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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은 잠시 제곱수고, 인생과 소득은 1234 정수다

by 철봉조사러너
5, 10, 21, 42


이 숫자를 보면 뭐가 생각나는가? 러너라면 바로 알 수 있다. 바로 달리기 대회의 거리 종목이다. 꼭 이 4가지만 있는 건 아니지만, 5km, 10km, 21km(하프), 42km(풀)이 대표적이다. 어느 순간 나는 달리기 대회 거리가 이처럼 약 2배씩 일정 간격으로 늘어나는 걸 알게 되었다.


달리기에 관심이 생긴 초보자들이 가끔 나에게 러닝 대회 참가에 있어서 어느 거리 종목에 참여하면 되냐는 질문을 하곤 한다. 10킬로를 과연 뛸 수 있냐?, 5킬로는 쉽냐? 하프나 풀은 얼마나 준비해야 하느냐 같은 이야기이다. 사실 이건 정답이 없다. 개인의 체력 수준과 컨디션 관리에 따라서 대답은 천차만별이니까. 심지어 어떤 기록을 목표로 하느냐에 따라서도 단 5킬로만 뛰어도 지옥(?)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기록을 내는 게 아니고 달리기의 경험이 많지 않은 일반인이 단순 참가의 수준을 논한다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힘듦의 수준은 명확하다. 마라톤으로 향해 갈수록 2배 수가 아니고 거의 제곱 수로 고통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사실 5나 10킬로 건강한 성인 남녀라면 누구나 참가는 가능하다. 물론 평소에 훈련을 하지 않고 바로 10킬로를 뛰거나 대회에 참여한다면 무리가 된다. 그러나 5킬로를 뛸 수 있다면 10킬로를 달림에 있어 2배까지의 힘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10킬로에서 하프는 말이 다르다. 2배가 아니다 대략 4배의 힘이 든다. 2의 2 제곱이다. 거리가 두 배 늘었다고 생각해서 그 수준의 생각으로 참가한다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나도 첫 하프대회 출전에 15킬로부터 아주 죽을 맛을 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기 때문에 훈련을 통해 4배로 사전에 노력을 함이 필요하다.


풀은 어떨까? 약 21km의 2배 거리지만 실제 힘듦의 정도는 2의 3 제곱해서 8배라고 생각하면 적절할 듯하다. 하프와 풀은 정말 차원이 다르다. 25킬로, 30킬로 35킬로 등 거리가 누적될수록 오는 위기는 차원이 다르다. 결국 5킬로에서 풀코스 마라톤까지는 거리는 8배이지만 실제는 거의 16배가 힘들다. 2의 4 제곱수다. 대략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수고와 힘듦의 수치는 이 정도가 될 듯하다.


물론 이는 나의 주관적인 측면을 수치화함을 밝힌다. 그래도 러너들은 처음 대회에 참가했을 때를 떠올린다면 공감이 될 것 같다. 다만 계속해서 꾸준히 달려 적응되어 인이 박이면, 제곱수까지의 힘듦은 사라지고, 다시 1,2,3,4라는 일정 정수 수준의 무게감으로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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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은 잠시 제곱수였지만, 인생과 소득은 1,2,3,4의 정수라는 걸 깨달아 가고 있다.


요즘 국내 주식 시장이 좋다. 코스피는 연신 최고치를 경신하고(2025년 10월 기준), 코인도 신고가에 미국 주식도 좋다고 하여 투자를 해본다. 아니 몇 년 전부터 해봤지만, 멀리 보면 결국 다 제자리더라. 그리고 참 신기하게 내가 넣으면 떨어지고, 내가 빼면 오른다는 사실이다. 가장 안정적이라는 미국 국채도 결국 환율 예측이 안 돼서 큰 재미를 보기 어렵다. 당연히 내가 문제일 수 있다... 그래도 그나마 제대로 수익을 내는 건 월급과 저축뿐이다. 물론 이거만 가지고는 물가 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돈을 벌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마라톤의 힘듦의 수준이 잠시 제곱수이지만, 달리기도 결국 단계가 확실한 정수다. 절대 5킬로와 10킬로를 거치지 않은 사람이 하프와 풀을 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니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모든 단계를 다 거치고 체계적인 훈련을 거쳐야 안정적인 완주가 가능하다. 달리기, 마라톤이라는 운동은 참 정직하다. 그래서 인생을 달리기고 마라톤이라 하는 거 같다. 결국에 뼈저리게 느끼게 된 사실은 인생은 절대로 한 번에 되는 건 없다는 현실이다.


'1234', '1342', '1432'. 그래서 달리기도 조금 나아진 몸상태라고 절대 무리하지 않고, 점차 거리를 늘려가고 있다. 10킬로를 넘어 하프로 가는 15킬로 지점을 1주일에 1킬로 미만으로 올려갔다. 속도는 오히려 더 낮췄다. 감질나지만, 이 안정적인 꾸준함을 통해 15킬로, 16, 17, 하프까지 올해 안에 갈 수 있다고 믿게 된다. 몸이 많이 회복되어 감을 느낀다.


앞으로는 절대 급하게 가지 않으려고 한다. 꾸준히 나의 직장 경력브랜딩을 만들기 위한 장기적인 노력을 할 것이다. 오래 지속적으로 하는 건 확실히 탑재된 나니까 이건 자신이 있다. 작년보다 올해가 낫고, 올해보다 내년이 더욱 나아진다는 생각으로 소득을 만들어 '우상향 되는 삶'을 산다면 나름 괜찮은 인생이 아닐까 싶다. 더 가봐야 알겠지만, 결국은 승자는 '오래', '잘' 버티는 사람이더라. 그러면 결국 언젠간 제곱, 세제곱 같은 좋은 성과가 내게 올 거라고 희망해 본다.


12.34킬로, 13.42킬로, 14.32킬로


1, 2, 3, 4 하나하나가, 결국 언젠가 제곱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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