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수기-3
예술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큰 사고를 겪었다.
마치 벌이라도 받듯이, 거리에서 트럭과 부딪혔다.
그날 이후로 병실 밖을 나가지 못했다.
손목에는 철심이 박혔고, 왼쪽 시야는 흐릿해졌다.
빛의 방향을 읽지 못하자, 나는 더 이상 셔터를 눌 수 없었다.
세계를 가두던 렌즈는 여전히 내 곁에 있었지만,
이젠 그 무엇도 담을 수 없었다.
그 무렵 교제하던 여자는 학창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이었다.
사고 이후로 그녀는 병원에 오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업보라고 생각했다.
재능과 능력으로 사람을 평가하던 내가
그 능력을 모두 잃자,
내 곁의 사람들도 하나둘씩 사라지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고.
한때 함께 사진을 찍던 몇몇 친구들은 처음엔 병문안을 왔다.
그들은 흰 꽃을 들고 와 나를 위로했고,
잠시 동안 나를 안쓰럽게 바라봤다.
그리고 그다음 주부터는 하나둘 모습을 감췄다.
마지막까지 남았던 몇 사람은
“기운을 내라”며 손을 잡고 울었다.
그들의 눈물은 진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 진심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도 그렇다.
이건 오로지 내 인생이고, 내 업보다.
그들이 나를 대신해 살아줄 것도 아니었고,
시간이 지나면 결국 그들조차 나를 떠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나를 불쌍하다고 하는가.
그들 중 한 사람은
“당분간 자주 찾아오겠다”고 말했던 친구였다.
그는 그 말을 한 다음 날, 편지를 한 통 남겼다.
몸이 좋지 않다며 미안하다는 인사,
그리고 그 뒤로 소식은 끊겼다.
몇 달 뒤 들은 소식으로는,
그는 다른 도시로 이사해 새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나는 그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무릇 인간은 결국 자신만을 위하는 존재이니까.
다만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그 순간만큼은 나를 불쌍히 여기며 눈물을 흘렸던 걸까.
마치 내가 슬픈 영화의 한 장면이라도 된 듯이.
인간은 본질적으로 자기중심적이면서도 순간적인 감정만 소비한다.
도무지..인간이란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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