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시작.
선생님 저 남자친구 생겼어요-sp심리상담
인연이 되어 남자친구가 생겼어요.
연락도 잘해주고 다정하고 따뜻한 제가 바라던 스타일의 연애방식을 갖고 있는 좋은 사람이에요.
그런데 제가 일주일도 안된 이 연애를 시작하면서 저의 불안전애착을 자꾸 만나요
-예를 들면 어떤 걸까요?
상담실 바로 오기 전 일이에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연락하기 버거울 정도로 연락을 자주 해주는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제가 업무를 보고 난 후 잠시 쉬는 시간이 30분 정도 있었는데 그 시간에 답장이 안 오니까 미치겠더라고요.
남자친구가 밥을 먹고 있던 시간이라는 걸 잘 아는데도 제 마음이 답장을 기다리고 있고 수시로 2-3분마다 폰을 체크하고 있는 저에게 너무 화가 치밀어 올랐어요.
항상 이 부분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난 상담에도 다뤘었는데 지금 다시 그래요 저는 정말 예쁘게 사랑하고 싶거든요.
-그걸 발견한 것 자체가 대단하네요. 그럼 오늘은 이 주제를 한번 다뤄봐요. 남자친구의 연락을 기다리는 상황에 내 감정에 머물로 보세요.
배가 꿀렁꿀렁거리고 눈물이 너무 나요.
어린 시절에 엄마랑 싸워서 집을 나왔어요. 8살 정도였던 것 같아요. 싸운 이유도 제가 화가 난 이유도 잘 모르겠지만 제가 동네를 밤늦게까지 배회하는데 너무 발이 아파요.
그런데 머리는 굉장히 이성적으로 나는 아이고, 아직은 부모님이 없으면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어른이 될 때까지 참아야만 해.라는 생각이 들어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것처럼 앞이 하얗게 뿌옇게 보여요.
온몸이 너무 아프고 쑤셔요.
특히 발하고 발 뒤에 있는 세 개 발가락과 어깨가 너무 뻐근해요. 돌덩이가 앉은 것 같아요.
비슷한 시기였던 것 같아요. 동생과 놀다가 사촌동생집에 놀러 갔던 기억이 떠올라 놀러 가기로 하고 둘이서 걸어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사촌동생집으로 가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1/3 정도 갔을 때 동생이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며 주저앉아 울었어요.
사실 저도 힘들었는데 고민하다가 집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것을 선택했어요. 그때 제가 8살 동생이 5살이었어요. 동생을 업고 집으로 향했어요. 해가 저물어가고 굉장히 오랜 시간 끝에 집에 도착하긴 했지만 집은 텅 비어있었죠.
중간에 너무 포기하고 싶어 하루 잠자고 갔다 갈 수 있는 곳이 없는지 두리번거리며 찾아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울고 있는 동생이 있어서 저는 표현할 수 없었고 꾹 참고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죠. 그때의 기억 같아요. 제 몸이 말하고 있어요.
이 이야기를 했더니 갑자기 귀와 온 뼈마디가 쑤셔요. 귀가 엄청 예민해져 있어요. 인상이 찌푸려져요.
-귀의 감각에 조금 더 집중해 보세요.
어?
제 기억에 떠오르지 않았던 오래된 기억이 있어요.
8살 때쯤 제가 심하게 아팠던 적이 있는데 그때 엄마가 하루종일 제가 처음 보는 모습으로 저를 걱정하면서 바라봐주었어요. 맛있는 것도 사주고, 계속 옆에서 돌봐주었어요.
그게 좋았는지 그다음부터 제가 귀가 아프다고, 처음에는 조금 아프긴 했었는데 나중엔 괜찮았거든요? 근데 2년 동안 귀가 아프다고 꾀병을 부렸어요. 제주도에 유명한 이비인후과를 돌아다니며 일주일에 한 번씩 항생주사와 차가운 기구로 귀를 검사했는데 무섭기보다는 견뎌야 한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결국 원인은 발견되지 않았죠.
자꾸 아프다고 하는 저를 엄마는 귀신이 씌었다고 생각했는지 용한 무당집에 저를 데리고 가서 온몸에 대침을 맞는 의식을 치르게 했어요.
너무 아프고 괴로웠어요.
지금 이 뼈마디가 쑤시고 몸에 긴장을 하고 있는 느낌이 그 대침의 기억인 것 같아요.
제가 타말파를 시작하면서 종종 자기 전에 뼈마디가 쑤시는 걸 경험하고 있는데 뼈 문제인 줄 알고 마그네슘이랑 칼슘 멸치 같은 걸 챙겨 먹었어요.
그런데 그게 이 기억이었군요.
참 신기해요. 기억을 알아차리니 통증이 사그라들어요. 저는 뭘 하지 않았고 떠올리기만 했을 뿐인데 말이죠.
선생님.
어떤 부분이 원인인 줄 알았으니 이제 저는 현실에서 남자친구에게 그때의 상황을 투사하지 않고 올라오는 그 감정과 싸워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남자친구와 그 감정이 분리된 것을 깨달았어요. 저의 문제인 거죠. 잘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