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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현실주의자의 하루

by 제이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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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은 정확히 6시에 울린다

뒤척이다 알람이 세 번 정도 더 울린 후에야 일어난다

커튼 사이로 부는 바람이 손등을 간지럽히려 하지만 바로 물리치고

그 손으로 커피를 내린다

뉴스 헤드라인을 읽고, 넣어둔 주식 동향을 살핀다

오늘따라 달리는 시계에 눈쌀을 찌푸리고

자기 계발서 책을 서둘러서 가방에 넣는다

쿵 닫히는 현관문 소리에 발길을 재촉한다

그 어느 때보다 싱그러운 나무의 푸르름에 응답하지 못하고

앞만보고 급히 달려간다

버스 창가 자리에 앉으니 더 잘 보인다

타고 내리는 사람들의 무표정한 모습이.

일터에 도착하니

기계적으로 서로 인사를 하고,

톰이 벤 로저스와 같이 먹던 식상한 점심을 먹고

퀵보드처럼 빨리 흐르는 달력에 눈길 한번 준다

모니터의 숫자와 글자는 이메일을 체크하라고 독촉한다

스스로에게 마법을 건다, 내일 해도 되겠지?

상사의 잔소리가 터져 나오기 전,

서둘러서 일터를 나선다

무표정한 모습으로 넷플릭스에 찜해 둔 드라마를 보면서

잠시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되어본다

덜컹거리는 버스에 고개가 젖혀지자

다시 현실로 급히 돌아온다

아침에 목록에 적어둔 반찬 거리를 사서 집으로 향한다

하늘에 하나 둘 별이 떠오르자, 꿈을 꾼다

내일의 삶은 더 가벼웠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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