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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생활 단상 4 – 나의 인지 건강 이야기

Wisdom of Retirement Life 4

by 정인성

(페북에서 외국인 친구들이 이 브런치 내용이 전혀 번역이 안된다고 하여 영문 요약을 앞에 넣었습니다. 한글로 쓴 전체 글이 바로 나옵니다.)

Wisdom of Retirement Life 4 – My Cognitive Health Story

Retirement mornings bring freedom, but also new challenges. Research shows that while mental well-being may improve after retirement, physical and cognitive health often decline. With life expectancy around 20 more years, only half of that is likely to be lived in good health. That means the rest may come with illness or limitations—a sobering thought. But averages aren’t destiny. Some countries like Norway and Sweden show much longer healthy life spans, and even “super-agers” prove that lifestyle and habits matter. This gives me hope, and a reason to keep learning and experimenting. For me, cognitive health is at the center. My family history of dementia makes it personal, and reading The Alzheimer’s Solution showed me that lifestyle changes can protect the brain. So I try: eating wisely, moving daily, sleeping well, managing stress, and giving my brain new challenges. None of this is perfect, but each small step feels like an investment in living not just long, but well. This blog story is nothing grand, just a record of the small, daily efforts I keep making to care for my brain and, hopefully, to brighten my days a little more.


은퇴 후의 아침은 예전과 다르게 시작된다. 출근길의 분주함 대신,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를 스스로 결정하는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이런 여유가 늘 즐거움만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은퇴 이후 정신 건강은 대체로 나아지지만, 신체와 인지 능력은 서서히 약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 역시 이 시기를 단순히 ‘쉼의 시간’으로만 볼 수 없음을 실감한다. 은퇴란 인생의 구조가 바뀌는 전환점이자, 새로운 건강 과제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시기인 셈이다.


OECD 자료를 보면, 은퇴 후 기대 수명(Life Expectancy)은 약 20년이지만, 그중 건강 수명(Healthy Life Expectancy)은 절반에 불과하다. 여성은 10년, 남성은 9.6년 정도만 큰 제약 없이 지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남은 절반 가까운 시간을 질병이나 불편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그리 낯설지 않다. 그러나 동시에 이 수치가 어디까지나 ‘평균’이라는 점에 마음이 머문다. 실제로 노르웨이나 스웨덴처럼 건강 수명이 14년 이상 되는 나라들도 있고 건강한 슈퍼에이저들(super agers)도 있다. 결국 개인의 생활 습관과 환경이 큰 차이를 만든다는 이야기다. 이 점에서 나는 여전히 배우고 시도할 여지가 많다고 느낀다.


결국 오래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신체 건강, 정신 건강, 인지 건강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건강 수명은 늘어난다. 나에게는 이 가운데 특히 인지 건강이 중요한 과제다. 아직 정답을 알지는 못하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조금씩 실천하며 길을 찾아가고 있다. 이제 내가 왜 인지 건강에 무게를 두게 되었는지, 또 어떤 생활 속 시도를 하고 있는지를 나누어 보려 한다.

(위 이미지는https://pixabay.com/vectors/brain-key-mental-awareness-health-7716201/의 무료 사용 가능한 것임)


인지 건강이 내게 절실한 이유

나의 가족력은 치매에 대한 경각심을 자연스럽게 키워 왔다. 외가 쪽으로 엄마와 이모가 오랜 세월 치매를 앓으셨기 때문이다. 특히 엄마는 거의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치매와 함께 하셨다. 그런데도 초기 10여 년 동안은 우리 가족 누구도 그것이 치매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아채지 못했다. 단순히 나이가 들면서 성격이 변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병이 점점 진행되도록 방치했던 것이다. 뒤늦게 치료를 시작했지만, 이미 정상적인 대화는 쉽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소통은 더욱 어려워졌다. 무엇보다도 내가 하는 일을 자랑스러워해 주실 분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내 삶의 의미를 약화시켰고, 그로 인한 상실감과 슬픔은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아 있다. 자연스럽게 “언젠가 나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늘 마음 한편에 자리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최근에 우연히 접한 책이 있었다. 신경학 전문가인 딘 세르자이와 아예샤 세르자이 부부가 쓴 『죽을 때까지 치매 없이 사는 법』이다. 이 책은 저자들의 15년에 걸친 연구와 임상 경험을 토대로, 알츠하이머병의 90퍼센트 정도는 예방할 수 있고 일부는 되돌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특히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치매가 단순히 유전이나 노화의 불가피한 결과만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저자들은 치매가 잘못된 생활습관이 쌓여 나타나는 결과일 수 있으며, 따라서 생활 방식을 바꾸면 인지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 주장은 내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치매가 단순히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 생활습관을 통해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물론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이 다른 전문가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 중요한 것은 이 책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작은 희망을 주었다는 점이다. 나는 그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받아들이며, 지금까지의 생활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인지 건강을 지켜 나갈 수 있을지를 하나씩 고민하게 되었다.


