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보니
창가 구석에 쌓인 먼지를 보지 못했다
오랜만에 작정하여 청소하기로 했다
흘러내린 시간에 의해
차곡차곡 내려 앉았으니
후 불어서 날려 보낼까
걸레로 쓰윽 닦아볼까
진공청소기로 없애볼까
잠시 고민하는 사이에 다시 보니
먼지의 형태가 뚜렷이 보이기 시작한다
입으로 후 부는걸 싫어하는 건 나만이 아니다
그들도 허공 속으로 날리는 걸 싫어한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이기에
허공 속에 떠 다니면 더 부박해 보이기에
한줄기 햇살이 비치면 더 불안해 보이기에
잠시 붙어있는 이들과 기약없이 헤어지기에
어디에 내려 앉을지 모르기에
젖은 천으로 가만히 가만히 닦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