 떨어져 충분한 공간을 두고 움직였는데 롤란도는 내가 자전거를 못 타는 줄 알고 자꾸 뒤돌아보며 걱정 걱정.. 민폐 캐릭터는 적성에 안 맞는데 말이다.. 정말 긴장되고 피곤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멕시코 시티 한가운데를 이 나라 사람들과 함께 모여서 지나가며 느끼는 주말 바이브가 참 좋았다. 생수 회사에서는 홍보용 생수를 잔뜩 나눠주었고, 그 생수가 차풀테펙 공원에 가는 동안 덜컹거리는 바닥으로 인해 자꾸만 떨어지는 게 너무 웃겼다ㅋ 주울 겨를도 없어..ㅋㅋ 캐슬에 다녀오고 국립인류학박물관에도 가려고 했지만 우리는 너무 피곤했고 롤란도는 말을 멈추지 않는 사나이였다(!) 가이드도 자기가 자전거 타고 싶어서 투어 제안한 게 분명해.. 돈 받고 들어줘야 하는 수다였다>< 엄청난 지식과 자부심을 자랑하는 정치외교학과 교수님 같은 느낌이라서 정말 너무 힘들었어;;; 팁은 모두와 상의해서 200페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풀테펙 공원과 성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성 안에서 평생 본 스테인글라스 중 가장 아름다운 작품을 만났다. 오래도록 머무르고 싶은 장소였는데 가이드가 너무 빨리 움직여서ㅠ 정말 아쉬웠다. 멕시코시티에서 7박 8일, 다시 한 번 가고 싶었지만 게으른 여행자는 결국 다시 못 갔습니다;;; 아하하;; 뭐든 무리하지 않는 성격은 세계여행을 하면서도 바뀌지 않아서.. 확실히 투어로 가는 곳은 마음에 깊게 새기기 어려운 것 같다는 깨달음. 혼자 차분하게 다녀왔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 차풀테펙. 일요일의 자전거 투어가 좋은 경험이긴 했어.



한참 자전거로 이동하고 나니 너무 배가 고팠기 때문에 멕시코 전통음식이라는 TLAYUDAS를 먹고 카페에서 음료도 한잔씩 마셨다. 강가에 있는 곳이라서 한 번 가 봤는데 물색깔이 너무 탁해서 깜짝 놀랐고-ㅁ- 예쁜 서점과 스타벅스도 있는 곳이었는데 사람이 정말 정말 정말 많았다. 대도시의 주말 + 거대한 축제 기간이다. 적응하기 쉽지 않다@.@ 돌아오는 길은 더 난리였다. 사람은 왜 이렇게 많고 자전거 도로를 막는 인력거(?) 같은 것들까지ㅠ perdon(실례합니다)을 수백 번 외치며 롤란도의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 허벅지를 혹사시키며 호스텔로 돌아왔다.



너무 피곤하고 힘든데 소칼로 광장 근처에서 큰 퍼레이드가 있기 때문에 곧바로 나가야 하는 날이다. What a long day... 2박만 예약하고 와서 숙소를 연장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호스텔도 옮겨야 하고 샤워도 해야 하고 그 사이에 맛집에도 가자구? 일단 움직여 보자.



3. 주말+축제+센트로+우버=비극


새로 옮긴 호스텔에서 차로 20분, 메트로는 30분 정도 걸리는 식당에서 만나기로 해서 우버를 불렀다. 픽업타임 8분에서 미리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빨리 가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서 일단 택시를 탄 루나씨@.@ 도착 예정 시각 17시 30분, 흐음, 나쁘지 않다.. 고 생각했지만 매우 나빴다! 우버앱의 도착 예정 시각은 실시간으로 늘어났고 한참 동안 차가 움직이지 않아서 우버 앱이 자동으로 탑승 상태를 확인하기도 했다.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너의 우버가 너무 오래 같은 장소에 있어!”


아아.. 하필이면 처음 만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저녁 시간에 생애 최악의 차막힘을 경험하다니.. 인생 정말 드라마틱하다;; 이때 바로 내려서 지하철을 타야 했는데 무슨 생각이었는지 계속 택시를 타고 가고 있었고.. (뭔가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안고 있었는데 끝까지 나아지지 않았다ㅠ) 결국 그녀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택시에서 1시간 이상 머무르다가, 정신이 번쩍 들어서 가까운 메트로에 내려달라고 했다. 우버 요금이 엄청나게 많이 나왔고@.@ 메트로를 타고 다시 호스텔에 있는 소칼로 광장 쪽으로 돌아가는 데 20분밖에 걸리지 않았으며 한밤의 메트로는 축제 기간이라 그런지 크게 위험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물론 메트로에 사람이 엄청 많았고 현지 남성들의 애매한 시선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 이렇게 빨리 이동할 수 있는데 택시에서 1시간 넘게 뭐 한 거지? 택시는 잘 생각해서 타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오늘 하루가 끝나려면 한참 멀었고ㅠ 다이어리는 2부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