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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경험의 확장, 또다시 햅틱

아스트로봇을 플레이하며

by 버터멜론

다른 채널에 써왔던 글들이 조금 있어서, 브런치 업로드 주기를 당분간 당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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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퇴근 후, 그리고 주말마다 아스트로봇(Astrobot, PS5)을 즐기고 있었는데요. 대략, 20시간의 플레이타임 이후 지난 일요일 엔딩을 보았습니다. 참고로 이 게임은 조작감이 핵심인 플랫포머 게임입니다(발판을 뛰어 넘으며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문법의 게임이죠). 일반적으로 플랫포머 장르에서는 조작 스킬과 목표 달성의 성취감, 그리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때의 새로운 탐험 요소가 매우 중요한데요. 아스트로봇도 이러한 요소들을 충실하게 구현하고 있습니다.


astro-bot-is-game-of-the-year-2024-v0-fqwwhcgzhj6e1.jpg?width=640&crop=smart&auto=webp&s=0fad0647c2501f8c80ed3c0fc297a2a3c75b9d70 2024년 GOTY(Game Of The Year) / 출처: Reddit


다만 아스트로봇은 기존의 장르의 틀을 벗어나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게임도 아니며, 여느 AAA게임처럼 눈을 사로잡는 그래픽을 보여주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4년 TGA에서 올해의 게임(GOTY, Game Of The Year)으로 선정된 점은 분명 주목할 만한데요.무엇이 아스트로봇을 그렇게 특별하게 만들었을까요?


많은 유저들이 아스트로봇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PS5의 듀얼센스 패드를 통한 햅틱 경험을 꼽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진동 기능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 해보면 캐릭터의 움직임과 주변 사물이나 환경과의 인터랙션 변화를 손 끝에 생상하게 전달해 줍니다. 예를 들어, 모래 위를 걸을 때와 물속을 헤엄칠 때 패드에서 전해지는 감각이 다르고, 무거운 물체를 끌 때는 트리거 버튼의 저항감이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촉각적 피드백은 단순한 기술 이상의 몰입감을 선사하며, 수천 시간 동안 경험해온 다른 게임들과 뚜렷한 차별점을 만들어냈습니다.


a1b0ecbf0c9e33cfaf1fe1206b1e544ad6e1428c.jpeg?quality=90&strip=all&crop=0%2C3.4613147178592%2C100%2C93.077370564282&w=1200 아스트로봇 PS5 컨트롤러 / 출처 TheVerge


물론, 햅틱 기능이 없었다 하더라도 아스트로봇은 충분히 재미있는 플랫포머 게임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손을 통해 직접 느껴지는 미세한 감각들은 게임 세계와의 연결감을 높여주었고, 이는 또다른 측면(Layer)의 사용자 경험(UX)에서 중요한 요소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었습니다. 아론 월터(Aaron Walter)는 <감정 디자인 모델>에서, 기능성, 신뢰성, 사용성 위로 '즐거움'을 피라미드 맨 꼭대기에 위치 시켰습니다. 아스트로봇이 보여준 촉각적 피드백은 기술적인 측면뿐 아니라 이러한 감각적인 만족감을 굉장히 크게 제공하였고, 즐거움 영역을 손 끝에서 자극한 게임이였다고 보여집니다. 이는 게임의 경험을 한층 끌어 올렸고 결과적으로 GOTY 수상의 영광도 차지할 수 있던게 아니였을까요.


20250311_Aaron Walter Pyramid.jpg Aarron Walter's hierarchy of user needs



플레이스테이션 듀얼센스 패드가 햅틱을 통해 유저-콘텐츠간 접점을 강화했다면, 우리 주변의 서비스에서도 여러 '경험의 연결 지점'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이전에 작성한 '로켓 프레시백' 역시도 서비스 연결 지점에서의 손 끝 경험에 부합하는 사례로 봐도 될 것 같네요.)



결국 사용자를 즐겁게 하는 경험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앱 화면이나 기능뿐 아니라, 손으로 만지고 몸으로 느껴지는 감각의 차원도 고려의 대상이 될 것 같습니다. 삼성의 '햅틱'폰이 2008년에 출시했던데, 당시 느꼈던 햅틱의 충격적인 기억과 경험을 오래 잊고 지내왔던 것 같습니다. 그 경험이 십수년이 지난 이제서야, 아스트로봇을 플레이 하며 다시금 느껴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서비스 설계와 경험 설계에 있어서 사용자와 연결 고리를 강화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일깨워 준 듯 합니다. 제가 담당하는 서비스에 있어서도 사용자와 더욱 가까이 연결되는 경험 레이어를 찾고, 그곳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더할 수 있는 방법을 더 깊게 고민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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