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물리치료사 서희원
Oct 25. 2024
영국으로 가기로 했다
Just do it and see what happens
Just do it and see what happens
'그냥 하고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보자'
근 10년간 나의 방향성을 요약하자면 대략 저 한 문장으로 요약이 될 것 같다. 일을 벌이고 수습하면서 사는 삶이라고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말하는 그것 나는 그 말 그대로 영국으로 가기로,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스코틀랜드로 가기로 결정했다. 사실 결과와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지는 않았으나 결과야 어쨌든 시도해보지 않으면 기회마저 잃는것이기에 지금은 기회가 왔을 때 그리고 더 젊을 때 도전하자는 마음이다. 그에 따르는 일이 긍정적이라면 아주 좋고, 아니라면 영어라도 조금 하게 되는게 어디냐 싶은 마음.
많은 사람들이 해외 이민을 생각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자유롭고 싶어서가 50%쯤은 된다. 북한 사람도 아닌데 무슨 자유 타령이냐고? 별로 거창할건 없다. 세상이 그렇게 넓다는데 얽매이지 않고 나도 넓은 세상을 보고싶은 마음 그뿐이다. 그리고 나도 그렇지만 앞으로 우리(나와 아내) 사이에 생길 아이가 더 큰 세상을 놀이터 삼아서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렇다고 내가 한국이 별로고 외국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건 아니다. 한국에서만 살았으니까 한국에 대한 불만이 없는것은 아니지만 그런거 보다는 그저 생소한 언어와 문화, 사람들을 만나면서 더 큰 그릇이 되고 싶다. 힘들건 알지만 만약 나에게 90년의 인생이 허락된다 가정한다면 그래도 1/3 이상은 한국에서 살았으니까 앞으로는 더 넓고 많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지구를 좀 넓게쓰고 싶달까 축구 할 때 운동장 넓게 쓰라고 하는것 처럼말이다.
물론,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상황은 언제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몰라서 곧 다시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현재로는 그렇다. 그러기에 내 직업이 유리하기도 하고.
사실 해외로 가는것에 대한 생각은 아주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구체적이진 않았으나 그때는 외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같은 것이 있던것 같은데 살아가면서 주변 사람들이 외국에 살며 자리를 잡았다가도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는것도 심심치 않게 보고 결정적으로 영어에 대한 두려움으로 마음을 애써 접었다. 그래서 불과 1년전만 하더라도 한국에서 석사까지 하고 어떻게든 비집고 성공해서 애도 낳고 아내와 단란한 가정을 꾸려 살아갈 생각을하며 구상 단계지만 여러가지 사업들도 생각해뒀다.
그런데 어느날 정말 우연하게 다시 해외 진출을 시도 해 볼 기회가 닿았는데 그렇게되니 완전히 버린줄 알았던 마음이 저 구석 어딘가에서 되살아나 또 꿈틀댔다. 그렇게 나는 몇 주 정도를 고민하다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아내에게 물었고 아내의 동의 아래에 그렇게 우리는 해외 이주를 꿈꾸며 힘을 합치기로 했다. 내가 아내라면 많이 불안하고 힘든 선택이었을텐데 나를 믿고 내 꿈을 위해서 흔쾌히 그 앞으로 달려와준게 너무 감사하고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그런 아내 덕분에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것 같다.
사실은 나도 알고 있다. 나를 위해서 흔쾌히 '그러자'고 했겠지만 아내가 이 불확실한 미래에 많이 불안해 하고 있다는걸 나 또한 마냥 좋다기 보다는 해외 생활에 대한 기대감과 불안감이 공존하는 상태다. 'Just do it!' 그러니까 '그냥 해!' 정신으로 질러놓긴 했지만 평생을 한국에서만 살았고, 해외에 10일 이상 나가본적 없는 내가 갑자기 외국에 가서 살겠다고 하니 나 스스로도 인지부조화가 올 정도인데 아내는 어떨까.. 아마 결혼 잘못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고 그렇대도 할 말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또 이렇게 불안한 마음들을 들고도 벌여놓은 일들을 책임감 있게 수습하는게 나니까 그냥 하루하루 내가 영국에가서도 잘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리라 믿고 그냥 눈 앞에 벌여놓은 일들을 수습하고 있는 중이다.
어쨌든 아내는 그렇게 쉽지 않은 결정을 해주었고 나는 그런 아내의 응원에 힘입어 준비끝에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있는 물리치료 대학원 석사 1년 과정에 합격했다. 지금은 학교 입학을 1년 유예하고 한국 대학원 졸업을 기다리며 영국 HCPC(Health & Care Professions Council)등록과 영어 점수를 준비하고 있다. 사실 아직 갈 길이 멀고 멀다. 나는 입학을 1년 유예 했기 때문에 올해 12월 오퍼가 다시 나와야만하고 영어 점수를 충족해야 한다.
물리치료사로 영국진출은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 개인에게는 그리고 우리 부부에게는 엄청나게 크고 인생을 바꿀만한 전환점이 될 일임에는 분명하다. 대학원에서 약속을 받았으니 오퍼는 다시 나오겠지만 비자, 집 구하기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많기만하다.
사실 아직은 뭐 하나 확실한게 없어 마음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오늘도 '힘들다고 어렵다고 생각말고 그냥 하다보면 되리라, 누군가가 했다면 나도 할 수 있다.'고 마음을 다잡아본다.
앞으로 딱 3년 고생길이 훤하겠지만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버텨볼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 그 여정을 기록하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