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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단 1km만 달리니 돈이 보이기 시작했다

by 철봉조사러너
아... 또 다리가 아파온다.


2024년 6월이었다. 1km를 겨우 넘겼을 뿐인데 결국 멈추고 말았다. 벌써 3개월 넘게 거의 달리지 못했다. 오랜만에 힘을 내서 달렸는데, 여기서 멈추다니... 나는 정말 끝인가 싶다. 그래도 평소에는 몇 백 미터만 달려도 종아리의 경련이 났는데, 오늘은 좀 더 달릴 수 있었다는 사실을 위안 삼아야 하나 싶다.


원인 모를 다리 부상은 러너로서의 나의 정체성을 끝장내 버렸다. 내일모레 마라톤 풀코스를 뛰어도 무리 없을 정도로 체력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지금은 마라톤은커녕 달리기를 안 하는 일반인보다도 못 달리는 수준이 되었다. 과연 나의 삶에서 달리기가 없어도 살 수 있을까? 조금도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진 요즘, 너무 큰 상실감에 빠져있는 듯하다.


뉴욕대학교 재활의학과 교수인 존 사노 박사는 저서 <통증혁명>에서 통증은 대부분이 신체가 아닌 정신적인 문제에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이를 긴장성근육통증증후군(Tension Myositis Syndrome, TMS)이라고 부르고 의사에게 의존하기보다는 자신을 믿고 정상적인 신체활동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나도 어차피 여러 병원을 돌아도 치료가 안되기에, 그냥 내려놓기로 했다. 마음을 편히 먹고 무리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문제는 아무리 좋아하는 책을 읽어도, 맛있는 것을 먹어도, 가족들과 놀러 가도 행복하지가 않았다. 러닝에 중독된 나에게 있어 달리기를 못하게 함은 엄청난 고통이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은지는 오래되었다. 겨우겨우 생계를 위해서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잘못했길래 달리지 못하게 된 걸까?...


땀 흘릴 수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간절하고 행복한 것인지 이전에는 미처 몰랐다.


이상 기온으로 인해 유래가 없는 무더운 6월의 날씨에 밖에서 운동해도 땀이 나지 않는다. 몸에 열이 나는 단계까지 가기 전에 이미 다리가 아프다. 200미터 이상을 뛸 수가 없다.


그래도 오늘 달리기는 그나마 '아주 조금' 땀의 느낌이 났다. 1km씩이나(?) 달렸으니, 인증 사진이나 찍고 집에 들어가야겠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내일모레 풀코스 마라톤 42.195km를 뛸 정도'로 자신이 있었던 체력이었다. 이렇게 되어버린 몸에 대한 내 마음 한 편의 상실감,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의 두려움, 모든 복잡한 생각에 샤워를 했다. 기분도 울적하여 잠이 오지 않을 거 같아 책상에 앉았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집중이 잘 되지?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그동안 막혀있어, 이제는 준비해야만 하는 강의 자료가 술술 써지기 시작했다.


돈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는 나의 망상에 기반한 소설이 아니다. 실제 경험했던 일이다.


실제 유산소 운동은 뇌유래신경인자(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BDNF)와 타이로신 수용체 키나아제 B(tyrosine receptor kinase B, TrkB)를 증가시킨다. 이 두 물질은 뇌의 해마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뇌 세포의 증직과 생존, 신경조직의 형성과 시냅스 가소성에 영향을 미쳐 뇌의 신경과 인지기능 발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운동 강도에 있어서는 대부분의 연구는 중강도 이하의 '어느 정도 덜 힘든 운동'이 고강도 운동에 비하여 뇌를 더 좋게 해주는 물질의 발현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증명이 되었다(So et. al., 2017; Ghodrati-J et al., 2017).


심지어 뇌는 걷기 운동만 해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걷기 운동은 달리기와는 달리 부상의 위험이 적어 조깅의 20%의 힘만을 필요로 하고, 대부분의 전신근육을 사용함에도 매일 수행할 수 있어 의학적으로 매우 큰 효과를 볼 수 있다(체육과학연구원, 2000). 김태훈(2021)은 '맨발 걷기 운동이 중학생에 인지와 뇌의 스트레스'에 대한 연구에서 유산소 운동의 일환인 걷기 만으로도 뇌신경성장인자를 촉진하여 뇌의 에너지 대사 및 산소요구량, 젖산 생성을 증가시킨다는 연구도 확인되었다.


중요한 건 열심히가 아니고 적당한 '최적'의 수준을 찾는 지점이다.


5km, 10km, 수십 킬로, 마라톤 풀코스를 달린다고 건강과 삶에 유익이 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거리나 기록이 아니었다. 심지어 잘 달리고, 기분 좋게 달린다고 꼭 좋은 게 아니다. 이때 나는 그나마 평소보다 조금 달렸어도 기분은 정말 최악이었다. 그러나 내 마음과는 달리 뇌는 최상이 되었다.


단, 1km만 달려도 유익이 되는 달리기, 아니 오히려 1km를 달렸기 때문에 알게 된 수익화 비법.

이제 몇 가지의 루틴만 더 추가하면 된다.


오히려, 단 1km만 달리니 돈이 보이기 시작했다.


2024년 6월의 밤


* 참고 문헌은 댓글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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