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날 퍼레이드

멕시코시티 3일차(2/2)

by 여행하는 루나씨



Day 3



2025년 10월 26일, 멕시코시티 3일차(2부)



0. El día de los muertos 퍼레이드


하루가 아니라 이틀 같은 날이다. 내일은 반드시 아무것도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늦은 저녁, 축제의 행렬에 동참해 본다. 소칼로 광장 아래 메트로역에서부터 사람이 그득그득하다. 아아... 이건 여의도 불꽃놀이 같은 날이다! 여의도 불꽃놀이... 한 번 가고 다시는 가지 않겠다 다짐했었는데.. 내가 기어이 스스로를 이 복잡한 곳에 던져 넣는구나... 멕시코에서 무슨 부귀영화를 얻겠다고ㅠ



바바라가 왓츠앱으로 실시간 위치를 공유해 주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았다@.@ 맙소사... 그래도 중앙에서 한블럭쯤 벗어나니 그제야 연결이 되어서 드디어 maquillaje 샵에 있는 그녀들을 만났다!!!



1. maquillaje = 메이크업


이것은 할로윈이다. 다들 드레스와 메이크업과 머리띠에 진심이다. 루나씨는 이렇게 노는 거 많이 좋아하지는 않지만 일단 그녀들의 바이브에 편승했다. 온라인에서 이미지를 고르고 200페소(약 16,000원)를 내면 다정한 멕시코 언니가 얼굴에 그림을 그려준다. 이미지와 똑같이 하는 건 불가능한 듯하고, 메이크업인데도 그녀의 스타일이 남아있다. 머리띠를 두 개나 가진(?) 바바라가 하나를 빌려주었다. 루나씨가 고른 이미지는 시간이 좀 더 걸려서 그녀들은 먼저 퍼레이드를 위해 떠났다. (나쁜 결정이었다.)



2. 퍼레이드에 이렇게나 진심이라니


사람이 너무 많으면 인터넷으로 실시간 위치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잠깐 사이에 또 잊어버렸다ㅠ 돌아다니면서 찾아보려고 해도 퍼레이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을 모두 막고 있기 때문에 반대쪽으로 갈 수 없었다. 결국 5분에 한 번 정도 겨우 연결되는 인터넷으로 연락이 닿아서 소칼로 광장 맥도날드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ㅋ


엄청난 인파에 실시간으로 시들고 있었지만 멕시코 사람들이 이토록 진심인 시절에 이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고 기뻤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는 데 축제만큼 알맞은 방법은 없는 듯하다. 그래서 이토록 복잡한 시즌에 맞춰 멕시코에 도착한 거지. 일희일비, 숨 막히는 인파 속에서 괴로워하다가 화려한 축제 장식과 빛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며 감격하기.



사람이 너무 많아서 키가 작은 루나씨는 퍼레이드를 전혀 볼 수 없었다ㅋㅋㅋ 뭐 하러 나와 있는지 알 수 없는 시간ㅋㅋㅋ 사진에 진심인 사비네 덕분에 셀카봉을 동원하며 노력하는 그녀의 비디오를 통해(?) 퍼레이드 일부를 볼 수 있었고ㅋㅋㅋ 바바라가 아는 멕시코 친구 아이람까지 도착해서 걸스나잇이 시작되었다(!)



3. 루프탑바



아이람이 추천해 준 루프탑바는 소칼로 광장과 퍼레이드의 분위기를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는 멋진 곳이었다. 우리는 왜 저 아래에서 발끝을 들고 고생했나... 아예 일찍 여기 와서 우아하게 일요일밤을 즐길걸... 다들 술을 한잔씩 주문하면서 아이람이 추천해 준 미첼라다를 마셔봤는데 여기는 그저 맥주에 엄청난 양의 레몬주스를 섞은 후 스파이스를 약간 뿌려준 거라서 맛이 없었다ㅠ 아주 오랜만에 술 남기는 사태 발생(!) 이후 제대로 된 곳에서 미첼라다를 마셔봐야 한다는 아이람의 조언을 실천하려 했지만 기회가 닿지 않았다. 진정한 멕시코 미첼라다 경험은 미궁의 세계로..



어느새 슬쩍 넘어가고 있는 초승달이 앞에 보이는 건물에 걸려 있는 모습에 다 함께 감동한다. 각자의 여행 이야기, 스페인과 멕시코의 문화 차이 등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자 4명이 함께 노는 밤이 신난다. 아름다운 밤이었다.



4. 살사바



춤에 진심인 바바라와 멕시코 사람이니 예외 없이 살사를 즐기는 아이람, 스윙을 추다가 살사와 바차타를 배우고 있는 루나씨는 당연히(!) 근처 바에 춤을 추러 갔다. 사비네는 다음날 새벽부터 2주간의 멕시코 투어가 계획되어 있었으므로 아쉽지만 여기에서 아디오스.


아이람이 추천해 준 음료는 불량식품 맛이 너무 많이 났다!!! 그녀가 사 준 캔디까지, 어려서 그런 건가 멕시코라서 그런 건가ㅋㅋ 루프탑 바에서 마신 미첼라다까지, 멕시코 걸 아이람 덕분에 새로운 경험이 많은 밤이었다.


살사를 잘 추지는 못 하지만, 바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춤을 대충 추고 있었기 때문에ㅋㅋ 적극적으로 눈을 맞추며 멕시코 남성분들과 춤을 즐겼다. 불량식품 맛이 나는 파란 칵테일에는 보드카가 잔뜩 들어있었기 때문에 결국 만취 엔딩ㅎ



숙소까지 걸어서 8분 정도, 여차하면 러닝 실력을 뽐내보자 생각하며 집에 돌아가는 시각, 새벽 2시ㅋㅋ 축제 기간이라서 그런지 거리에 여전히 사람이 많아서 위험한 느낌은 없었다. 저녁에 받은 메이크업을 지우느라 엄청 고생했다ㅠ 클렌징 오일이 반드시 있어야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