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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태용 Nov 10. 2024

덧없음의 미학

낙엽의 시간。

창가에 앉아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본다. 붉은빛, 노란빛으로 물들었다가 마침내 갈색으로 변해가는 잎사귀들. 그것들이 바람에 흔들리다 땅으로 내려앉는 모습이 어쩐지 평화롭다. 죽음이라는 것도 저렇게 고요할 수 있을까.

낙엽 하나가 천천히 떨어진다. 그 움직임이 마치 우주의 시간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과학자들은 말한다. 우주도 언젠가는 끝이 날 거라고. 모든 별들이 차갑게 식어가고, 은하수도 점점 흐려지다가, 마지막에는 영원한 어둠만이 남을 거라고.

이상하게도 그 생각이 두렵지 않다. 오히려 위로가 된다. 우리네 생이 유한하듯, 이 광활한 우주도 유한하다는 사실이. 영원할 것만 같은 저 하늘의 별들도 언젠가는 스러질 것이라는 사실이. 그렇다면 우리의 죽음도 자연의 섭리 안에 있는 것이 아닐까.

아파트 단지 앞 공원의 나무들 아래 쌓인 낙엽들을 본다. 해마다 반복되는 계절의 순환. 떨어졌다가 다시 돋아나는 잎사귀들처럼, 죽음이란 게 끝이 아니라 다른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우주의 종말 이후에도 어쩌면 새로운 무언가가 시작될지 모른다.

저녁 하늘에 별이 뜬다. 수천 년 전 누군가도 이렇게 별을 보며 생각했을까. 살아있다는 것, 죽는다는 것, 그리고 우주의 끝에 대해. 창가에 기대어 앉아있으니 차가운 공기가 스며든다. 낙엽 하나가 또 떨어진다. 그 모습이 왠지 아름답다.



인생도, 우주도 언젠가는 끝이 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두렵지 않다. 모든 것이 유한하기에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창밖으로 보이는 나뭇가지에 마지막 잎사귀 하나가 떨린다. 나는 그저 바라본다. 이 찰나의 순간을, 덧없는 아름다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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