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는 유난히 비가 자주 왔다.
추석이 지나고 아이 운동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연휴 막바지에 접어들던 일요일 오전, 학교에서 긴급 공지 문자가 왔다. 비 예보가 있어 운동회를 일주일 후로 연기한다는 내용이었다.
일주일 후 운동회 당일, 또 비가 온다. 더 쌀쌀해진 가을 아침, 비가 그칠지 계속 내릴지 예측이 어려웠다. 아이는 어제 알림장 대로 반티를 입고 학교에 갔다. 등교 후 곧이어 도착한 공지 문자, 운동회가 일주일 후로 한 번 더 미뤄졌다.
일주일 후, 그런데 또 비가 온다. 2주째다. 아이들은 어리둥절하다. 운동회를 해야 하는데 왜 자꾸 비가 오는 걸까?
다시 학교에서 문자가 왔다. 잦은 일정 변경으로 송구하다는 인사말과 함께 더 이상 운동회 일정 변동은 없으며 비가 올 때는 강당에서 학부모 참관 없이 진행한다고 했다.
그리고 예정된 꿍이의 운동회날, 역시 비가 왔다. 아침에 학부모 참관이 불가하다는 안내를 받고, 꿍이가 열심히 뛰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렸다. 언니 울이의 운동회를 두 번이나 봤기에 큰 아쉬움을 없었다. 우리 꿍이도 제 역할을 열심히 하며 즐겁게 보내고 있으리라 생각할 뿐이었다.
하교 후 꿍이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엄마, 우리 청팀이 졌어.
지고 이기는 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별 위로가 되지 않을 걸 알기에 등을 토닥여주었다. 꿍이는 갑자기 얼굴을 방긋하며, 운동회 끝나고 영화를 봤다고 자랑을 했다.
근데, 나 케데헌이 더 보고 싶었어.
어떤 영화를 봤는지 물어도 대답하지 않고 자기 할 말만 열심히 하는 모습에 나도 웃음이 났다. 강당에서 두 학년이 번갈아 가며 운동회를 하는 바람에 1,2교시에는 운동회를 하고, 3,4교시에는 교실에서 영화를 봤나 보다.
너의 첫 운동회는 어땠을까? 엄마가 직접 응원해주지는 못했지만 열심히 달리고 응원했을 모습이 상상되어서 괜스레 흐뭇해진다.
이제 꿍이의 1학년 생활이 두 달 조금 더 남았다. 입학 기념으로 산 가방이 아직도 커 보이는데 곧 새 학년이 된다니 신기하고 떨떠름하다. 남은 1학년 생활도 즐겁고 알차게 보내기를. 엄마는 언제나 너를 응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