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나무학교 학습일지
오늘(9월 22일 일요일) 저녁은 토종과일나무학교의 온라인 수업이 있는 날입니다. 공부 내용은 '꼭 알아야 할 나무의 기본원리 4 - 가지 자람과 유인, 정지, 전정'으로 강사는 정경식 선생님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서 이러한 일정을 체크해 두었지만 정작 수업시간이 시작된 저녁 8시에는 그것을 잊고 다른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아차, 오늘 수업이 있는데." 하면서 컴퓨터를 켜고 교실로 들어가니 1시간이나 지각했습니다. 수업은 벌써 한창 진행되어 중반을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귀를 쫑긋 세우고 열심히 듣고, 보고, 메모를 했습니다. 갑자기 들어와서 무슨 말인지 정신이 없었으나 중간 지점부터 들은 내용을 정리를 해봅니다.
먼저 가지치기, 즉 전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가지치기란 나무가 햇빛을 잘 받도록 잔가지들을 쳐내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작업은 과일이 잘 맺도록 하고 바람이 잘 통해서 병충해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나무의 크기도 이 작업을 통해서 조절할 수 있습니다. 겨울에 하는 것은 동계전정이라 하고 그 외의 시기에 하는 것은 하계전정이라고 부릅니다. 나무 가지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솎음 전정, 중간에 잘라내는 것은 절단 전정이라고 합니다. 솎음은 나무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절단은 그 가지에 영향을 미치는데, 절단의 길이가 길면 길수록 영향이 큽니다.
나무 가지치기를 할 때는 계절을 잘 봐야 합니다. 동계전정인지 하계전정인지, 시기에 따라 나무의 반응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겨울이나 봄에 가지치기를 하면 자른 부분에 대한 반발이 크지만 여름이나 가을, 특히 늦가을에 전정을 하면 나무의 반응이 크지 않다고 합니다. 이 말은 나무가 너무 크게 자라거나 웃자랐을 때 중요합니다. 나무 크기를 줄이고자 할 때는 늦가을에 가지치기를 하라는 말입니다. 만약 봄에 가지치기를 하면 나무는 민감한 반응을 보여 더 크게 자라기 위해서 몸부림을 칩니다. 반면에 늦가을에는 어느 정도 체념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전에는 이것을 거꾸로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 밭 한쪽 비탈에 저는 뽕나무 묘목을 심었습니다. 이게 4, 5년 자라다 보니, 점점 커지더니 지금은 가지 하나가 5미터를 넘어갑니다. 그런 가지가 10개는 됩니다. 가만 놔두면 온 밭을 다 뒤덮는 대형 나무로 자라겠지요. 그래서 이번 겨울에 대대적인 가지치기를 하려고 벼르고 있었습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 자칫 나무의 커다란 반발을 불러와, 내년 봄에는 수많은 가지(도장지)를 일시에 내뻗어 뒤처리가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큰 나무를 작게 줄이기 위해서는 늦가을(9월 말경)에 강한 전정을 실시해야 합니다. 우리 밭은 뽕나무 외에도 개복숭아가 한 그루 커다랗게 자라고 있는데 이 역시 가을에 강전정을 해줘야겠습니다. "나무를 크게 키우려면 겨울에 전정을 하고, 작게 키우려면 가을에 전정을 해야 한다." 과수원 터가 작아서 나무를 작게 키우려고 하는 저에게는 아주 중요한 가르침입니다.
그리고 나무 가지를 절단하는 요령에 대한 설명이 있었습니다. 한 가지의 2/3 정도를 잘라내면 나무의 반응이 아주 크다고 합니다. 1/4나 1/5 정도만 잘라야 조용히 넘어갈 수 있다고 하니 다음에 전정할 때는 최대한 조금씩 쳐나가야겠습니다. 그리고 나무의 본성을 최대한 살려주는 범위에서 웃자란 도장지, 경쟁지, 안으로 자라는 내향지를 잘라줘야 한다고 합니다.