세르자이 부부는 치매를 단순히 뇌세포가 파괴되는 병으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인지 기능을 떠받치는 뇌의 회로가 어떻게 관리되고 훈련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뇌도 근육과 같아서 쓰면 강화되고, 쓰지 않으면 약해진다는 것이다. 이 비유는 나에게 크게 와닿았다. 꾸준히 뇌를 사용하고 훈련하면 인지 건강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은, 내가 주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내가 인지 건강을 중심에 두는 이유는 단지 치매 예방 때문만은 아니다. 인지 건강은 기억력이나 사고력의 차원을 넘어,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의 기초라고 생각한다. 뇌가 건강해야 몸도 잘 돌볼 수 있고, 운동이나 식사 관리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다. 또한 뇌가 건강해야 마음이 안정되고, 우울이나 불안에 맞설 힘도 생긴다. 다시 말해, 인지 건강은 삶 전체의 균형과 질을 지탱하는 토대다. 그래서 나는 인지 건강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도 함께 따라온다고 믿는다.


내게 있어서 인지 건강이란

나에게 인지 건강(혹은 뇌 건강이라고도 함)은 기억, 주의력, 언어, 문제 해결 능력, 새로운 것을 배우는 힘 등, 두뇌가 작동하는 여러 정신적 기능이 어우러진 상태를 가리킨다. 그리고 인지 건강은 단지 머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신체와 정신의 건강에도 깊이 연결된 바탕이라고 생각한다.


몸의 근육이 쓰지 않으면 약해지듯, 인지 기능도 사용하지 않으면 점차 퇴화하는 것 같다. 여러 연구에서 은퇴 후 활동이 줄어들면 인지 기능 저하가 빨라진다고 보고되는데, 이는 충분히 납득이 간다. 인지 기능이 약화되면 단순히 기억력이 감퇴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몸을 움직이는 동기도 줄고, 마음의 안정도 흔들릴 수 있다. 결국 인지 건강의 약화는 삶의 전반을 좁히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느낀다.


그래서 요즘 나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인지 기능을 어떻게 유지하고, 가능하다면 조금이라도 발전시킬 수 있을까 하는 문제로 모아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는 주로 신체 건강 중심으로 실천해 왔던 생활 습관들을 인지 건강의 관점에서 다시 돌아보게 되었고, 『죽을 때까지 치매 없이 사는 법』 같은 책과 관련 글들도 참고하게 되었다. 또한 내가 시도해 온 방법들을 일상 속에서 조금 더 체계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인지 건강을 지지하는 생활 습관들을 몇 가지 범주로 정리해 보았다. 그리고 하나씩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는데, 은퇴생활의 지혜 1에서 이야기했듯이 이미 몸에 밴 습관들도 있어서 생각보다 큰 무리는 없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완벽한 해답은 아닐 것이다. 다만 나처럼 은퇴 이후 인지 건강에 대해 다시 고민하는 분들에게, 나의 시도와 경험이 조금의 참고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인지 건강을 지키고 증진시키려는 나의 생활 전략 5가지

내가 생각하는 인지 건강 전략은 복잡하지 않다. 잘 먹고, 몸을 꾸준히 움직이고, 충분히 자고, 스트레스를 풀고, 뇌를 자극하는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다. 거창한 비밀은 없다. 다만 이 다섯 가지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렇게 할 때 뇌는 오래도록 활발함을 유지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의 건강도 따라온다고 생각된다.


