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이아 Oct 23. 2024

브런치, 왜 하시나요?

글 왜 쓰시나요? 그림 왜 그리시나요? 전시 왜 하시나요? 

최근에 누군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조이아는 그걸 왜 하는 거예요?

본업 외에 몰두하고 있는 일에 대한 질문이었다.


질문의 요지는 그걸 함으로써 내가 얻는 게 무엇이냐는 거였다. 

돈을 더 많이 벌고 싶다던가, 유명해지고 싶다던가.


물론 돈은 지금보다 더 많이 벌고 싶다. 

나는 하고 싶은 게 많기 때문에 누가 평생 돈 걱정 없이 펑펑 쓰게 해준다면 기가 막히게 잘 쓸 자신이 있다.


유명해졌으면 좋겠다. 내가 생산해 내는 '것'이.

그것을 통해 연결되는 다양한 기회 안에서 내가 더 성장할 수 있으니까. 나는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을 견디지 못하겠다.


근데 나에겐 좀 더 분명한 동기가 있다.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tv 만화나 동화의 뒷이야기를 상상해서 동생들에게 들려주곤 했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반응이 좋건 말건 그냥 신나게 떠들었다는 거다. 동생들은 지루해 할 때도, 눈을 반짝이며 들어줄 때도 있었다. 동생들이 눈을 반짝이는 순간에는 마음 안에서 불꽃이 터졌다.


초딩 때는 ‘산타할아버지와 크리스마스 요정’ 이야기를 창작해서 구연동화를 했다. 한 착한 아이의 행동을 관찰하던 요정들이 산타에게 아이의 집을 알려줘서 선물을 잔뜩 해주었다는 이야기였는데, 이걸로 상도 받았다(뿌듯).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주체할 수 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느라 어른들한테 거짓말도 많이 했다. 


가령, 놀이공원에 갔는데 바이킹을 타다가 한 아이가 떨어질 뻔해서 내가 그 아이 다리를 붙잡고 영웅처럼 구해줬다는 식의 얘기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릴 떠들어 대는 아이의 말을 맞장구치면서 들어줬던 어른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지금은 그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은 하지 않지만 여전히 나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고 있다. 멜버른에서 워킹 홀리데이를 하던 시절 사고 치고 다닌 에피소드와 교사에서 기획자가 되기까지의 커리어 여정과 까만 유령 코지의 이야기까지.


어릴 때는 내 바운더리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이제는 점점 그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누군가 내게 이 일을 왜 하냐고 묻는다면, 이게 내가 이 세상 안에서 살아가고 소통하는 방식인 거다.


나는 살아있는 한 계속 쓰고, 그리고, 말 할거다. 오만가지 이야기로 뒤덮인 이 세상에 내 이야기도 몇 스푼 얹는 거다. 누군가에겐 나처럼 보잘 것 없는 사람의 에피소드가, 혹은 귀염둥이 까만 유령 코지의 이야기가 심심한 위로가 될 수 있으니.


그래서 인스타든, 전시든, 인터뷰든, 에세이든, 일기든. 그저 다양한 형태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수단일 뿐이다. 남기고 싶은 건 누군가에게 닿을 이야기다. 나라는 존재는 잊혀지더라도 이야기로 기억되는 삶이 되었으면 한다. 나도 누군가 여기 저기 얹어 놓은 이야기를 주워다가 마음의 밭도 갈고 양분도 주고 이 복잡한 세상 헤쳐나갈 힌트를 얻었으니!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내가 가진 이야기를 풀어 놓을 거다. 그 이야기들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잘 가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