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모든 말이, 아직 공기 중에 남아 있었다
아침에 눈을 떴다.
방 안은 어제와 똑같았다.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
식탁 위에 놓인 컵,
세탁기에 던져둔 셔츠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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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그대로였는데,
하나만 달라졌다.
그녀의 메시지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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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내리면서 문득 생각했다.
늘 같이 보던 창밖 풍경이
이렇게 조용했었나.
그저 같은 아침인데,
소리가 하나 빠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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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지하철 창문에
내 얼굴이 비쳤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낯설었다.
표정이 없었다.
그게 오히려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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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는 동안
메일을 쓰고,
회의를 하고,
누군가와 웃는 척을 했다.
그 모든 게
‘괜찮다’는 연극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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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에 습관처럼 휴대폰을 들었다.
그녀에게 보낼 말이 떠올랐다가
다시 내려놨다.
그냥 아무것도 안 했다.
이제는 안 해도 되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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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비가 내렸다.
우산을 펴면서
잠깐 그날 밤을 떠올렸다.
마지막 인사조차 어색했던 표정,
돌아서던 순간의 공기,
말하지 못한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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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냄새가 너무 익숙했다.
같이 걷던 골목에서도
이 냄새가 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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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하니 밤 아홉 시.
불을 켜지 않고 소파에 앉았다.
그녀가 두고 간 머그컵이
테이블 위에 있었다.
치우지 않았다.
오늘만큼은 그냥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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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오늘 하루의 전부였다.
이별 다음날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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