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밤》 루리. 문학동네
2022년 8월, 2025년 6월, 2025년 7월
《긴긴밤》을 읽은 날들이다.
2022년 《긴긴밤》처음 읽었을 때, 책 곳곳에서 오열하느라 힘들었다. 125페이지의 짧은 책이지만 몇 번이나 숨을 가다듬어 가며 쉬었다 읽어야 했다.
6월 독서모임에서 다시 읽었을 때, 독서모임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더 넓은 감동을 받았다.
7월 한 달 동안 매일 , 쉼표 하나 빠트리지 않고 《긴긴밤》 전체를 필사했다. 이름을 갖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그 이야기를 한 자 한 자 직접 손으로 꾹꾹 눌러써서 내놓지 않으면 먹먹한 가슴을 풀어낼 길이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긴긴밤》을 뭐라 한마디로 말할 수가 없다.
희생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기도 하고, 우정과 연대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행복과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두려움과 희망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동물과 자연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며, 인간에 대한 이야기기도 하다. 삶의 태도과 지혜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삶의 목적과 이유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도전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결국, 《긴긴밤》은 한 존재가 하나의 존재로 존재하기 위한 그 모든 것의 이야기이다.
하나의 생生이 또 다른 하나의 생生에게 하는 이야기이다.
상관없는 우연들이 쌓이고 쌓이면 필연이 된다.
마치 우주에서 첫 생명의 탄생이 그러했듯이.
하나의 목숨은
얼마나 많은 것을 빚져야 태어날 수 있나.
얼마나 많은 것을 빚져야 살아갈 수 있나.
삶은 빚진 것을 갚아나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삶에서 삶이 이어지는 것이리라.
노든의 말처럼.
이리 와. 안아 줄게. 그리고 이야기를 해 줄게. 오늘 밤 내내 말이야. 오늘 밤은 길거든. 네 아빠들의 이야기를 해 줄게. 너는 파란 지평선을 찾아서, 바다를 찾아서, 친구들을 만나고, 우리의 이야기를 전해 줘.
긴긴밤 116쪽
작년 여름 《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읽고 《긴긴밤》을 떠올렸었다.
올여름 《긴긴밤》을 필사하며 《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다시 떠올렸다.
두 책이 참 닮았다.
필시 내년에도 또 《긴긴밤》을 읽을 것이다.
그리고 또 이야기 속 모든 것에, 어느 날 올려다 본 잘 익은 망고 열매 색 하늘에, 늘상 창 밖에 보이는 푸른 바다에 다시 처음인양 먹먹해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