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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토론회를 보며 난 이렇게 생각한다

-물구나무서서 생각하기

by 물구나무

6월 3일, 대통령 선거가 있다.
이제는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내 한 표가 어떤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이제는 알만한 나이가 됐다.
그래서 이번엔 더 신중해지고 싶었다.

첫 번째 대통령 후보 토론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자연스럽게 TV 앞에 앉았다.
처음엔 솔직히 큰 기대는 없었다.
말만 잘하는 사람, 말꼬리만 잡는 사람, 누군가의 실수만 기다리며 상대를 공격하려는 태도들.
그런 장면들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지켜보니, 그 안에도 분명히 느껴지는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이재명.
확실히 여유가 느껴졌다.
상대 후보가 말할 때는 조용히 경청하고, 틈틈이 메모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즉흥적인 대응에도 흔들림이 없었고, 공격적인 태도 없이 필요한 말만 조리 있게 전했다.
평소에도 지켜본 사람이지만, 오늘 토론회를 통해 ‘준비된 사람’이라는 인상이 더욱 강하게 남았다.


권영국.
노동의 가치와 철학은 분명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김문수 후보에 대한 공격에 집중한 나머지, 정작 자신의 색깔이 흐려진 느낌이었다.
노동협회장을 벗어나지 못한 모습으로 보였다.


김문수.
어딘가 초조해 보였다.
대답은 예측 가능했고, 이재명 후보를 향한 공격은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준비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솔직히,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하는 생각이 들며 한숨이 나왔다.


이준석.
젊은 에너지와 빠른 말솜씨는 있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말을 잘하는 것과 설득력 있게 말하는 건 다르다는 걸 오늘 느꼈다.
눈이 자꾸 흔들리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안정감이 부족했다.
그래서 문득, 정치에는 나이의 무게감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재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후보들이 써온 원고를 그대로 읽는 모습이었다.
즉흥적인 상황 판단 능력이나 말의 깊이에서 차이가 확연했다.
준비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
진심이 담긴 말과 그냥 읽는 말의 차이.
그 차이가 오늘 분명하게 느껴졌다.

나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도 않고, 어느 정당을 맹신하지도 않는다.
다만 오늘 토론회를 통해 느낀 건,
이재명이라는 사람은 정말 모든 걸 알고 있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건 감정이 아니라, 토론이라는 무대에서 전해진 인상이다.

결국 오늘 토론회는 나에게 중요한 결정을 하게 해 주었다.
그동안 갈팡질팡하던 마음이 조금은 정리됐다.
정당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뽑고 싶었다.
그리고 오늘, 그 사람이 보였다.


내 귀한 한 표.
어디에 던질지, 오늘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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