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3
"모지코요.”
“식당 이름이에요? 어디라고요…?”
“모・지・코. 일본에 있어요.”
나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이 짧은 하루 동안, 이 사람은 나를 몇 번이나 놀라게 하는 걸까.
“…잠깐, 방금 뭐라고요?”
“일본이요.”
“…아니, 못 들은 게 아니라. 해외를 간다고요?”
“네. 가고 싶어서요. 해외는 좀 그렇나요?”
믿기 힘들었지만, 솔직히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너무 기뻤다.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 당황스러움이 컸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현실감이 없었다.
“아뇨, 좋아요. 근데… 갑자기 해외라니.
그쪽은, 정말 신기한 사람이네요.”
나는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가요. 고마워요. 데려가 줘서.”
“저야말로 고맙죠. 혼자 가봤자 우울했을 텐데, 둘이면 좀 나을지도 모르니까.”
“…우울했을 거라니요?”
“그냥요. 원래 좀 그런 사람이니까요.”
그 말에 무언가가 느껴졌지만
굳이 더 묻지는 않았다.
이 분위기를 괜히 깨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꼭 가는 거예요. 술김에 하는 말이면 곤란한데.”
“아무리 제가 이상해 보여도, 그 정도로 아무 말이나 하진 않아요.”
“그럼, 준비해야겠네요.”
“여권은 있죠?”
나는 눈을 흘기듯 했다.
“당연하죠. 제가 무슨, 사무실에만 쳐박혀 사는 사람인 줄 아세요?”
그는 고개만 조용히 끄덕였다.
그 후로도 우리는 맥주캔을 몇 번 더 부딪혔고,
짧은 틈마다 모지코라는 곳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철도와 바다, 오래된 건물, 복고적인 거리들—
그가 왜 그곳에 가고 싶냐는 내 질문에는
그저 담담하게 대답했을 뿐이다.
‘그냥, 가보고 싶은 곳이라서요.’
그 이상은 묻지 않았다.
궁금했지만, 지금은 굳이 알고 싶지 않았다.
그보다 이 조용한 흐름이, 그저 깨지지 않기를 바랐다.
방 안의 불을 끄고, 나는 침대 위로 조용히 몸을 눕혔다.
그는 내가 건넨 얇은 이불을 깔고 바닥에 누웠다.
말은 없었지만,
우리는 어느새 서로를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었다.
어둠이 퍼진 천장,
창밖에선 빗소리가 여전히 귓가를 스쳤다.
나는 눈을 감지 않은 채 조용히 물었다.
“지금도… 깨어 있어요?”
“네.”
“바닥, 불편하진 않아요? 올라와서 자도 괜찮은데요.”
“괜찮아요. 익숙하니까요.
…오히려 그쪽 옆에서 자는 건 불편할 것 같은데요.”
“참나, 어이가 없어서. 그럼 계속 거기서 자요.”
그가 작게 기침을 했다.
빗속에 오래 있었던 게 생각나 나는 다시 물었다.
“괜찮아요? 따뜻한 물이라도 줄까요?”
“아뇨, 원래 잔기침이 많은 편이라서요.”
그의 말투는 끝까지 차분했다.
마치, 오늘 하루가 조용히 닫히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나는 이불을 끌어당기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이상하죠. 이렇게 금방 누군가랑 여행을 가기로 하고,
같은 방에서 자고…”
그는 짧게 대답했다.
“그러게요. 저도 그래요.”
“그래도… 나쁘진 않네요.”
그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그 조용한 공기가, 이상하게 따뜻했다.
아무 말 없는 그 순간에조차,
나는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이 사람과 함께 보내게 될 며칠은
어쩌면 내 삶에, 아주 작지만 분명한 변화를 가져다줄 무언가일지도 모른다고—
나는 그때, 처음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숨이 턱 막혔다.
목까지 차오른 비명을 간신히 삼켰다.
그의 얼굴이—
그러니까, 이름도 모르는 이 남자의 얼굴이
내 바로 눈앞에 있었다.
숨결이 닿을 듯한 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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