나무줄기의 크기에 대한 설명도 있었습니다. 나무는 주간 > 주지 > 부주지 > 측지> 결과 모지(열매가 열리는 가지의 엄마 가지) > 열매가지 순으로 1/3 정도씩 작아지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아래가 굵고 위로 갈수로 가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그 균형이 무너지면, 서열이 뒤바뀌고, 수형이 흐트러진다고 하니 주의해야겠습니다. 또 주간이 높이는 낮게 하고 분지(주지, 부주지 등)는 50에서 60도 각도로 넓게 해야 합니다. 주간의 높이가 5m만 돼도 과일하나 따 먹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그러니 주간은 당연히 낮게 키워야합니다.
과일나무는 종류별로 과일이 열리는 가지가 다릅니다. 포도, 감, 밤, 감귤류, 대추, 무화과, 다래는 1년생 가지에서 열매가 열리고, 복숭아, 자두, 살구, 매실, 앵두는 2년생 가지에서 열매가 열립니다. 사과, 배는 3년 된 가지에서 결실을 맺습니다. 꽃눈이 언제 만들어지는지, 그것이 언제 꽃이 되고 과일이 되는지 잘 살펴봐야겠습니다. 이런 특성을 모르고 잘못 전정을 하면 과일을 하나도 얻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과일나무 관리가 쉽지 않은 대목입니다. 과일나무 한그루라도 잘 키우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다음은 순지르기(적심, 순 따기, 순 치기)에 대한 것으로 나무의 꽃눈이나 생장점(가지의 끝 부분)을 잘라주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은 하계 전정, 즉 봄·여름·가을의 가지치기 방법 중 하나인데, 나무 성장을 억제하고 가짓수를 늘리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순지르기는 꽃눈이 많이 형성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특히 2주에 1번 정도 몇 차례 적심을 해주면 꽃눈이 많은 가지가 형성되어 열매가 많이 열립니다.(다음 해 열매를 맺는 꽃눈의 분화는 나무별로, 품종별로 다르나, 대개 여름철인 7, 8월에 일어납니다.) 순지르기를 할 경우 나무는 2주 정도 성장을 멈추는데 그때 영양분이 다른 가지로 분산되어 여러 가지 효과를 낳습니다. 또 순지르기는 새순을 따버림으로써 새순에 몰리는 해충을 막는 효과도 있습니다.
이러한 순지르기 설명을 들으면서 저는 "아! 이것이 나무 전문가가 나무와 대화하는 방식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딸이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면서 저도 덩달아 고양이와 대화하는 방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양이와 눈이 마주칠 때 조용히 깜빡이면 고양이도 조용히 깜빡입니다. 그때 감동은 이루 형용할 수 없습니다. 순지르기 작업을 통해서 그런 감동을 맛보아야겠습니다. 다만 나무는 고양이처럼 즉각적이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나무와 대화할 때는 나무가 되어서 나무처럼 심하게 느긋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대추나무는 순지르기를 꼭 해주어야 되고, 복숭아나 자두는 열매가 맺은 뒤에 대개 순지르기를 많이 합니다. 이러면 열매로 더 많은 영양분이 옮겨 갑니다. 대추의 경우 새순이 5cm 정도 자라면 가지로 키울 것만 제외하고 모두 순 따기를 해줍니다. 사과대추의 경우는 다르니 주의해야 합니다. 그러니 먼저 자기가 키우는 대추가 사과대추인지 아닌지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과나무의 경우는 어린 나무일 경우에만 순지르기를 해주고 다 크면 안 해줘도 된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 나무 가지가 자라는 과정에서 두세 번 순지르기를 해주면 가지에 많은 꽃눈이 생기게 할 수 있습니다. 복숭아의 경우는 어릴 때는 순지르기를 하지 않고 나무가 큰 뒤에 순지르기를 해줍니다.
마지막 질의응답 시간에 몇 가지 질문이 있었습니다. 답변을 중심으로 정리해 봅니다.