1. 잘 먹기

음식은 곧 뇌의 연료다. 혈당이나 지방, 염증 반응 같은 몸속의 작은 변화가 뇌 기능에 직접 영향을 준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식탁에서 세 가지 원칙을 지키려 한다.


우선 가능한 만큼 뇌에 좋은 음식을 중심으로 먹는다. 채소, 과일, 통곡물, 견과류는 뇌에 꼭 필요한 영양소를 준다. 반대로 설탕과 포화지방은 인지 저하를 앞당긴다고 하니, 가급적 줄이려 한다. 우리 집 아침 식사는 늘 비슷하다. 남편이 준비하는 오트밀에 두유, 그릭 요구르트, 블루베리, 사과, 키위, 양배추와 브로콜리, 아몬드와 호두를 곁들인다. 여기에 강황과 계피를 살짝 뿌려 먹는다. 작은 습관이지만 뇌를 위한 식사라고 생각하며 즐긴다.


다음으로 혈당이 갑자기 오르지 않도록 조심한다. 흰쌀밥이나 흰 빵처럼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음식은 가능한 피하고, 대신 식이섬유와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곁들이려 한다. 그래서 카페라테 대신 아메리카노, 흰쌀밥 대신 현미밥, 흰 빵 대신 통밀빵을 고른다. 금방 해서 무럭무럭 김이 오르는 밥 대신 조금 식혀서 먹으면서 혈당을 조절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좋은 지방을 먹는다. 뇌는 지방을 많이 필요로 하지만, 어떤 지방이냐가 중요하다. 올리브유, 아보카도, 생선, 견과류에 든 지방은 뇌를 돕지만, 삼겹살이나 라면에 많은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은 해롭다. 그래서 튀김 대신 찐 생선을, 드레싱은 올리브유와 발사믹으로 고른다. 라면이나 햄버거 등은 거의 먹지 않는다. 물론 좋아하는 새우 튀김은 아주 가끔 예외를 두지만...

사진: 여행 등 특별한 기회가 되면 평소 잘 먹지 않는 새우 튀김을 모밀과 함께 즐긴다.

2. 몸을 꾸준히 움직이기

몸을 움직이는 것은 단순히 근육을 유지하는 문제가 아니다. 뇌로 가는 혈류를 늘리고 염증을 줄여 인지 기능을 보호해 준다. 운동에 진심인 분들이 보면 웃을 수도 있는 정도지만, 나는 다음 세 가지를 꾸준히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절대 무리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정도까지만 한다는 것이 나의 철학이라서 유산소 운동과 근력/균형 운동 모두 합하여 1-2시간 이내로 일정 시간에 하고 있다.


첫째는 유산소 운동이다. 파워 워킹, 수영, 자전거 타기 같은 운동은 뇌에 산소와 영양분을 풍부하게 공급한다. 특히 이런 운동들이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나이가 들며 줄어드는 속도를 늦춘다고 한다. 실제로 꾸준히 유산소 운동을 한 노인들의 해마 크기가 운동을 하지 않은 집단보다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커졌다는 연구도 있다. 나 역시 주 5회 이상 산책로를 걸으며 약간 숨이 차고 땀이 날 만큼 움직인다. 가끔 단지 내 스포츠센터에서 트레이드밀을 빨리 걷기도 한다.


