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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반림 Sep 17. 2024

감정과 관계의 미세한 균열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은 참 어렵다. 누군가 컨트롤할 수 없는 노릇이기에 대처할 방법이 없다. 나는 이성적인 사람이라 자부했지만, 그들에겐 그렇지 못했다. 지나치게 감정적인 사람이 되어 있었고, 그 관계를 꼭 유지하고 싶었다. 최대한 좋은 말을 하려 노력했고, 비록 이후 내가 조금 지친 상황을 마주하더라도 그것이 나름의 최선이었다. 훗날 어떠한 결과로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계산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더욱 싫었다. 역시나 취향은 달랐고, 경험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는 방식도 달랐다. 그들은 그저 노는 것과 체험하는 것이 경험이라 여겼고, 나는 더욱 많은 일과 그것을 위해 노력하고 땀 흘리는 것이 노력이라 여겼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이 하나의 가족처럼 느껴지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당시 사회에 갓 나온 상태였기에 그것이 그다지 소중한 인연인지는 몰랐다. 나는 그들의 다가옴에 처음부터 경계심을 가졌기에 소중함을 느끼는 것은 오래 걸렸다. 그들은 주로 카페에 가서 무언가를 마시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다. 카페에서 수다 떠는 것만큼 소속감이 생기는 것이 없다고 말했지만, 지금까지도 그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그렇게 몇 시간의 수다를 마쳐야만 그들은 소속감과 만족감이 오르지만 나는 그 오름과 반대로 지쳤다. 물론 정신적인 문제는 아니었고 지극히 육체적 지침이었다.


 역시 사람은 정으로 사는 것일까, 시간이 갈수록 그들과 나는 말을 하지 않아도 원하는 바를 알 수 있었다. 때때로 그것이 억측이 되곤 했지만 그래도 추측이라는 것이 당연하게도 맞을 확률이 적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다. 작은 실수는 적당한 선에서 용서했고, 약간의 남은 감정들은 서로의 마음속에 묻어둔 채 유지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그때를 떠올릴 때면 왜 그토록 그것을 유지하려 발버둥 쳤는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 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그 어느 것보다 중요했다.


 정말 그 관계가 소중했던 것일지 아니면 그냥 이끌렸던 것일지 그것도 아니라면 단지 외로움 때문이었을까. 나는 항상 그 질문 속에 정의를 원하고 있었다. 역시나 미성숙한 단계에서 생긴 관계에는 아무도 모르게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물론 그들이야 자매이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나와는 사회에서 만난 그저 한 인간임으로 언젠가 틈 사이로 들어온 마찰이 강해지면 우리의 관계는 끝난다. 마침표를 찍는 날은 언젠지 모르겠으나 확실한 것은 그 당시에도 그 금이 생긴 것을 알 수는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그것을 메꾸려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전부 메우는 법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것이 얼마나 큰 위험을 만들지는 몰랐다.


 우리는 더욱 자주 만나기 시작했다. 이젠 정말 가족처럼 매일 만나는 것이 당연했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도 그런대로 만나서 각자의 할 일들을 했다. 각자 못해본 경험을 같이하며 그것이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깨달은 것이었을까 우리는 유난히 침묵을 유지했다. 이젠 침묵이 더 어색했다. 처음엔 그렇게 편안했던 침묵은 이젠 몸이 근질거릴 정도로 어색해 눈치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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