- 큰 나무들은 해거리가 심하다. 해거리라는 것은 과일나무가 한꺼번에 많은 과실을 생산하고 다음 해는 지쳐서 쉬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과일 농장에서는 나무가 심한 해거리를 겪지 않고 꾸준히 생산할 수 있도록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
- 나무 관리 요령 몇 가지
1) 내 나무가 무슨 나무인지 알아야 한다. (자기가 심은 나무가 무슨 나무인지 모르다니, 우스운 이야기지만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나무가 작을 때는 서로 비슷하기도 하고, 나무 이름을 써놔도 1년 정도 지나면 퇴색해서 보이지 않고, 잘못 키우면 3, 4년 지나도 같은 모습으로 변하지 않으니 이게 무슨 나무인지, 언제 심은 건지, 심지어는 옆집에서 씨가 날아와 자란 나무인지 착각할 때도 있습니다.)
2) 자기가 키우는 나무에 대해서 조사하고, 그 나무의 결실 습성도 잘 알아둬야 한다.
3) 나무 기르는 방법이나 모습은 인터넷에 올려져 있는 여러 과수원의 소개 동영상을 보면 된다. (이런 동영상을 통해서 자기가 원하는 모델을 찾아 큰 방향을 설정하고 그것을 따라 하면 된다고 합니다. 물론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나무 관리에 대한 경험이 어느 정도 쌓여야 하겠지요. 아무것도 모를 때는 열심히 구독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경우가 많습니다.)
- 초보자의 나무 가지치기(새로 난, 불필요한 가지는 모두 잘라야 하는지에 대한 답변)
1) 전체적인 수형은 유지하면서 작은 가지들은 교체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2) 헌 가지, 즉 결실을 한 가지는 2, 3년 사용하고 교체해 주는 것이 더 많은 생산을 위해서 좋다.
3) 도장지(필요없이 높이 자라는 가지)도 눕히면 결실 가지가 되므로 사용할 수 있다.
- 결실과 나뭇잎의 관련성(과일 1개당 나뭇잎은 몇 개가 좋은지에 대한 답변)
1) 나무 세력이 강하면, 꽃눈이 많이 열리고 과일이 많이 열린다.
2) 너무 많은 열매를 맺으면 다음 해는 열매가 하나도 안 열릴 수 있다.
3) 본인이 자기 나무를 가지고 잘 살펴보고 판단해야 한다. 영양생장과 생식성장이 균형을 이루도록 조절해 나가는 것이 좋다. 영양생장으로 수세가 너무 크면, 많은 열매를 열게 해서 그 세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 과일나무 관리의 가장 중요한 요령
1) 많이 실패하고, 많이 죽이고, 많은 경험을 쌓으면 된다.
2) 나무 관리하면서 너무 심각할 필요는 없다. 나무는 가지 하나 잘려도 동물처럼 아파하지 않는다.
3) 나무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키우는 사람보다 중요하지 않다. 마구 자르고 실패하면서 배우면 된다.
이렇게 오늘 인터넷 수업은 1시간이나 지각해서 아쉽지만 무사히 끝났습니다. 며칠 있다 토종과일나무학교 게시판(https://cafe.daum.net/nativetrees/t1Pc)에 선생님의 강의 동영상이 올라왔습니다.(9월 온라인 강의 - 과일나무 관리 기본 1 (정경식), 9월 온라인 강의 - 과일나무 관리 기본 2 (정경식))
이 동영상을 참고해서 이날 강의 목차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나무의 생장 특성
가) 생장점, 나) 굴광성과 굴지성, 다) 리콤의 법칙, 라) 정부우세성, 마) 유년성, 바) T/R률
2. 나뭇가지의 유인
가) 유인 목적, 나) 유인 방법, 다) 유인 시기, 라) 유인 도구
3. 전정 (가지치기)
가) 전정의 목적과 효과, 나) 솎음전정과 절단전정, 다) 동계전정과 하계전정, 라) 전정의 기본원칙, 마) 결과 습성(과일 맺는 습성)
4. 순지르기(적심)
가) 적심이란, 나) 대추나무의 적심, 다) 사과나무의 적심, 라) 복숭아나무의 적심
저는 3과 4 부분을 들었습니다. 앞의 1과 2 부분 중에서 중요한 점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나무의 생장 특성
나무의 생장점은 줄기와 뿌리에 있다. 특히 줄기는 끝눈과 곁눈에 생장점이 있다. 이 생장점에서 왕성한 세포분열이 일어나 길이가 늘어나는 것이다. 식물의 줄기가 빛을 따라 굽어지는 것을 굴광성, 뿌리가 땅속을 향해 따라가는 것을 굴지성이라고 한다. 식물의 가지는 수직으로 생장할수록 꽃눈 형성이 나빠지고 수평으로 생장할수록 발육이 나빠진다. 이것을 리콤의 법칙이라고 하는데, 꽃눈이 많이 나와 열매가 많이 맺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지를 수평으로 펼쳐야 된다. 즉 주간과의 각도가 90도 가까이 되어야 한다.