둘째는 근력과 균형 운동이다. 근육이 줄면 생활이 불편해질 뿐 아니라, 뇌로 가는 혈류도 줄어든다고 한다. 근력 운동은 기억력과 집중력을 돕는 단백질 분비를 촉진하고, 균형 운동은 시각·청각·평형감각을 함께 써서 여러 뇌 영역을 동시에 자극한다. 그래서 나는 매일 아침 식사 전 간단한 스트레칭과 균형 운동을 하고, 주 3~4회 근력 운동, 주 2회는 필라테스를 하며 몸과 뇌를 함께 훈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일상 속의 움직임이다. 요리, 설거지, 청소 같은 집안일도 단순한 집안일이 아니라 뇌와 몸을 깨우는 생활 운동이 된다. 예전에는 집안 동선을 줄여 효율적으로만 움직이려 했는데, 이제는 일부러 더 많이 움직이며 집안을 오가는 것이 오히려 즐겁게 느껴진다. 특히 남편을 자주 불러내는 것이 내 은근한 전략(?)이다. 좋아하는 레이지보이 의자에만 오래 앉아 있지 말고, 아침 준비나 설거지, 채소 썰기를 맡게 하는 것이다. 겉으로는 ‘도와달라’는 명분이지만, 사실은 그의 인지 건강과 신체 건강을 위한 배려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나로서는 집안일이 조금 가벼워지고, 남편은 몸과 뇌를 함께 쓰니 일석이조 아닌가.

사진: 아침마다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준다. 보람있으면서 건강에도 좋은 일이다.

3. 충분히 잠 자기

잠은 뇌가 회복하는 시간이다. 수면 중에는 노폐물이 청소되고, 낮에 배운 것이 정리된다. 그래서 잠이 부족하면 곧바로 기억력과 집중력에 문제가 생긴다. 아마 경험해 보셨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잠을 푹 자기가 어려워지고 있음을 느껴서 다음 두 가지는 꼭 지키려고 한다. 수면 환경을 최적화하여 잠을 7시간 이상 푹 자기가 그 요지이다.


첫째는 무엇보다 규칙적인 수면 시간을 지킨다는 것이다. 나는 밤 11시 전후로 자고 아침 7시경에 일어나려 한다. 지금까지 휴대폰을 가지고 들어가 국내외 뉴스를 몇 개 보고 자는 버릇이 있었는데, 요즈음은 자기 전에는 휴대폰을 멀리 두고, 대신 책을 조금 읽으려고 한다. 역시 책을 읽으니 졸음이 금방 밀려오는 느낌이다. 물론 가끔 잠이 잘 오지 않을 때도 있지만, 휴대폰을 치우니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다음은 수면 환경을 정리한다. 침실을 어둡고 조용하게 한다. 다행히 창문을 열어도 소음이 거의 없다. 또한 주말에도 기상 시간을 크게 바꾸지 않으려 한다. 이렇게 작은 습관들이 결국 뇌 건강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면서…


4. 스트레스 풀어내기

스트레스는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높아져 혈압과 혈당이 불안정해지고, 뇌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고 한다. 별로 스트레스를 느끼는 생활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음과 같은 작은 루틴으로 스트레스를 풀려고 한다.


우선 일상에서 긴장을 낮추는 습관을 만든다. 아침 산책 중 바다를 바라보며 깊게 호흡하거나, 마음이 무거울 때는 남편에게 이야기하거나 노트에 적어 마음을 정리한다. 그때그때 마음에 담아 두지 않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자기 전 짧은 명상을 실천하려고 한다. 최근에는 명상 앱을 활용해 5분 정도 호흡 명상을 해 보았는데, 마음이 평온해지고 잠도 더 잘 오는 것 같아 계속 이어가려고 한다. 명상 기법에 대한 공부도 조금 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5. 뇌와 마음을 자극하기

뇌는 쓰면 강화되고, 쓰지 않으면 약해진다. 이를 설명하는 개념이 바로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과 인지 예비력(cognitive reserve)이다. 신경가소성은 뇌가 새로운 경험에 따라 스스로 회로를 바꾸고 적응하는 능력을 말한다. 인지 예비력은 나이가 들어도 치매 증상이 바로 나타나지 않도록 뇌가 비축해 둔 ‘여유 용량’이다. 이 두 가지는 평생 뇌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니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뇌를 자극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양한 방법이 있겠으나 나는 세 가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선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시도를 꾸준히 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배움이 멀어질 것 같지만, 뇌는 여전히 새로움에 반응한다. 언어, 악기, 글쓰기 같은 활동은 뇌 회로를 넓히고 신경가소성을 강화해 치매 증상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다행히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지금도 연구 논문이나 강연 원고, 또 책 시리즈의 편집 일을 가끔 하고 있는데, 이런 기회들이 자연스럽게 나의 뇌를 자극해 준다. 게다가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도 뇌를 활발히 움직이게 한다. 글을 쓰다 보면 기억을 떠올리고, 자료를 찾고, 문장을 다듬는 일들이 반복되는데, 이런 작은 훈련들이 뇌 건강에는 꽤 좋은 자극이 되는 것 같다. 앞으로는 여기에 조금 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시도를 더해 보려 한다. ChatGPT를 활용해 일본어나 스페인어를 가볍게 연습해 보는 것이다. 한두 문장 수준이라도 매일 새로운 단어와 표현을 배우다 보면 뇌는 분명히 활력을 얻게 될 것이다.


