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모여 함께 쓴 에세이 <처음 가는 길>이 출간되었다. 함께 모여있다는 것이 주는 안심, 따뜻함에 그만 잠이 들었다가 출간 소식에 깜박 들었던 선잠이 깬 느낌이 든다. 마치 다 같이 산책하는 산행 중에 산길에 핀 작고 앙증맞은 꽃에 팔려있다가 멀리서 나를 찾는 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라는 그런 느낌이다.
이미 훌쩍 산허리를 넘어간 동료들이 길눈 어둡고 날쌔지 못한 나를 뒤늦게 알아채고 소리 질러주는 것 같은 느낌이기도 하다. 이번 출간이 그렇다. 함께 나선 길에서 여럿을 챙겨준 편집 작가님들의 수고와 서로 읽고 합평으로 퇴고의 어려운 지점을 다 같이 건넜다.
여럿이 쓰든 혼자 쓰든 책이 나오면 좋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설렌다. 책이 몸을 갖고 나오면 더욱 그렇다. 나는 책의 표지를 받아 안고 책과의 만남이 너무나 기뻤다. 눈 내린 새벽길을 푸르스름한 발자국을 남기며 걷는 듯한 표지는 저마다 인생길을 오롯이 걸어야만 하는 존재의 쓸쓸함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11명의 작가님들의 표정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기쁘고 설렘 가득 해지며 벅차오르다가 다소 허전해지는 마음은 같을 것이다. 책을 자식에 비유하기도 하니 이제 나를 떠난 나의 이야기는 어느 성실한 독자를 만나 또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믿어본다.
나는 이 책의 기획 시점에서 같은 주제로 글을 쓰자는 <북코압 1기 작가 모집>의 공고를 보고 재미있겠다고 생각해서 응모했다. 같은 주제 다른 이야기는 읽는 사람의 내면과 만나 풍성한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책은 온라인 서점에 등재되었고 유통 중에 있다. 내가 쓴 모든 글이 책으로 묶이지는 못한다. 나의 어느 일부가 책이 되어 집처럼 놓여있다. 나도 한 사람의 독자가 되어 <누구나 처음 가는 길>의 책집으로 들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