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부터 새로 시작된 것이 있다. 받아쓰기와 그림일기다. 꿍이는 매주 수요일에는 받아쓰기를, 주말에는 그림일기를 쓴다.
아이의 그림일기를 보고 있으면 슬며시 웃음이 난다. 공책의 2/3를 채우는 큼직큼직한 그림, 원고지 네모 칸에서 위태롭게 뛰쳐나가려는 글자가 꼬물꼬물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틀린 부분마저 심쿵 포인트가 되다니, 엄마는 제대로 콩깍지가 씌었다.
아이들의 일기는 솔직하고 생생해서 더 재밌다. 열 살 언니는 공책 한 페이지를 제법 채워 적는다. 엄마가 화내는 모습을 너무 가감 없이 묘사해서 부끄러워질 때도 있고, 동생에게 서운한 내용으로 가득할 때도 있다. 반면에 동생의 일기는 짧다. 언니의 1/10쯤 되려나. 그럼에도 글자 속에 담은 꿍이의 마음은 오롯이 느껴진다. (그림 덕분일 수도.) 아홉 살, 열 살이 되면, 꿍이가 쓴 일기의 내용도 부쩍 늘어날 게다. 왠지 그때는 작은 손으로 열심히 그리고 색칠한 여덟 살의 그림이 그리울 것 같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코멘트에 으쓱하기도 한다. 어떤 날은 저녁밥을 먹던 중에 갑자기 생각난 것이 있는지 책가방이 놓인 곳으로 부랴부랴 달려갔다. 부스럭거리며 가방 속에서 일기장을 꺼내더니, 공책을 활짝 편 채, 웃음 띤 얼굴로 다가왔다. 선생님이 이렇게 글을 적어주셨다며 자랑하는 녀석. 한명한명 아이들의 일기를 읽으며 밑줄을 긋고 글을 써주시는 선생님께 감사해진다.
이번 주말에는 울이와 꿍이는 어떤 것을 쓸까? 일기 숙제가 있다며 아랫입술을 쭉 내밀고는 의자에 앉아 쓸거리를 고민할 아이들의 모습이 벌써 그려진다. 일기가 완성되면 엄마는 슬쩍 꺼내보고는 혼자서 킥킥 웃고 있을 게다. 오늘 저녁에는 아이들과 함께 엄마도 일기를 써봐야겠다.
(언니 울이는 가끔 엄마 일기를 슬쩍 읽는다. 일기는 재미있다. 아마 울이도 그걸 아는 거겠지. 덕분에 엄마는 가끔은 조금 덜 솔직하게 써야지 생각하며 일기를 쓴다.)
2025년 10월 2일 목요일
3교시에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있는데 갑자기 사이렌이 울려서 너무 놀라고 무서웠다.
2025년 10월 11일 토요일
밤에 엄마아빠만 잠이 오는 것 같았다. 언니도 잠이 온다고 했다. 엄마가 눈을 감았다. 더 잠이 안 와서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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