나무는 가지 끝으로, 즉 위로 갈수록 눈의 생장이 왕성하고 뿌리 쪽으로 갈수록 허약해진다. 가장 위에 있는 가지 끝이 가장 잘 자란다. 가지를 절단한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이것을 정부우세성(頂部優勢性, 머리부분이 우세한 성질)이라 한다. 이것은 가지 끝부분(가장 높은 부분)에 있는 눈의 생장이 우세하여 상대적으로 다른 눈들의 생장이 억제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잘 이용하면 가지들의 높낮이를 조절함으로써 나무 크기나 균형, 혹은 양분의 이동을 통제할 수 있다.
나무는 심고 1, 2년 지난 뒤에 바로 열매를 얻을 수는 없다. 나무에 따라서는 묘목으로 심은지 2, 3년 혹은 5, 6년이 지나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즉 어린 나무는 결실을 못한다. 이것을 유년성이라고 한다. 이러한 유년성을 극복하는 것을 유년성 타파라고 한다. 나무는 보통 뿌리 부분과 지상의 가지 부분이 1:1이다. 이것을 T/R률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사과는 T/R률이 2∼5이다. 지상부가 지하부 뿌리보다 2배에서 5배까지 크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율은 가지치기나 옮겨심기를 통해서 조절할 수 있다. 보통 뿌리가 가지보다 더 크면 식물의 세력이 커지고, 가지가 뿌리보다 더 크면 세력이 약해진다. 나무 성장을 빠르고 튼튼하게 하려면 지하부가 지상부보다 더 커야 한다. 즉 T/R률이 1 이하로 내려가야한다. (이는 묘목을 사 와서 심고, 키울 때 매우 중요한 점입니다. 제가 심은 묘목들이 왜 지금까지 비실비실하게 크는지 이제 조금 이해되었습니다. 가분수 상태로 키웠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탄질비에 대한 설명이 있었는데 이 부분은 매우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워서 소개를 생략합니다.)
2. 나뭇가지의 유인
나무 가지는 다양한 목적(수형 만들기, 분지 각도 조절, 광환경 개선, 공간 활용, 세력 조정, 생식 성장 유도, 도장지 활용, 열매 품질 개선)을 위해서 방향, 높이, 각도 등을 조절할 수 있다. 이를 유인이라고 한다. 유인은 나무가 생장하는 시기에 어제든지 할 수 있으며 부목, 지주, 끈, 유인추, 이클립, 페트병, 벽돌 등으로 가지의 각도, 높이, 방향 등을 마음대로 유인할 수 있다. 다만 겨울철에는 나무가 말라 있어 원하는 대로 유인하기가 쉽지는 않다.
결론적으로 나무를 관리하는 사람은 나무의 생장 특징을 잘 파악한 뒤에 그것을 바탕으로 자유자재로 나무 가지를 유인하고 자름으로써 더욱 많은 과일, 혹은 더 크고 맛있는 과일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나무 관리의 핵심 기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