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는 처음엔 모두가 비슷하다고 믿었었다. 서로 다른 환경과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은 대화와 이해로 좁혀질 수 있을 거라고 그랬다. 다름을 인정하기보다 틀림을 먼저 꺼내는 게 더 쉬웠던 건 아닐까.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조금씩 멀리 두기 시작했고, 그렇게 해서라도 균형을 맞추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균형이라는 건 언제나 기울기 마련이고, 그 기울어짐 속에서 우리는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가기도, 혹은 멀어지기도 한다.
어쩌면 관계라는 건 완벽한 대칭을 이룰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대칭이 주는 안정감은 매력적이지만, 그 대칭이 유지되려면 한쪽이 조금 더 주거나 다른 쪽이 덜 받거나, 끊임없는 조정이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그 어긋남 속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 마치 미술작품에서 의도치 않게 삐져나온 선이 그림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어 놓는 것처럼, 관계 속에서 생기는 오해나 갈등 역시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우리가 그리는 선들은 때로 삐걱거리고, 서로의 다름이 계속 부딪히면서 자연스럽게 어긋난다. 그 어긋남을 고치려는 노력이 필요한 순간도 있지만, 때론 그 어긋난 상태로 그대로 두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다. 왜냐하면 그 선이 비대칭적일 때 비로소 관계의 진짜 모습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 비대칭이 바로 관계의 미학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 틈새에서 관계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된다.
사람들은 흔히 빛이 있는 곳엔 그림자가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 관계에서도 그 빛과 그림자는 중요한 요소다. 빛만 있는 관계는 너무 평면적이고, 그 속에서 깊이를 찾기 어렵다. 반대로 그림자만 가득한 관계는 어둡고 무겁기만 하다. 두 요소가 적절하게 섞일 때 우리는 관계의 진짜 깊이를 느끼게 된다. 그 어두운 순간들을 마주하지 않으면 우리는 결코 상대방을 진짜로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때로는 그 어둠을 함께 겪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들지만, 그 부담감을 넘어설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관계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관계는 결코 완성되지 않는다. 미완성의 상태로 남아 있을 때 오히려 더 많은 가능성을 남기게 된다. 우리는 완벽한 관계를 원하지만, 그 속에서 변화하고 재창조되는 순간들이야말로 관계를 더 특별하게 만든다. 그 변화가 때론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그 고통마저도 관계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변화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더 알아가고, 그 과정에서 관계는 더욱 깊어지고 아름다워진다.
관계가 어긋날 때마다 우리는 그 어긋난 선을 다시 맞추려고 애쓴다. 하지만 그 어긋남 속에서 오히려 더 풍부한 감정과 의미가 피어난다. 마치 완벽하지 않은 작품이 주는 미묘한 매력처럼, 우리는 그 불완전함 속에서 진짜 관계를 발견한다. 관계란 완성된 상태로 머무르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새롭게 그려나가고, 그 속에서 또 다른 아름다움을 찾게 된다.
결국, 관계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변하는 예술 작품 같은 존재다. 우리는 그 속에서 균형을 찾으려 노력하지만, 어쩌면 그 균형이 깨질 때 비로소 진정한 관계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대신, 변화와 어긋남 속에서 피어나는 진짜 아름다움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