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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호수, 할슈타트를 걷다

by 리디아 MJ

4화. 별을 보기로 한 밤


그날은 긴 하루였다.

아무리 아름다운 경관도

피로는 쉽게 지우지 못했다.


호텔에 도착하자

모두가 끙끙—

무거운 다리, 눌린 어깨,

눈꺼풀은 말을 듣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별을 보기로 마음먹었고

아이들도, 남편도

아직 남은 기운을 끌어모아

간단한 옷차림으로

호텔 로비를 빠져나왔다.


먼저 나간 일행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감탄사를 흘리고 있었다.


“세상에… 이건, 말이 안 돼.”

그 말을 듣자

심장은 조금 더 빨리 뛰었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걸어 나간다.


우리 일행 중 누군가는

“같이 보자”며

별길의 길잡이를 자처했다.

그 말이 괜히 고마웠다.


가로등도 적은

조용한 언덕 아래,

풀벌레 소리만 배경음처럼 깔리고

밤은 아주 조용히 우리를 감쌌다.


별들이 쏟아진다는 말—

그 말은

이럴 때를 위해 만들어졌나 보다.


온 우주가

이 마을 위에만 머무는 것처럼

수많은 별이

우리 머리 위로 내려왔다.


나는 그 아래에서

소원을 빌지도,

사진을 찍지도 않았다.


그저

그 별들이 내 피로를 조금씩

쓸어가 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오늘 하루가,

내 삶의 은하계 어딘가에

작은 별 하나로 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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