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선 러닝이 핫하다.
달리는 운동과 우리나라 문화가 합쳐지며 러닝크루나 러닝 동호회 그리고 각종 달리기 대회들이 많이 생겼다. '우리나라 문화'라고 지칭한 이유는, 러닝의 역사가 길고 일상화된 독일에서는 대회를 제외하면 무리 지어 뛰는 걸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통 혼자, 많아야 둘이 뛰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집단을 이루어서 움직이길 좋아하는 건 소속감과 집단을 중시하는 한국 혹은 아시아의 문화다.
러닝 트렌드가 지속되는 걸 보며 나는 우리 남편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아마 러닝 트렌드에 진정으로 '런며든' 사람 중 하나가 남편일 것 같다. 남편이 러닝을 시작한 건 한국의 러닝열풍이 불기 전인 2022년 초반이다. 당시 살던 동네에 헬스장이 없어서 우리는 어떻게든 홈트나 집 주변에서 운동을 해야 했는데, 그때 남편은 러닝을 시작했다.
집에 있는 가벼운 옷이랑 운동화 대충 챙겨 입고 시작한 남편의 러닝은 20분, 30분으로 점점 늘어나더니 지금은 쉬지 않고 40분-1시간까지 달릴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그러다 동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스위스-독일-프랑스 3개국에서 개최한 마라톤에 참여하고, 회사 단체전도 참여하는 등 소소한 이벤트들을 끼워 넣으며 러닝을 지속하고 있다. 그 사이 헬스장이 있는 동네로 이사를 와서 요즘엔 실내에서 달린다.
남편의 취미를 진심으로 인정하는 이유는, 그 어떤 트렌드에도 따라가지 않고 스스로 러닝을 시작했다는 점, 3년이 넘는 시간을 달리며 단 한 번도 고가의 러닝화나 옷을 '일부러' 구매하지 않은 점 (오히려 내가 고가의 러닝복을 선물했다), 그리고 러닝으로 인해 불필요한 인맥이나 약속을 만들지 않는 점이다.
그가 말하는 러닝은 단순하다. 쉽고, 혼자 할 수 있고, 기록을 깨는 재미가 있으며 건강에 좋다. 그게 전부다. 오히려 학원이나 단체운동처럼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으니 앞으로도 어떤 크루나 협회는 들어가지 않을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다 끝나면 땀에 젖을 거, 옷도 막 입을 수 있는 게 제일 좋다고. 러닝화 정도는 세일기간을 노려 자기에게 맞는 걸로 직접 구매한다(한국에 현재 유행중인 온러닝 신발을 검색으로 찾아내어 2년 전부터 신고있다).
안타깝게도 나는 러닝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해 남편과 같이 나가서 옆에서 걷거나 다른 운동을 하지만, 남편으로 인해 러닝에 관심이 생긴 건 사실이다. 특히 마라톤 대회는 땀 흘리며 결승선을 통과하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는 설렘과 재미가 있어서 이벤트에 함께 간다.
앞으로도 남편의 건강한 취미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해 줄 생각이다.
제목 사진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