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을 재정비하는 날

멕시코시티 6일차

by 여행하는 루나씨



Day 7



2025년 10월 29일, 멕시코시티 6일차



1. 몸과 마음을 재정비 해 보는 날


원래 조금 무리해서라도 Tolantongo(똘란똥고)에 가려고 했는데 남아 있는 투어가 너무 비싸더라(20만원). 16만원 정도까지는 어찌어찌 혼자 가기 애매하니까 지출하려고 했는데;; 너무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이틀 전에 알아보니까 자리가 없지ㅠ 게다가 혼자 가는 방법으로도 버스가 꽉꽉 차서 애매했다. 마침 남미사랑 카페 단톡방에서 어떤 분의 말을 들어보니 여름 폭우로 인해 상황도 좋지 않다고 한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음 기회에! 하루를 비우고 몸과 마음을 재정비해 본다.


그래서 늦게 일어났다>< 장기여행을 하다 보니 부지런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을 느끼며 오전에 자꾸 무언가를 계획하곤 했는데, 오늘은 일단 아무것도 없는 마음으로... 터미널에 과나후아토 가는 버스 티켓을 사러 다녀오고, 아마도 월마트에 가서 소소한 생필품을 사야 하고, 글을 쓰는 정도의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너무 귀찮아서 오전 8시쯤 잠을 깼지만 거의 11시까지 침대에서 뒹굴거렸다. 이 얼마나 뒹굴거리기 좋은 시대인가. 스레드와 인스타그램과 유투브를 오가다 보면 며칠이고 침대에 머무를 수 있다. 안락하고 위험한 인생이다. 시차는 적응된 듯하고, 계속 밍기적거릴 수는 없어서 뛰러 다녀오기로 했다. 일단 뛰고 나면 에너지가 올라와서 생산적인 하루를 보내는 타입의 사람이니까.



Palacio de Bellas Artes 바로 옆에 있는 Alameda Central Park에서 운동했다. 거의 일주일 만에 뛰는 거라서 워치도 안 가지고 나가는 바람에 몇 분이나 뛰었는지 도저히 알 수 없고 정신적으로 좀 힘들었다;; 블랙핑크와 아이브의 음악을 들으며 25분 정도 뛰고 들어왔다. 근육통이 전혀 없어서 대충 뛴 느낌이다-ㅁ- 내일도 일찍 일어나서 뛰어야겠다고 다짐.



2. 손빨래


어떤 여행자가 지퍼백으로 빨래하면 좋다고 해서 시도해 봤다. 사실 근처 빨래방에 맡기면 60페소(4800원)인데, 5,000원 아껴서 뭐 하나.. 생각하다가 일단 빨리 입고 싶은 티셔츠가 있어서 노력해 봤다. 나쁘지 않았고 급할 때 활용하기 좋을 것 같다. 인간의 팔힘으로 돌아가는 세탁기 같은 느낌ㅋㅋ 적당한 크기의 지퍼백과 시트형 세제는 짐 공간도 많이 차지 않아서 유용하다.



3. 버스 티켓은 온라인으로><


버스 티켓 온라인으로 구입하려고 하는데 페이팔이 자꾸 오류가 나서;; 내가 외국인이라서 그런가! 괴로워하며 현장 발매를 위해 터미널에 가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가기 싫어.. 밍기적거리며 호스텔 휴게실에서 어제 남은 빵을 먹고 있는데 지난번에 만난 한국 분과 그의 스페인 친구분이 들어왔다. 스페인 친구분과 어디서 왔는지 이야기 나누면서 한참 웃고 나니 더 귀찮은 느낌적인 느낌... 마침 한국 분이 멕시코에 몇 년 사셨던 분이라서 온라인 구매 팁을 문의했더니 두 사람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결국 조금 비싼 ETN 버스를 성공적으로 구매하고 나니 한결 행복해진 마음~* 휴게실에 있던 루나씨, 한국 남성분(이름은 묻지 않는 내 나라 문화ㅋ), 스페인 출신 조슈아, 멕시코 출신 제시카는 BTS 음악을 틀어놓고 한참 동안 정국의 대단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ㅎ




4. 글쓰기는 스타벅스가 답인가


이번 주 밀린 일기를 쓰는 데 2시간이 걸렸다-ㅁ- 기록을 지속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다시 한번 실감한다. 차분히 앉아서 글 쓸 시간을 많이 갖지 못했다. 아무래도 라틴 아메리카 여행 초기라서 마음이 자리잡지 않은 것 같다. 세계여행을 하고 있지만 모든 여행이 각각 분리된 느낌. 태국, 필리핀, 이집트까지 스쿠버다이빙 여행. 유럽은 그저 친구들 방문과 힐링. 아프리카 그룹 투어. 그 후 한국에 3주 다녀왔고 캐리어에서 배낭으로 가방을 바꾸고 보니 몸과 마음이 다시 리셋된 느낌? 그래서 실수도 여전하고 루틴을 다시 만들어가는 중이다.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은 날이 맘에 든다. 모종의 계시로(?) 똘란똥고에 가지 못 한 게 행운이라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여행의 경험이 쌓이면 내 스타일로 돌아오는 시간이 아주 짧아진다. 남들 한다고 다 하려고 하지 않기. 욕심부려서 꽉 찬 일정 만들지 않기. 거절 못 해서 애매하게 시간 보내지 않기.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영혼을 가지고 싶어서 여행을 한다.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는 삶. 조금도 엮이지 않은 인연. 하지만 이런 건 그저 이상일뿐, 매 순간 욕심에 휘둘리고 집착에 걸려서 일희일비하는 여행을 하고 있다. 인간이 그렇지. 인생이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