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티-과나후아토 8시간 40분
Day 9
2025년 10월 31일, 멕시티-과나후아토 버스 이동 8시간 40분 걸림
오늘도 남의 알람 때문에 예정보다 일찍 일어났다. 그나마 1회 알람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이미 잠을 깬 새벽 5시 30분...ㅠ
1. 멕시코시티에서 과나후아토 다녀오기 3박 4일
9시에 출발해서 17시 40분에 도착했다. 과나후아토는 3박 4일만 후딱 다녀오기로 했기 때문에 큰 백팩은 터미널에 맡겼다. 역시 짐은 가벼운 게 최고. 버스 이동은 처음이라 그랬는지 남의 알람 때문에 일찍 일어나서 그랬는지 이동 시간 전반적으로 너무 배고팠고 피곤하고 우울했다(!) 이후 버스 여행하면서 찾은 패턴, 몸이 피곤하면 100% 확률로 마음이 우울해진다. (정서적으로 예민한 인간의 인생이란..) 피곤해지지 않기 위해 특별히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여행을 이어나갔다. 출발할 때 3시간쯤 기절해서 자고 방황하다가 오후 즈음에 1시간쯤 더 자고 났더니 아주 조금 기분이 나아졌다. 멕시코 첫 버스 경험.. 쉽지 않았다. 중간에 가던 길을 유턴으로 돌아와야 하는 아슬아슬한 사건도 있었다. 무슨 파업(?) 같은 것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더 오래 걸렸나 생각했었는데 이후 멕시티로 돌아오는 버스도 결국 8시간 반 걸리더라. 멕시티에서 와하카 가는 버스는 야간버스로 끊어서 푹 자야지, 결심했지만 나중에 야간버스도 그리 편하진 않았다;; 편하려면 비싼 돈 내고 비행기를 타야지 암요 암요;; 버스에서는 스페인어 공부 영상을 아주 조금 보고 하루종일 스레드를 하고(데이터 무제한의 폐해) <스토너>를 약간 읽었다. 스페인어 공부에 대한 간절함이 아예 없어서 큰일이다. 그저 여행하다 보면 늘겠지..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네.
2. 오늘의 스페인어 레벨
과나후아토 버스 터미널에서 센트로까지는 엄청 삐걱거리는 로컬버스를 탔다(!) 택시도 비싸지는 않지만 짐이 아주 적었으므로 로컬 버스에 도전해 보기로 한다. 다음의 여행이 있다면, 학교 갈 때 맬 것 같은 평범한 백팩 하나만 매고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혹시나 해서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38L 배낭 안에 빼곡하게 들어있다. 터미널에 놓고 와서 다행이다.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여성분과 스페인어가 잘 통했다! 여기에 센트로 가는 버스가 있나요? 네, 곧 다른 버스가 도착할 거예요. 얼마인가요? 다른 건 11페소인데 이건 12페소예요. 당신도 이 버스를 타나요? 아니오. 저는 다른 걸 기다리고 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자신감이 차오른다! 그녀는 루나씨의 어정쩡한 스페인어를 사려 깊게 들어주고 천천히 대답해 주었다. 정말 친절한 사람이었다. 어제는 츄러스 가게에서 츄러스 두 개는 설탕 묻혀서, 두 개는 설탕 없이 주세요. 세 가지 맛은 뭔가요? 오늘 아침에는 버스터미널에서 여기에 3일 동안 짐을 맡길 수 있나요? 저기에서 계산하는 거라구요? 여기 아니구요? 9시 버스는 어디 있나요? 아직 도착 안 했군요. 언제 도착하는지 아시나요? 등, 멕시코 입국한 지 9일째, 갑자기 입이 터지는 시기였다. 한국에서 인강으로 1년 공부하고 스페인에서 한 달 동안 회화 공부한 거 유용하구나>< 매우 어설프고 문법은 엉망진창이지만 여행 기간 동안 살아남을 수 있겠다는 강한 확신!ㅋ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버스 안에는 흥겨운 라틴 음악이 흐르고 다 함께 춤이라도 춰야 할 것 같은데, 묘하게 어둡고 불친절한 운전기사(남)와 버스 안내 직원(남)의 모습이 모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외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새로운 여행에 대한 기대가 차오른다. 멕시코 음악에는 즉시 기분을 바꿔주는 힘이 있다.
3. 과나후아토 타코 맛집
구글 지도 살펴보다가 센트로까지 안 가고 숙소 근처에 딱 내렸는데 바로 옆에 타코 맛집이 있었다, 에헤라디야~*
현지 사람들이 많은 곳이었고 가격이 저렴했다. 메뉴 가장 위에 있는 간단한 타코를 먹었는데 살사도 다양하고 매우 만족이었다.
4. 과나후아토 호스텔 강력추천
숙소까지 100개가 넘는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건 정말, 정말, 정말 힘들었지만(배낭이 있다면 더 비극) 예쁜 건물과 도미토리 싱글 침대와 야경까지 모든 것이 맘에 들었다! 탁월한 선택! 커튼도 전혀 없이 그냥 한 집에 사는 사람들처럼 옹기종기 자는 게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되었지만 나중에 남미여행하다 보면 다닥다닥 붙어있는 싱글침대도 꽤 익숙해진다(순례자의 길 숙소도 그럴까?) 커튼 있고 거울 있으면 감사하게 되고ㅎ 방 한구석에 아늑한 침대를 골랐더니 1m도 안 되는 거리에 숙취에 시달리는 20대 유럽 남성이 들어온 건 약간의 단점이었고 락커가 매우 크고 욕실이 붙어있는 건 장점이었다. 뭔가 할머니댁을 개조한 듯 가족 같은 분위기가 맘에 드는 숙소였다.
멋진 루프탑 경치를 감상하면서 글을 한 편 썼다. 오늘 도미도리 예약 꽉 찼다던데 다들 놀러 나갔는지 텅 빈 7인실 침대에 엎드려서 뒹굴거리고 있는 거 찐행복.. 오랜만에 하동균의 From Mark를 시작으로 한참 동안 여유롭게 음악을 들었다. 밤 10시 넘어서 잠이 들었는데 그때까지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나이트라이프가 활발한 도시인 건가? 다음날 아침에 보니 나름 다 들어와 있어.. 신기한 과나후아토 생활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