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좋은 일이 있을 것입니다, 오휘명 에세이, 히읏, 2021>을 읽었다. 사랑이란 생각이 있는 인간이라면 당면하는 영원한 주제다. 사랑에 대해 생각하면 더욱 그렇고, 사랑의 실체를 고민하면 밤잠을 이룰 수 없기도 하다. 사랑이 구체적으로 나타나면 세상은 사랑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사랑을 잃으면 세상의 빛은 잃고 앞이 보이지 않기도 하다.
오휘명 소설가는 작사가이기도 하다. 주로 사랑 이야기를 쓴다. 특히 연애와 사랑의 일상을 중심으로 사랑 언어를 쓴다. 이 책 이전에도 이미 여러 권의 에세이를 썼다. 오휘명 작가에 대해 알려진 정보는 이 정도였다.
아무튼 나는 책의 오솔길을 따라 조금씩 이 책 속으로 걸어 들어갔는데 흔한 사랑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을 앞에 두었거나 사랑이 지나갔거나 혹은 사랑을 기다리는 마음을 쓰고 있었다. 어느 평범한 카페에서 오지 않는 그대를 기다리다가 무심결에 들려온 카페의 음악이 마음 안에 훅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의 문장이었다.
정말 그 사람이 좋아서 그 사람이 오래 있어주기를 바랄수록, 그 사람의 비위만을 맞추는 연애는 그만두어야 한다. 그래서는 '애가 좋아한다잖아요'라는 말을 반복하며 몸에 좋지 않은 것만을 계속 먹이는 부모들의 무책임한 모습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38쪽
삶을 대신 살아주는 사람은 없다는 말은 보통은 차갑게 들린다. 조금 막막해진다고 할까.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내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는 없으니, 마음껏 결정하고 낭비도 해보고, 꾸밀 수도 있다는 말도 될 것이다. 하나부터 끝까지 전부 당신의 삶이다. 마음대로 해도 된다. 54쪽
문득 생각했다. 어쩌면 사랑은 공간에서 찾을 게 아니라 시간에서 찾아야 하는 것 아닐까. 지금 여기에는 어쩌면 없을지 몰라도, 사랑은 2019년도에 있습니다. 07년도에도 촛불처럼 위태롭게나마 있었네요, 그렇게 대답할 수는 있는 것 아닐까. 78쪽
이 책을 읽다가 나는 느닷없이 그리움이 가득해졌다. 죽어서 내 곁을 떠난 사람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중학교 시절에 먼발치에서 좋아하던 과외 오빠도 그중의 한 명이다. 한 달 정도의 과외 공부 후에 다시는 만날 수 없던 그는 너무 이르게 천국으로 떠났다. 이런 경우 죽음이야말로 가장 큰 배신이다. 내게는 아련하도록 풋풋한 그 마음을 전해보지도 못하고 사춘기 내내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 정말 커다란 사건이었다.
연분홍빛 사랑뿐만 아니라 마음을 두드리는 그리움도 동시에 일렁였다. 어이없는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신장 기능을 잃고 투석을 하시다가 천국으로 걸어가신 아버지, 항암을 이기지 못하고 떠나신 대모님이 생각난 것이다. 사랑하는 이들의 실체는 남김없이 사라져 마음속에나 있는데 세상은 여전히 누군가가 태어나고 또 사라진다.
정말 그렇다. 잊고 있던 사랑이 곁에서 오랫동안 함께 있었음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랑이란 내 안의 여백과 같은 겨를이며, 마음을 감싸 안아 성장시키는 봄날의 단비 또는 마음밭의 여린 새싹이 여전히 그 시간 안에 존재함에 안도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로 인해 사람은 새롭게 바뀌고 성장하며 변화되는 것이다. 어딘가에 머물러 정체된 느낌으로 답답한 날에는 오휘명 작가님의 에세이를 권한다.