은퇴하고 나서 나는 글쓰기와 읽기를 포함한 공부 시간을 하루 3시간을 넘기지 않겠다는 나름의 원칙을 세웠다. 오전 1-2시간, 오후 1-2시간 정도로 나누어하는 식이다. 무엇보다 은퇴 생활에는 책상 앞에 앉아있는 일에 더해서, 하고 싶고 해야 되는 다른 일들이 많다. 그래서 오히려 이 원칙이 글쓰기와 공부를 꾸준히 이어가게 하는 적당한 리듬이 되어 주고 있다.


다음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을 즐겨하려고 한다. 혼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이 소중하지만, 대화와 만남이 주는 자극은 전혀 다르다. 사람을 만날 때는 언어를 쓰고, 기억을 꺼내고, 감정을 나누게 되는데, 이 모든 것이 뇌에게는 아주 좋은 훈련이 된다. 특히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운동은 신체와 인지, 그리고 사회적 교류가 한꺼번에 이루어져 효과가 더 크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필라테스 수업을 단순히 몸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뇌 건강을 위한 시간으로 여기며 성실히 참여한다. 산책 중 우연히 마주치는 이웃과의 짧은 대화도 소중히 생각한다. 때로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번거롭거나 마음이 무겁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막상 대화를 나누고 나면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그래서 주 1회 정도는 조금 더 깊은 친구나 이웃과의 만남을 이어가려고 애쓰고 있다. 이런 관계들이 내 뇌를 활발하게 만들고, 무엇보다 삶을 덜 외롭게 하고 풍요롭게 만든다고 믿는다.

사진: 오랫동안 알거나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대화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고 나의 인지 활동을 도와준다.

마지막으로 일상 속 작은 도전을 하려고 한다. 꼭 거창한 일이 아니어도 된다. 오히려 아주 사소한 변화가 뇌를 자극한다. 예를 들어, 장을 보러 갈 때 쇼핑 목록을 적지 않고 외워서 간 뒤 얼마나 기억했는지 확인해 본다. 물론 늘 한두 가지는 빠뜨리지만, 그조차 뇌를 쓰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재미있다. 산책할 때도 일부러 익숙한 길을 피하고 새로운 길로 들어선다. 처음 가는 길에서 만나는 낯선 풍경이 작은 설렘이 되어 돌아오곤 한다. 요즘에는 이웃들과 아이들, 반려견들의 이름을 외워 두려고 한다. 가끔은 이름이 바로 생각나지 않아 민망할 때도 있지만, 기억을 꺼내는 훈련이라 여긴다. 이렇게 보면 일상은 그 자체로 작은 퍼즐과 같다. 나는 그 퍼즐을 맞추듯, 대개 습관처럼 하는 일들이 많은 하루를 보내면서도 사이사이 뇌에 끊임없이 작은 자극을 선물하려 한다.


마지막 한마디

돌아보면 내가 실천하고 있는 생활 습관들은 특별하거나 거창한 것이 아니다. 조금 더 잘 먹고, 조금 더 자주 몸을 움직이고, 조금 더 깊이 자며, 마음의 짐을 가볍게 하고, 뇌를 자극하는 일들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정도이다. 그러나 이런 단순한 일들이 모여서 내 인지 건강을 지켜주고, 덤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까지 이어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보람 있는 삶이 아닐까 한다. 물론 나의 경험이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은퇴 후의 생활을 준비하거나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나도 한번 시도해 볼까” 하는 작은 동기가 될 수 있다면, 그것이 내가 바라는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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