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반림 Sep 19. 2024

미완성에서 주는 자유

 관계는 처음엔 모두가 비슷하다고 믿었었다. 서로 다른 환경과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은 대화와 이해로 좁혀질 수 있을 거라고 그랬다. 다름을 인정하기보다 틀림을 먼저 꺼내는 게 더 쉬웠던 건 아닐까.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조금씩 멀리 두기 시작했고, 그렇게 해서라도 균형을 맞추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균형이라는 건 언제나 기울기 마련이고, 그 기울어짐 속에서 우리는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가기도, 혹은 멀어지기도 한다.


 어쩌면 관계라는 건 완벽한 대칭을 이룰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대칭이 주는 안정감은 매력적이지만, 그 대칭이 유지되려면 한쪽이 조금 더 주거나 다른 쪽이 덜 받거나, 끊임없는 조정이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그 어긋남 속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 마치 미술작품에서 의도치 않게 삐져나온 선이 그림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어 놓는 것처럼, 관계 속에서 생기는 오해나 갈등 역시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우리가 그리는 선들은 때로 삐걱거리고, 서로의 다름이 계속 부딪히면서 자연스럽게 어긋난다. 그 어긋남을 고치려는 노력이 필요한 순간도 있지만, 때론 그 어긋난 상태로 그대로 두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다. 왜냐하면 그 선이 비대칭적일 때 비로소 관계의 진짜 모습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 비대칭이 바로 관계의 미학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 틈새에서 관계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된다.


 사람들은 흔히 빛이 있는 곳엔 그림자가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 관계에서도 그 빛과 그림자는 중요한 요소다. 빛만 있는 관계는 너무 평면적이고, 그 속에서 깊이를 찾기 어렵다. 반대로 그림자만 가득한 관계는 어둡고 무겁기만 하다. 두 요소가 적절하게 섞일 때 우리는 관계의 진짜 깊이를 느끼게 된다. 그 어두운 순간들을 마주하지 않으면 우리는 결코 상대방을 진짜로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때로는 그 어둠을 함께 겪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들지만, 그 부담감을 넘어설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관계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관계는 결코 완성되지 않는다. 미완성의 상태로 남아 있을 때 오히려 더 많은 가능성을 남기게 된다. 우리는 완벽한 관계를 원하지만, 그 속에서 변화하고 재창조되는 순간들이야말로 관계를 더 특별하게 만든다. 그 변화가 때론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그 고통마저도 관계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변화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더 알아가고, 그 과정에서 관계는 더욱 깊어지고 아름다워진다.


 관계가 어긋날 때마다 우리는 그 어긋난 선을 다시 맞추려고 애쓴다. 하지만 그 어긋남 속에서 오히려 더 풍부한 감정과 의미가 피어난다. 마치 완벽하지 않은 작품이 주는 미묘한 매력처럼, 우리는 그 불완전함 속에서 진짜 관계를 발견한다. 관계란 완성된 상태로 머무르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새롭게 그려나가고, 그 속에서 또 다른 아름다움을 찾게 된다.


 결국, 관계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변하는 예술 작품 같은 존재다. 우리는 그 속에서 균형을 찾으려 노력하지만, 어쩌면 그 균형이 깨질 때 비로소 진정한 관계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대신, 변화와 어긋남 속에서 피어나는 진짜 아름다움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전 06화 공중에 그린 관계의 무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