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용기에 대하여

Brave Irene 그림책

슈렉의 작가인 윌리엄 스타이그가 쓴 <Brave Irene> 읽기 수업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중의 하나이다. 이 책을 선정한 이유는 사랑스럽고 용기있는 캐릭터인 Irene과 반전이 있는 스토리 때문이기도 하지만, 영어 어휘 학습의 방법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사한 범주의 단어들이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쓰이고 있어서 어휘 학습에 매우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걷기에 관련된 단어들을 보면, 걷는 것도 여러 방식이 있다. 그냥 걷기, 터벅터벅 걷기, 성큼성큼 걷기, 질질 끌면서 걷기 등등 말이다. 이 책에 쓰인 걷기 관련 어휘들은 walk, trudge, shuffle, plod on, plow, wade, stride...등으로서 스토리 전개와 아이린의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쓰인다. 뉘앙스가 다른 같은 범주의 어휘들을 스토리 안에서 연관시켜 공부하는 것이 어휘 학습에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 책은 독서를 통해 감수성을 기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확연히 알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이야기를 한번 차근차근 따라가 보자. 다음 구절을 보면 어머니의 성품, 책임감, 인간성이 어떤지 알 수 있다. 몸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드레스 만들기를 끝까지 잘 완수하는 엄마의 모습에서 아이린이 어떻게 컸을지 예상이 되는 대목이다.

Mrs. Bobbin, the dressmaker, was tired and had a bad headache, but she still managed to sew the last stitches in the gown she was making.

엄마가 만든 드레스를 직접 배달하겠다고 말하는 아이린

이어 나오는 문장은 아이린의 사랑스런 모습, 엄마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아이린에게 엄마가 만든 옷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훌륭한, 가장 멋진 아름다운 옷이다. 드레스를 보며 엄마를 얼마나 자랑스러워 했을까.

“It’s the most beautiful dress in the whole world!” said her daughter, Irene. “The duchess will love it.”

아이린이 정말 용감하고 책임감이 있으며 사랑스러운 아이라는 것을 엄마도 잘 알고 있다. 눈이 오는 추운 날씨에도 어린 아이린을 혼자 보낼 수 있는 엄마, 그것은 평소 아이린이 얼마나 용기있고 책임감있는 아이였는지를 은연중에 보여주는 것이다.

“Dress warmly, pudding,” her mother called in a weak voice, “and don’t forget to button up. It’s cold out here, and windy.”

아이린은 엄마가 만든 옷을 정성스럽게 포장한다. 엄마의 아름다운 작품, 고귀한 옷을 어서 빨리 공작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아이린의 속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With great care, Irene took the splendid gown down from the dummy and packed it in a big box with plenty of tissue paper.

드레스를 꼼꼼하게 포장하는 장면

얼마나 엄마를 사랑하는지, 자는 엄마의 이마에 여섯 번 뽀뽀한 뒤에 애교 있게 한번 더! 그리고 엄마가 아프지 않게 이불을 잘 덮어주고 행여 집안에 찬바람에 들어올까봐 문을 꼬옥 닫고 집 밖을 나선다. 어느 누구도 이런 속 깊은 아이린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She kissed her mother’s hot forehead six times, then once again, made sure she was tucked in snugly, and slipped out with the big box, shutting the door firmly behind her.

눈보라를 헤치며 나아가는 아이린

거센 눈보라가 옷이 든 상자를 낚아채려고 할 때마다 아이린은 단호하게 외친다. “It’s my mother’s work!” 그냥 단순한 옷이 아니라, 엄마가 지극정성으로 만든 고귀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바람에 상자가 날아가고, 엄마가 만든 아름다운 드레스도 저 멀리 날아가 버린다. 허탈함이 이루말할 수 없다. 드레스가 바람에 날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아이린은 분노하고 허탈해하고, 그동안의 엄마의 노고를 떠올리며 무척 아쉬워한다.

How could anything so terribly wrong be allowed to happen? Tears froze on her lashes. Her dear mother’s hard work, all those days of measuring, cutting, pinning, stitching...for this?

눈보라에 날아가 버린 엄마의 드레스

이런 경우, 보통의 아이들이라면 바람에 옷도 날아가고 날씨도 너무 춥고, 날은 더 어두워져서 쉽게 포기하고 집에 돌아가는 일을 택할 것이다. 아이린은 어떤 결정을 했을까? 그럴 수 없다. 빈 상자라도 들고 가서 공작부인에게 그동안의 일을 다 설명하고 엄마가 얼마나 아름다운 옷을 만들었는지, 심부름하는 과정에서 날씨가 안좋아서 옷을 어떻게 잃어버리게 됐는지 소상히 알려야 하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 아이 마음에 그것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바람이 망쳐놓은 일이라는 것을 설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더 깊이 쌓인 눈을 헤쳐서 어떻게 해서든지 공작 부인의 집까지 가고가 결심한다. 눈속을 정쳐없이 걷다가 공작부인의 저택으로 보이는 집을 발견했을 때 아이의 마음은 매우 급하다. 빨리 가서 이를 전해야 하니까. 급하면 실수할 수 있듯이, 아이린도 있는 힘을 다해 앞을 나아가다 작은 절벽에서 떨어져 눈속에 파묻힌다. 이때도 엄마에 대한 생각(And never see her mother’s face again?)으로 빨리 눈속에서 빠져 나온다. 상자를 썰매 삼아서 내려올 때 그동안 아이린을 괴롭협던 바람도 아이린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이다.

집을 발견한 뒤 상자를 타고 내려오는 아이린

공작 저택에 거의 다 왔더니 이럴 수가! 바람에 날아갔던 엄마의 드레스가 나무 기둥에 걸쳐져 있다. 그림책의 최대 반전이라 할 수 있다.

공작저택 근처에서 발견된 엄마의 드레스

결국 드레스도 공작부인에게 잘 전달하고, 공작부인은 그 드레스를 입고 무도회에 참석한다. 아이린은 공작집 하인들에게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

She was welcomed by cheering servants and a delirious duchess. They couldn't believe she had come over the mountain in such a storm, all by herself. She had to tell the whole story, every detail. And she did. Then she asked to be taken right back to her sick mother.

여기까지는 늘 변함없이 읽었던 내용이고 수업에서 항상 다룬 내용이었다. 이번 수업에서는 하나만 바꿔보기로 했다. 그것은 용기에 대한 성찰이다. 용기는 무모함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이야기에서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행동이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일을 해내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린은 눈보라가 무섭고 길을 잃을까봐 불안하지만, 엄마를 돕고자 하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에 계속 나아갈 수 있었다. 타인에 대한 사랑으로 두려움을 뿌리치고 자신의 일을 완수하는 행동이야말로 가장 용기있는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진정한 용기는 자기 중심적인 도전이 아니라 타인을 위한 마음에서 생긴다는 것이다. 또한 진정한 용기는 실패나 고난을 두려워하지 않는 꾸준한 의지를 말한다. 아이린은 수없이 넘어지고, 옷이 찢어지고, 바람에 쓰러지면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으로 계속 나아가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이다.

- "용기"란 무엇을 의미할까?

- 진정한 용기란 무엇일까?

- <Brave Irene>에서 가장 용기있는 장면이나 행동은 어떤 행동일까?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

- 너의 삶에서 지금까지 가장 용기있는 행동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것이 너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