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에 남아야 할까...
얼마 전 아이슬란드 한국어학과 선생님에게 면담을 요청드렸다. 선생님은 흔쾌히 수락을 해주셨고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만남을 가졌는데 아이슬란드에서 한국인과 한국말로 대화를 해본 것이 처음이어서 조금 신기하고 낯선 경험이었달까...
선생님께 여러 가지 질문을 드렸었는데 요즘 들어 나의 가장 큰 고민이었던 돌아갈까요 정착할까요, 사실 모든 유학생들이 필연적으로 하게 되는 질문 아닐까 생각하는데 여름방학을 한국에서 보내며 빠르고 자극적이고 항상 무언가가 가득한 한국에서 아이슬란드로 오니 집에 온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이게 아마 내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내 질문을 들은 선생님은 왜 돌아가요?라고 되물으셨다. 선생님께서는 모종의 이유로 아이슬란드에 정착해 살고 계시고 아이슬란드의 삶과 한국에서의 삶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면 아이슬라드에서의 삶이 훨씬 낫다고 얘기해 주셨다. 사실 이건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지... 경제활동이나 사회활동을 해본 적은 없지만 옆에서 어렴풋이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이 사회가 얼마나 느긋하고 평화롭게 흘러가는지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알게 된 사실은 아이슬란드 대학교는 입학이 아주아주 쉽다는 것. 나도 아이슬란드의 대학교의 입학 성적 기준은 알지 못한다. 다만 내가 제출했던 나의 성적은 4등급 후반대의 성적이었고 그럼에도 붙어 다니고 있었으니 성적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구나라는 것을 알고 있기는 했다.
아이슬란드 대학교 입학이 쉬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첫째로, 특히 인문대에는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러시어학과는 학생이 없어서 아예 없어졌다고... (아이슬란드에서 유일하게 러시아어학과 있는 교육기관인데 말이다) 둘째는, 아이슬란드에서 대학이란 소위말하는 '대학교' 혹은 학위를 따는 곳이라기보다는 누구나 와서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는 그런 열려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기준이 높을 이유도 없다. 심지어 일을 하게 되면(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게 되어도) 당연히 노동조합에 속하게 되는데, 학교 입학금(년에 70만 원)도 돌려준다고. 노동자들의 배울 권리를 위해서라고 했다.
나도 같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보면 대부분 일을 하며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대부분이고(정말 학생으로만 있는 사람들은 몇 없다) 나이대도 아주 다양하다. 지금 한국사회와 역사 수업을 같이 듣는 J는 세 아이의 엄마이고 일을 하고 있는데 취미로 이 수업을 듣는다고 하였다. 물론 출석체크나 빡빡한 과제 제출 같은 것들도 없고... (물론 학과마다 다르다) 그리고 성적도 절대평가이다. 남들을 이기려고 하지 않아도 되고 나에게 주어진 공부를 내가 하는 만큼 하면 졸업을 할 수 있다.
다만 아이슬란드에서 정착하기 위해서는 아이슬란드어가 필수이다. 물론 당연한 말이다. 아이슬란드어로 전공을 바꾼 후에 목수일을 배워서 목수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잠깐 들었다. 아이슬란드에선 목수가 돈을 아주아주 많이 받는다고...
아 그리고 아이슬란드 예술 대학이 작년부터 모든 수업료를 없앴다고 한다. 원래는 년에 1000만 원 정도였었다.
태어난 나라를 떠나 타국으로 이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다. 심적으로도 행정적으로도. 가장 고민은 역시나 내가 아주 많이 사랑하는 나의 애인... 함께 아이슬란드에서 살면 가장 좋겠지만 나의 욕심이겠지.
모르겠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