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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의 먼지를 쓸다가

by 제이오름
ChatGPT Image 2025년 10월 3일 오전 10_54_25.png

바쁘다 보니

창가 구석에 쌓인 먼지를 보지 못했다

오랜만에 작정하여 청소하기로 했다

흘러내린 시간에 의해

차곡차곡 내려 앉았으니

후 불어서 날려 보낼까

걸레로 쓰윽 닦아볼까

진공청소기로 없애볼까

잠시 고민하는 사이에 다시 보니

먼지의 형태가 뚜렷이 보이기 시작한다

입으로 후 부는걸 싫어하는 건 나만이 아니다

그들도 허공 속으로 날리는 걸 싫어한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이기에

허공 속에 떠 다니면 더 부박해 보이기에

한줄기 햇살이 비치면 더 불안해 보이기에

잠시 붙어있는 이들과 기약없이 헤어지기에

어디에 내려 앉을지 모르기에


젖은 천으로 가만히 가만히 닦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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