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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놓으면 얻는 것들

-My life story

by 물구나무

9년이란 세월 동안에 나는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 그리고 안정된 삶을 움켜쥐고 살았다.
당장이라도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은 매일 들었지만 나는 움켜쥔 것들을 놓을 자신이 없어서 늘 메모장에 버킷리스트만 적으면서 버킷리스트에 적은 것들을 할 날만을 꿈꿔왔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스쿠터 타고 제주도 해변을 한 바퀴 도는 것이 그렇게 힘든 것인지 그 작은 일조차 못하고 살아놓은 인생이 참 불쌍했다.

나는 용기를 냈다. 내가 잡고 있는 작은 것들을 내려놓기로 마음먹고 회사에 사표를 냈고 나는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던 월급을 포기하고 백수가 되었다.

매연 가득하고 비좁은 서울 면목동을 벗어나서 나는 영종도로 이주를 했고 좋은 회사 차를 반납하고 작은 중고 경차를 타고 다녔지만 마음은 벤츠를 타는 것만 같았다.

다행히도 몇 달 동안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어서 최소한의 생활은 보장이 되었기 때문에 나는 정부 지원받을 수 있는 기술을 배우려고 알아보고 있다.

나처럼 회사를 다니다 퇴직을 한 많은 사람들은 나와 같은 생각이 들 것 같다 회사에서 배우고 쓰던 것들은 사회에 나오면 쓸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것을.

나는 9년 동안 써 내려갔던 버킷리스트를 꺼냈고 맨 위에 적혀있는 예쁜 스쿠터 타고 제주도 투어를 하기 위해 스쿠터 판매점을 다녀왔다.

내가 사려는 스쿠터

잡고 있던 것을 놓았고 나는 더 큰 것을 잡을지 아니면 아무것도 잡지 못할지는 모르지만 현재 나는 그동안 누리지 못한 자유를 흠뻑 누리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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