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행동이 시작이 되는 것처럼
'너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이 말은 내가 살면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다. 나는 타인에게 내 전부를 보여주는 것을 원치 않는 성격을 가져 생각에 관한 공유를 하지 않는다. 그것은 다소 잘못된 사고방식이라는 스스로 결론을 도출했지만, 그것을 고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나는 이토록 허점이 많은 사람이기에 스스로에게도 객관적으로 내다보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어렵기만 한 주제였다.
모든 관계엔 어느 정도의 아름다움과 적당한 피로가 존재한다. 가끔은 삶에서 무의미한 관계를 맺기도 했고, 아주 이로운 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비록 그것이 긍정이 아닌 부정의 의미로 마무리될 때면 인간관계의 큰 고민을 하고 문제점을 찾게 된다. 가끔은 나의 문제로 관계는 삐걱거리고, 가끔은 타인의 문제로 삐걱거렸었다. 필자는 사물, 인간 등 다양한 관계를 냉정하게 바라보길 원했고 그것을 더욱 객관화하기 위해 '관찰자' 입장에서 모든 것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만의 세계를 구축할 무렵, 아무것도 내 세계 안으로 들이고 싶지 않았던 기억 속 어느 날 나의 세계를 궁금해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은 자매였고, 나를 이성적인 시선이 아닌 인간의 한 사람으로서 관찰하고 나름대로 그 결과를 가지고 나의 세계에 문을 두드렸다. 일로 만난 사람들이었지만, 그 사람들과 나는 평소 이야기도 잘하지 않는 사이였다. 우리는 그저 존재만 인식했고 일도 같이할 일이 없어 서먹했다. 사실은 그들은 나를 연구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었지만 나는 알 길이 없었다. 그렇게 연관 없는 사람들과 지내던 중 문득 자매 중 한 사람이 나에게 질문했다. '괜찮아요?' 아무런 인사도 없이 그 사람은 나의 상태를 물었다. 아무도 나에게 아무런 인사 없이 다가온 적이 없었던 터라 흘러가듯 물었던 질문은 정적을 만들었다. 정적은 반나절 지나 '네'라고 대답한 나의 대답으로 깨졌다. 당시 일로 인해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있었던 터라 내 안부를 묻는 것이 부담스러우면서도 내심 고마웠다. 그 사람은 나의 늦은 대답에도 그저 더 이상의 것을 묻기는커녕 다행이라는 표정과 잘 가라는 손동작을 하며 집으로 향했다.
그날 밤은 온갖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무엇을 의도한 질문이었을까, 내가 너무 늦게 대답해서 상처를 받진 않았을까, 좀 더 솔직하게 아니라고 말해야 했는가. 등 너무나 많은 생각들이 나의 머릿속에서 굴러다녔다. 잠을 이루기는 참 어려웠고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다음날 꼭 그 질문의 목적을 알기 위해 질문을 만들어 말하는 연습을 했다. 아마도 답답함은 나를 용기 있게 했다.
막상 다음날이 되니 괜히 또 내 세계의 문이 잠시 열릴지 두려웠던 나머지 나는 그 사람에게 궁금했던 것을 물어볼 수 없었다. 그 사람 역시도 다음날부터 또다시 한동안 아무런 말도 걸어오지 않았다. 심지어 우린 평소처럼 인사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안 좋아 보여 예의상 물어본 것은 아닐지 여기며 나의 궁금증을 그저 스스로의 생각으로 해결했다. 그렇게 2주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쯤, 그 사람은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더니 그 사람의 동생도 나에게 인사를 했다. 나는 사실 그날 그 둘이 자매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우리는 그렇게 처음으로 정식인사를 건넸고, 간단한 업무용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던 중 처음 질문했던 내용이 기억나 나도 몰래 저번 일에 관해 물었다.
'도대체 왜 그때 괜찮냐고 물었나요?' 오랫동안 참아왔던 궁금증은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왔고, 그 사람은 '그냥요.'라 말하며 상황을 종료시켰다. 하지만 그 대답은 그들과 나의 관계를 시작됨을 알리는 말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항상 먼저 인사를 했고, 그들은 밝게 맞아 주었다. 이윽고 우리는 나름대로 동료가 되었고, 고민도 나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