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티우아칸 투어

멕시코시티 5일차

by 여행하는 루나씨



Day 5



2025년 10월 28일, 멕시코시티 5일차



익힌 채소를 먹어야 하는데 무턱대고 섬유질 부족이라며 샐러드 먹은 루나씨... 예외 없이 장염에 시달리고 있다(!) 아마 정수로 세척하지 않았을 것 같은 느낌... 레스토랑이라서 좀 방심했다ㅠ 정신 안 차리냐 진짜;; 하루 종일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점심도 거르고 매우 예민했던 날@.@



오늘의 교훈 - 나는 가이드 투어를 싫어한다(!)


특히 잠을 제대로 못 잔 오전 시간이라면 모든 게 거슬린다. 이번 투어는 버스 내 설명이 영어와 스페인어로 진행되어서 머리가 더 아프구요;; (시끄러운 설명이 두 배) 가이드 앨런은 목소리가 엄청 크고 감정적이라서@.@ 안내를 들으면서 급속도로 피곤해졌다ㅠ 귀가 예민한 자의 숙명.. 게다가 루나씨는 역사와 종교에 그렇게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새로운 대륙, 새로운 나라라서 좀 다를 줄 알았는데 그냥 대쪽 같은 취향이었어... 모든 사람이 추천한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 때도 됐는데 매번 헛발질이다. 인도에서 타지마할 안 가고 파리에서 루브르 안 가도 다 살아지는데 말이야. 이번에도 나 자신을 너무 모른 결정이었다ㅎ 9개월차 여행을 해도 여기저기 구멍이 나고 수십 년 인생을 살아도 이래저래 내 맘 같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오티우아칸은 정말 멋진 곳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들러야 할 곳이 너무 많았다.


투어는 9시간 동안 Tlateloco, the Bacilica of Guadalupe, Teotihuacan을 포함하는 일정이었다. 처음 간 장소에서 루나씨는 더 이상 옛날 건물들에 관심이 없고;; 멕시코시티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역사에 마음이 아프긴 했지만;; 가이드가 개인적으로 화를 참지 못 하면서 사건의 디테일에 시간을 너무 많이 쏟았기 때문에 다들 조금 황당한 표정으로 투어를 이어가고 있었다. 주변 공원에 펼쳐진 죽은 자의 날 장식에 관심이 더 많았지만 가이드는 그냥 기념사진 찍고 빨리 버스에 타라는 듯이 서둘렀던 것도 좀 안타까웠다. (이 날 이후 피곤하고 귀찮은 마음에 투어를 예약하려 하다가도 아니다, 나는 투어를 싫어한다, 스스로에게 경고해야 했다. 물론 종종 정신줄 놓고 또 투어를 예약하고 후회하는 이야기가 몇 번씩 반복되는 게 인생.. 하아..) 다음 일정은 유명한 과달루페 그림을 보러 가는 거였는데 아마도 가톨릭 신자들에게만 의미 있을 것 같은 느낌? 다만 주변에 있는 여러 개의 성당 건물과 함께 언덕 위에 올라가서 맞이한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이탈리아 느낌이 나기도 하고.. 이제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유럽보다 중남미여행이 훨씬 다채롭고 재밌는 느낌. 아무래도 식민지 영향이 있다 보니 유럽에서 보던 예쁜 풍경을 자주 볼 수 있는 데다가 음식은 더 맛있고 물가는 더 싸다. 역시 단점은 한국에서 너무 멀다는 거겠지. 퇴사 후 쉬면서 비로소 이룰 수 있었던 중남미여행의 꿈, 매분매초 행복과 불안을 오가는 마음이었지만 새로운 여행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드디어 테오티우아칸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에 시작한 일정에 점심 식사를 모두 마치는 시간까지 오랫동안 기다렸다. 가이드 투어의 장점은 편하게 내 사진을 부탁할 수 있다는 점. 그런데 가이드가 사진을 너무 못 찍는다ㅠ 아, 정말 아시아 와서 교육 좀 받으시라구요. 그래서 건질 게 없던 내 사진..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 하고.. 드디어 자유 시간이 생겼다!


태양의 피라미드는 올라갈 수 없었고 달의 피라미드 위에 사람들이 잔뜩 올라가 있었다. 여행을 하면서 확신하는 사실 하나, 높은 데 올라가면 무조건 좋은 게 있다ㅎ 다만 달의 피라미드 중간까지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은 정말 가파르다! 길지 않아서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3분의 2쯤 올라갔을 때 갑자기 뒤로 넘어갈 것 같다는 공포가 닥쳐왔다. 쉽게 올라갈 수 있는 각도는 아니었다. 용감한 모습으로 끝까지 올라가려고 했는데 결국 나머지 부분은 두 손을 짚으면서 기어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왜 사람들이 줄 붙잡고 엉금엉금 올라가는지 그제야 이해가 되고;;;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본 적은 있지만 올라가 본 적은 없기 때문에 높은 곳에서 바라본 테오티우아칸 전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이런 장면 하나를 보기 위해 긴 비행 시간과 무거운 배낭과 거슬리는 사람들을 모두 참으면서 여행을 하는 거지. 하루 종일 앉아있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명장면이었다. 이것이 권력의 맛인가? 고대에 만들어진 인류의 불가사의에 가까운 유적들을 방문할 때는 항상 생각하게 된다. 이만한 노동력을 동원할 수 있는 권력.. 그 권력이 갖고 싶다..ㅎ 가만히 풍경을 감상하다 보니 옆에서 남성분들이 곧 떨어질 것 같은 가장자리에 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멋있어! 루나씨도 도전! 하지만 외국인이 찍은 사진은 영 맘에 들지 않았고 (아 제발) 옆에서 인스타그램 사진을 찍고 있는 중국 여성분에게 다시 부탁할까 하다가 그냥 포기해 버렸다.



혼자 여행하면 사진 부탁하는 것에도 익숙해져야 하는데 내 사진에 큰 욕심이 없다 보니 가이드나 동행이 없을 때는 그냥 넘어가게 된다. 그러다가 겨우 마음을 먹고 외국인에게 부탁하면 사진이 엉망.. 그러고 보니 루나씨가 가는 곳에는 왜 한국분들이 없지? 사진은 한국분들이 제일 잘 찍는데 말이다ㅎ 가까운 친구랑 여행하는 게 최고긴 한데. 수십 장의 사진을 찍으면서 인생샷을 남겨주는 베프의 애정 어린 노력이 특히 더 그리운 날이었다.


투어를 마무리하고 테오티우아칸에서 나오는 길에 숲이 무성한 게 아프리카 같아서 잠시 추억에 잠겼다. 여행은 마무리한 후에 좀 더 생생해지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퇴사와 세계여행 얘기를 나누고 아직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다고, 일단 돈 떨어질 때까지 여행할 거라며 웃었던 지금의 시간은 어떤 온도로 남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