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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과 심장사이

by 리디아 MJ

〈아홉 번째 장 – 유전자와 거짓말〉

염기서열은

나의 성장 끝을 이미 정해 두었다.

그 끝은 청소부의 걸레자국처럼

지워지지 않는 경계선이었다.

그러나,

경계의 틈새마다

집착처럼 솟아오르는 돌파구가 있었다.

누군가를 설득하지 않아도

스스로를 밀어올리는 의지,

존재를 받아주는 유일한 방향—

나는 그것을 우주라 불렀다.

수단은 반드시 방법을 찾아낸다.

그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그들 또한 알고 있었다.

그들의 질문은 늘 같았다.

“무엇을 향해 가는가?”

나는 대답 대신

모래시계를 뒤집어 올렸다.

생명의 길이는

살아온 날의 개수가 아니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순간의 개수라는 것을.

희망은 절망으로 기울고,

절망은 의지로 되돌아와

또 하나의 생을 쌓아 올린다.

모래시계 속 모래가

다시 위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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